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에 발 묶인 신차…중고차 시장이 뜬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예지 기자
입력 2021-07-22 05: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올 상반기 중고차 거래 증가율 신차 크게 앞질러

  • 中당국, 법·제도 정비 등 거래 활성화 적극 나서

  • 대규모 투자 늘지만…플랫폼·서비스 개선 숙제

[그래픽=아주경제]
 

#직장인 왕차오씨는 지난해 신차를 구매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동차 대란'이 심화되면서 계획을 미뤘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올해 들어 중고차 시장을 육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중고차를 살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중고차 전자상거래 플랫폼 '처이파이(車易拍)'에서 근무하는 쉬모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주춤했던 중고차 시장이 올해 들어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서 올해 중고차 재고 회전율이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서 신차 판매에 차질을 빚자 중고차 시장에 소비자 발길이 몰리고 있다. 중국 당국의 지원 사격과 수요 증가세에 힘입어 중국 중고차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란 기대가 커진다.
 
◆신차 뛰어넘는 중고차 거래 증가폭...반도체 대란·보복소비 영향
19일 중국 경제 매체 매일경제신문은 중국자동차유통협회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 중국 중고차 누적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52.89% 급등한 843만4200대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62.69% 증가한 것이다. 거래 증가폭 기준으로는 신차(25.6%, 1289만대)보다 27%포인트 높은 수치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소비자의 중고차 구매 습관도 크게 바뀌었다. 중국 자동차 서비스 제공업체 다서우처(大搜車)가 발표한 거래 현황 데이터를 보면 올해 상반기 10만 위안(약 1772만원) 이하의 저가 중고차 거래 비중이 지난 2019년 같은 기간보다 2.73% 감소한 반면, 40만 위안 이상 고가 중고차 거래량 비중은 지난 2019년 상반기에 비해 3.39% 늘었다.

이는 저가 시장에서는 공급 과잉이, 고가 시장에서는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로나19에 따른 '보복 소비'에 따른 결과라고 다서우처가 전했다.

해외여행 등을 가지 못하면서 소비할 데가 마땅치 않자 고가 소비재인 차, 그중에서도 중고차로 몰렸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으로 제조사들의 생산이 시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신차 공급이 제한된 게 영향을 미쳤다.

뤄레이 중국 자동차유통협회 부비서실장은 "중국 중고차 시장이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며 올해 중국 중고차 시장의 거래량이 어쩌면 16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2025년엔 2400만대를 돌파해 신차 판매량과 엇비슷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지난해 기준 중고차 거래량은 1434만대에 달한다.

샤오정싼 중국자동차유통협회 부회장도 "중고차 시장은 커다란 성장 공간과 잠재력이 있다"며 앞으로 중고차가 자동차 시장을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고차 없이는 자동차 시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없다고도 했다. 
 

중국 온라인 중고차 거래플랫폼 [사진=웨이보 갈무리] 

중고차 소비 촉진 발 벗고 나선 中정부...기업도 동참
중국 중고차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소비 촉진을 위해 중국 당국도 발 벗고 나섰다. 

그동안 중국 중고차 시장은 △타지역 주행 제한 정책 △복잡한 거래 절차 △정보 불균형 등의 문제에 부딪혀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2014년부터 중국 당국은 중고차 감정평가 기술 규범을 시작으로 법·제도를 정비하는 등 중고차 거래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중고차 관련 규제를 철폐하고,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열을 올려왔다. 지난 1일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 순환 경제발전 계획과 관련한 통지’를 발표해 중고차 거래 유통을 적극 장려하고 나섰고, 지난달 24일 중국 상무부는 중고차 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해 비합리적인 중고차 거래제한(限遷) 정책을 철폐하고 중고차 거래 등록 절차를 타지역에서도 일괄처리(跨省通辦)할 수 있도록 했다.

또 6월 1일부터는 상하이·톈진·타이위안 등 20개 도시를 대상으로 중고차 매매 영수증 발급, 이전 등록 등 과정을 원터치 방식으로 쉽고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조처했다.

올해 초 중국 공안부도 중고차 거래에 대해서 중앙정부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는 이른바 '방관복(放管服)' 개혁을 심화하고, 중고차의 지역 간 거래와 재산권 양도 제한을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관련 조치를 내놓았다.

이에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중고차 브랜드를 출시하고 투자자들의 '통 큰' 투자도 이어졌다. 최근 몇년간 냉각기를 맞았던 중국 중고차 시장이 정부 지원책과 전반적인 시장 수요 증가로 급팽창세를 맞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베이징자동차는 지난주 중고차 브랜드인 신루청베이징자동차펑룽을 출시했으며, 올해 초 니오도 공식적으로 향후 5년간 30억 위안(약 532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는 중고차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6월 10일 중국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 과즈닷컴의 모기업 처하오둬(車好多)그룹은 3억 달러(약 3449억원) 투자를 유치했고, 또 다른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인 유신(優信)그룹도 같은 달 14일 니오의 벤처캐피털인 니오캐피털과 조이캐피털로부터 3억1500만 달러 규모 융자에 성공했다.

중고차 거래 서비스 플랫폼 처샤오둬(車小多) 역시 니오캐피털과 지리자동차 리수푸 회장의 아들 리싱싱 등으로부터 A시리즈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 시장 입지 굳히려면···정보 불투명·가격 뻥튀기 등 문제 개선해야
​중국의 중고차 시장은 매매 제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년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다. 앞서 2014~2019년 중국 중고차 거래액은 매년 증가세를 보였는데,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중고차 거래량이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부터 차츰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앞으로 고속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고속성장하는 중국 중고차 시장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중고차 거래가 온라인 채널로 빠르게 옮겨갔지만 중고차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스템에 여전히 문제가 많다는 얘기다. 과즈닷컴 등 중고차 온라인 거래 플랫폼에서 자동차 정보 불투명·가격 뻥튀기 등의 문제가 여전해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펑파이신문은 중국 중고차 기업들이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 플랫폼 및 서비스 품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면 그만큼 중고차 기업들이 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