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브레이브걸스 '롤린' 들으셨나요? 방역수칙 위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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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07-1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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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 속도 100~120bpm 제한 첫날, 헬스장서는 발라드·아령 소리만

  • 유튜브서는 방역 기준에 맞는 120bpm 이하 음악 리스트 공유되기도

  • 개인별 편차 고려 못 한 기준이라는 비판에… 정부 "협회와 논의해 내린 조치"

  • 전문가 "러닝 머신·음악 속도 제한보다 KF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더 효과적"

[사진=연합뉴스]
 

수도권에 최고 수준의 방역태세인 4단계가 시행된 12일. 서울 송파구의 한 헬스장에는 무반주로 사람들이 운동 중이었다. 평소대로라면 힙합과 댄스곡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이날부터 헬스장의 경우 GX류(그룹댄스·에어로빅·줄넘기 등) 운동은 음악 속도를 100~120bpm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어길 시 헬스장에 과태료가 부과된다. 헬스장 관계자는 "일일이 음악 속도를 확인할 수 없어 차라리 끄고 운영하기로 했다. 꼭 음악이 필요할 땐 잔잔한 발라드곡을 재생 중이다"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첫날부터 수도권 헬스장에는 빠른 리듬의 음악이 일제히 사라졌다. 방역당국이 4단계에서 러닝머신 속도는 6㎞ 이하, 실내 체육시설의 음악 속도는 100~120bpm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bpm은 분당 비트 수를 가리키는 단위로, 헬스장에서 자주 틀어놓는 가수 싸이의 챔피언은 120bpm이 넘는다. 방역당국은 숨이 가빠지는 격한 운동 시 비말(침방울)과 땀방울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bpm이 방역수칙 위반을 가르는 기준이 되면서 '헬스장에서 틀면 안 되는 음악 목록'이 헬스장 관계자들 사이에 공유되기도 했다. 목록을 보면 브레이브걸스의 롤린(125bpm),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138bpm), 빅뱅의 마지막 인사(135bpm), 싸이의 챔피언(130bpm) 등이 있다. 반대로 오마이걸의 던던 댄스(115bpm), 트와이스의 알콜-프리(97bpm), 브레이브걸스의 운전만해(110bpm)는 틀 수 있는 곡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튜브에는 4단계를 지키는 플레이리스트까지 등장했다. 또 한 유튜버는 '코로나 4단계 헬스장 상황'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갑자기 빨라지는 음악에 러닝머신 속도를 높이다 헬스장에서 쫓겨나는 영상을 만들어 방역수칙을 비꼬기도 했다. 이 영상은 이틀 만에 22만번(13일 오전 10시 기준) 조회됐다.
 


방역당국의 이런 규정을 두고 일각에선 근거 없는 방역 대책이라는 쓴소리도 나온다. 예를 들어 같은 강도의 운동을 해도 사람마다 호흡량이 제각각인 만큼 비말 확산 정도가 다르다는 의견이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정부의 방역조치를 코미디에 비유하면서 "정부가 만든 거리두기 4단계 조치의 세부 내용을 보니 헛웃음이 난다. 시속 6㎞ 이하로 천천히 걷는 국민에게는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느냐"고 비꼬았다.

피트니스 애호가로 알려진 김재섭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도 SNS에 "방역이 목적이라면 왜 유산소 운동만 제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맨날 헬스장 가서 1시간 이상 운동하는 나 같은 '헬스장 고위험자'들은 러닝머신을 잘 안 타고 중량을 들면서 헐떡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같은 논리라면 무게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에 적용된 4단계 조치를 두고 조롱 섞인 반응이 잇따르자 정부는 관련 협회와 논의한 뒤 결정한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여준성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 보좌관은 SNS에 "협회에서 제시한 수칙이다. 집단감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운영 제한을 최소화하는 조건으로 여러 차례 간담회를 통해 협의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내체육시설에 대해) 집합금지를 하기보다 위험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이런 규칙을 구성했다. 비말을 많이 배출하는 행위를 차단하는 방식과 관련해 협회와 계속 논의했고 협회 측도 노력하겠다며 제시한 수칙들"이라고 말했다.

또 음악 규제에 대해서는 "헬스장에서 GX류 운동이 중앙에서 이뤄질 때가 있다 보니 저강도 운동 쪽으로 전환하기 위해 관련 협회와 합의한 뒤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는 사람마다 비말 전파량이 달라 같은 기준을 일괄 적용하는 부분에 대해 우려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같은 속도라도 사람마다 비말 전파량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러닝머신 속도보다 면적당 인원 제한과 KF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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