[도심속 시한폭탄, 노후건축물③] 이해관계 얽힌 상업용 건물…안전 대책 뾰족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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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1-07-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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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상업용 건물 28%, 사용연한 30년 초과

  • 사업성·사유재산 침해 문제…행정조치 한계

 

서울 을지로 주변 노후화 상가 모습 [사진=신동근 기자]


상가, 공장 등 비주거용 노후 건축물이 '안전 사각지대'로 꼽히고 있다. 주거용 건축물은 지자체가 실태조사를 통해 안점점검에 나서고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으로 해결이 가능한 반면, 비주거용 부동산은 소유권이 복잡하고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안전 문제에서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업용 건축물의 28%(37만2449동)가 사용연한이 30년 이상 지나 노후화가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전체 12만6365동 중 절반이 넘는 6만6690동이 노후건축물이다.

그러나 상업지역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노후건축물과 그 주변 개발을 단순 정비사업으로 해결하긴 쉽지 않다.

일례로 서울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가 있다. 1968년 국내 최초 주상복합타운으로 지어진 세운지구는 2006년 최초 지구지정 후 2011년 전면 계획 백지화, 2014년 사업수정, 2019년 재개발 전면 재검토 등 수차례 난관을 겪은 대표적인 곳이다.

이 과정에서 세운지구는 최대 171개 구역까지 쪼개졌다가 최근 일몰제 영향으로 36개 구역으로 대폭 축소됐다.

이곳은 사업지가 워낙 많고 토지주·사업주와의 갈등이 잦은 데다가 실무자 교체로 인한 불확실한 행정, 낮은 사업성이라는 복병을 만나 일부 가게 주민들은 재개발에 반대하는 소송까지 벌이는 중이다.

황은경 건설기술연구원 건축연구본부장은 "건축물의 재개발 권리자는 토지·건물 소유자뿐 아니라 지상권자, 전세권자, 임차권자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며 "상가 건축물은 임차인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재개발 후에도 입점 관련 갈등이 있어 관계자간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을지로 주변 노후화 상가 모습[사진=신동근 기자]

노후화된 상가에 대한 안전 우려가 크지만 이에 대한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건물 안전 기준이나 제도 강화의 실질적 대상은 대형 건물에 한정돼 있다.

특히 노후건물은 시설이 낡고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다중이용시설이어서 불이 났을 때 피해가 크지만 소방안전시설은 미비한 경우가 많다. 화재 초기 진압에 큰 역할을 하는 스프링클러가 대표적이다.

관련법에 따라 2004년 이후 지어진 건물 중 4층 이상이거나 창이 없는 층, 지하 등에 스프링클러가 의무적으로 설치돼야 하지만 법 시행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상가 시설은 고시원 등 숙박형 다중이용시설보다 지원 예산 우선순위에서도 밀린다. 서울시는 고시원을 대상으로 지난 2012년부터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사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노후상가는 대상에 포함하고 있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건축물은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돼도 관할 지자체가 점검을 하는 것 외에는 보강, 보수공사를 강제할 수 없는 탓에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며 "지자체는 경제적 부담 외에도 사유재산에 공권력을 투입한다는 부담이 있어 적극행정에 나서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경기도 의정부시 용현산업단지 내 양말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하고 있다. 조성된 지 20년이 넘은 용현산업단지는 노후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거론된 곳이다.[사진=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제공]


공업용 건축물도 전체의 14%가 30년 이상된 노후 건축물이어서 효율성이나 생산성뿐 아니라 안전성 측면에서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전국 산업단지 1238곳 중 착공 20년 이상 경과한 산단은 456곳으로 37%를 차지한다. 국가산단은 4곳 중 3곳(74%)이 노후화가 진행 중이다.

최근 5년간 공장화재를 원인별로 살펴보면 과부하, 단락 등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가 42.6%(5392건)로 가장 많았는데 전기화재 중에서도 절연열화 등 설비 노후화로 인한 비율이 높게 나타나 산단 노후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산단은 건물이 밀집돼 있고 석유화학, 섬유의류 등 화재폭발 위험이 있는 업종이 많아 각종 사고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소방시설 관리도 부실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화재가 한번 발생하면 입주기업은 재산 피해뿐 아니라 생산품의 납품일정을 맞추지 못하는 등 2차피해가 발생하며 도산 위기까지 겪게 된다.

하지만 정부의 관리 대책은 느슨한 법망 탓에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지난해부터 산단 내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하고 안전사고 예방에 나섰지만 개인정보보호 등의 이유로 통합관제센터에서 개별 사업장을 일일이 규제할 수 없는 데다가 사업장 내 CCTV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열·가스감지 센서 설치를 강제할 수 있는 규정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통합관제센터 안전 감독 기능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관련 규제가 상황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며 "CCTV 등의 설치 이유가 노동자 감시가 아닌 안전사고 예방에 있기 때문에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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