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日 ‘반도체 부활’ 전략, 제2의 수출규제 될라…대응 나선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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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21-07-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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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가 내각, 자국기업 보호정책 예고

  • 美·유럽과 신뢰 구축...한국 기업 고립 우려

  • 외교부, 정책 분석 착수...내달 방안 도출키로

일본이 내년부터 추진하는 경제 안전보장 정책[사진 = 아주경제]

 
1980년대 시장점유율 50%를 넘나들며 세계를 호령했던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재부흥을 위한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내년부터 자국 기업 보호를 목적으로 한 '경제 안전보장 정책'을 가동할 계획이다. 

2년 전 일본의 일방적인 수출규제 조치에 로키(low-key)’ 전략으로 일관하며 피해를 키웠던 정부도 발 빠르게 연구에 착수했다. 수출규제 위기국면에서 터득한 '학습효과'에 따라 선제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앞서도 일본이 기습적으로 수출규제 정책을 공개한 전례가 있는 만큼 '손 놓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는 꼴'이 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전략이다. 

'1980년대 반도체 부흥' 전략이 핵심인 일본의 경제 안보체계는 미·중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됐다. 다만, 국내 반도체 산업은 물론, IT(정보·통신), 서비스 등 한국 기업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제2의 수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日 경제안보 보장책···제2의 수출규제

15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일본의 경제 안전보장 정책 분석 연구' 용역에 착수해 다음 달 보고서를 내고 반도체 산업을 국가전략으로 추진하는 일본 경제 안보 체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도출된 전략을 통해 외교부는 각종 경제단체 등과 핵심 사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중국과 미국이 각각 제1·2위 교역국으로, 미·중 갈등 격화 및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재편 등 국제경제환경의 변화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과 대응 방안 수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 내각은 경제 안보를 통한 반도체 산업 부활을 정치적 승부수로 띄우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 부흥은 최근 악화한 일본 내 여론과도 맞닿아있는 셈이다. 1980년대 최대 부흥기를 누렸던 일본은 1990년대 초까지도 미국과 맞먹는 2대 반도체 산업 강국이었지만 현재 일본의 위상은 달라졌다. 일본에서는 도쿄 올림픽이 끝난 후인 9월경 중의원 해산 및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스가 내각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국가 전략 사업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어졌다.

스가 내각은 처음 공개한 '성장전략실행계획'의 핵심 정책 과제로 '반도체 산업 부활'을 제시했다. 경제 안보를 강화해 반도체 설계와 제조 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반도체 생산기지를 유치해 공급망을 새로 재편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지난달 18일 각의(국무회의)를 통해 경제 안보 항목을 핵심국가과제로 추가했다. 내년 중으로 관련 업종별 기본 요건을 정한 법을 일괄 개정할 계획이다. 우선 올해 일본 정부는 총리 직속의 국가안전보장국 및 경제산업성 등 관계 부처와 게이단렌 등 경제단체, 주요 기업이 참여해 경제 안보 문제를 협의하는 채널을 가동한다.

◆日해외 주주권 통제 땐 국내기업 피해 볼 듯

일본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도 예상된다. 일본은 지난달 반도체 등 주요 물자 확보 방안을 담은 ‘2021년 통상백서’를 공개했다. 통상백서는 "코로나19 감염 확대와 미·중 갈등을 계기로 기존 공급망의 취약함이 드러나면서 각국이 경제 안전보장 강화에 힘쓰고 있다"며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물자 확보를 위해 생산거점을 다양화하고,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과의 신뢰를 축으로 공급망을 새로 재편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명시했다. 

일본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위해 미국과 대만이 맺은 신(新) 반도체 동맹에 정부 차원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장기적으로 반도체 질서의 재편이 이뤄지면 한국 기업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일본 정부는 핵심 기업들의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해외 주주들에 대한 주주권을 통제하는 경제 안보 규정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원자력, 방위산업 등의 핵심 기술을 가진 기업에 안전보장 담당 임원을 별도로 두고 해외 주주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거나 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요구를 하면 이를 일본 정부가 저지할 수 있는 법령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 주요 기업에 대한 외국인 주주의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요구를 제한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난해 주요 기업의 지분을 인수할 때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는데, 핵심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주주권 통제 카드까지 꺼내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주주권을 제한하면 미국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털의 컨소시엄에 참여해 일본 기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에 투자한 SK하이닉스 등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사진 =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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