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가짜 재력'에 낚인 분들…정말 아무것도 모르셨나요

조현미 법조팀장입력 : 2021-07-09 03:00

조현미 정치사회부 법조팀장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이름이 나온다. 하나같이 사회적 영향력이 있고, 이른바 사회지도층으로도 불리는 인물들이다.

공통점은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가짜 수산업자' 김태우 관련자라는 거다. 김씨가 확보한 인맥은 정치인은 물론 현직 검사, 전·현 언론인, 사립대 이사장까지 뻗어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가 지난해 6월 이후 선물을 보낸 정·관계 인사는 최소 27명이다. 정치인으론 국민의힘 김무성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 경남지사 출신인 홍준표 의원, 포항 북구가 지역구인 김정재 의원 등이 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야당 측 인사가 많은 건 김씨가 고향인 포항을 중심으로 사기를 벌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언론 인맥도 화려하다. 김 전 의원이 소개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엄성섭 TV조선 앵커 등이 김씨 뒤에 있었다. 또 다른 언론인 2명도 김씨와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거론된다.

정점은 월간조선 출신 정치인 송모씨다. 송씨와 김씨는 2017년 같은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하며 친분을 쌓았다. 송씨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김씨는 1억원대 사기죄로 각각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었다. 

송씨는 김 전 의원에게 김씨를 소개해준 당사자다. 김씨가 박 특검과 인연을 맺는 데도 역할을 한다. 박 특검은 2017년 국회의원 총선 경북 지역 예비후보였던 송씨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을 때 변호인을 맡았다.

박 특검은 김씨가 확보한 법조계 인맥 중심이다. 김씨는 박 특검을 통해 이모 부장검사를 만난다. 이 부장검사는 2016~2017년 두 차례 박영수 특검팀에서 파견 근무했다. 그가 대구지검 포항지청으로 발령받자 박 특검은 김씨를 소개해준다. 

경찰 인맥도 있다. 주 의원이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배모 총경이다. 배 총경이 포항남부경찰서장으로 발령이 나자 주 의원이 김씨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배 총경과 주 의원은 고등학교(대구 능인고) 동문이다.

인맥을 통해 또 다른 인맥을 만드는 건 일반적이고 매우 흔하다. 하지만 사회지도층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사기 전과가 있는 김씨와 수년간 인연을 이어가고, 자신이 아끼는 지인들에게 소개까지 하는 건 평범하지 않다.

이들을 현혹한 건 '가짜 재력'이었다. 김씨는 2017년 12월 출소 후 자신을 1000억원대 유산을 상속받은 상속자이자, 포항에서 어선 수십척과 풀빌라 등을 소유한 재력가라고 떠든다.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수억원대 차량인 페라리·롤스로이스 등을 올려 부를 과시한다.

선물 공세에도 적극적이었다. 김씨가 경찰에 진술한 내용을 보면 이 부장검사는 IWC 등 고가 시계와 자녀 학원비 등 2000만~3000만원 상당 금품을 받았다. 배 총경은 비싼 넥타이·벨트 등을, 이 전 위원은 수백만원 상당의 골프채, 엄 앵커는 아우디 차량 등을 각각 받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특검에겐 지난해 12월 1억원이 훌쩍 넘는 포르쉐 '파나메라4' 차량을 제공했다. 

몇몇은 해명을 내놓았다. 박 특검은 포르쉐는 잠깐 빌린 차량이고, 대여비로 250만원을 전달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급 시점이 빌린 뒤 3개월 뒤라 오히려 의혹이 확산됐다.

이쯤 되니 궁금해진다. 비싼 선물을 턱턱 받았던 이들은 정말 김씨에게 속은 걸까, 아니면 속는 척 잇속을 챙긴 걸까.

김씨를 한 차례 만나기는 했지만 바로 인연을 끊었다는 홍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처음 만나 포르쉐·벤틀리 등 차가 다섯대나 있다고 스마트폰을 보여줄 때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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