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논란]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규제, 10년 만에 폐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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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1-07-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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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야 구분없이 폐지, 규제 완화 법안 연이어 발의

  • 김부겸 총리, 규제 개선 과제에 셧다운제 포함

  • 셧다운제 폐지 국민청원 나흘 만에 6만6000명 동의

  • 여가부도 실효성 논란 인정..."국회 논의과정에 협조"

마이크로소프트 샌드박스형 게임 '마인크래프트' 이미지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제공]
 

한국의 대표적 ‘갈라파고스 규제(국제적 흐름에 벗어난 규제)’로 손꼽히는 ‘게임 셧다운제’가 시행 10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국회에선 셧다운제 폐지 법안이 연이어 제출됐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규제 개선이 시급한 15개 과제에 셧다운제를 포함시켜 폐지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계정 시스템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한국에만 성인 인증을 요구했는데, 그 원인으로 셧다운제가 지목되자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셧다운제는 모바일게임이 주류인 현재의 게임 이용환경을 담지 못하고,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한다는 근거도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야 의원, 셧다운제 폐지, 완화 법안 발의...김 총리 '규제 챌린지'에도 검토 대상으로
7일 국회와 게임업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연내 셧다운제 규제가 완화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셧다운제 폐지 혹은 규제 완화를 담은 법안이 발의되고 있고, 정부도 셧다운제 규제 개선 의지를 보여서다.

지난 5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셧다운제 폐지를 골자로 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이와 같은 내용의 법안을 내놓았다. 나흘 후인 29일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모가 허용하면 자정 이후에도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완화 법안을 발의했다. 이들 의원은 공통적으로 셧다운제에 대해 “국가가 나서서 금지할 게 아니라 가정에 맡겨야 할 영역”이라고 입을 모은다.

허은아 의원은 지난달 24일 대정부질문에서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또 다른 세상과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는 것이 더 익숙해지고 있고 게임의 인식과 위상이 바뀌고 있는데, 10년 전 시행된 인터넷 PC게임 셧다운제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용기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10년 가까이 구속하고 억압해왔던 강제적 정책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셧다운제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해외보다 과도한 규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규제 챌린지’를 지난 6월 시작, 15개 과제 안에 셧다운제를 포함했다. 김 총리는 향후 규제 내용과 해외 사례, 규제 완화 시 파급효과 등을 검토해 개선 여부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개선 여부가 결정되면 연내 제도개선을 완료하기 위한 법령 개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 총리는 “해외에 없는 규제를 적극 해소해 세상의 변화에 정부가 제때 대응하지 못해 느끼는 기업들의 애로와 답답함을 풀어보겠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김 총리는 해외보다 과도한 규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규제 챌린지’를 지난 6월 시작, 15개 과제 안에 셧다운제를 포함했다. [사진=연합뉴스]

셧다운제 실효성, 효과성 논란 여전...여가부 "국회 논의과정에 협조할 것"
셧다운제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의 PC온라인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규제다.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막고, 수면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2011년에 도입됐다. 그러나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마인크래프트의 계정 시스템을 통합, 보완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커졌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셧다운제가 적용되는 시간에 특정 연령대를 차단하는 한국용 서버를 별도 구축하지 않고, 만 19세 이상의 성인 계정만 받겠다고 방침을 바꿨기 때문이다. 12세 이용 등급 판정을 받은 게임이 셧다운제로 인해 사실상 성인 전용 게임이 된 셈이다. 셧다운제를 폐지하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게시 4일 만에 6만6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마인크래프트로 청와대를 보여줬던 메타버스 선진국이 해외에 나라 망신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셧다운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10년간 제기됐다. 먼저 현재의 게임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셧다운제는 PC온라인게임, 콘솔 플랫폼의 온라인 서비스에 적용된다. 오프라인 기반의 싱글플레이 게임은 규제하지 못하고, 모바일게임도 적용 대상이 아니다. 지난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7조2679억원으로, 국내 전체 게임 시장의 절반(약 16조원)에 달한다. 이에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모바일게임을 주요 매출원으로 키울 정도로 모바일게임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외에도 셧다운제는 해외 게임사를 규제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셧다운제가 청소년 게임중독 완화, 수면권 보장이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효과가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2020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1차)’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게임 이용시간과 수면시간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장기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 측은 “셧다운제는 수면시간을 방해한다는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해당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게임 이용자들도 수면시간과 게임 이용시간은 의미 있는 상관성이 없었다”며 “모바일기기가 보급된 상태에서 온라인게임만 제한하는 제도는 실효성과 효과성 측면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인크래프트가 셧다운제에 관한 찬반 논란의 중심에 서자 마이크로소프트는 6일 "기존 청소년 이용자는 물론 만 19세 미만 신규 가입자를 위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하반기 중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성가족부 또한 "그간 제도의 실효성 등 여러 문제 제기가 있었고 모바일 게임 이용 증가 등 환경변화에 따라 변화를 위한 시도를 했으나 이루어지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최근 게임 이용 환경이 변화하고 셧다운제 폐지, 부모선택제 도입 등의 법안이 발의된 만큼, 국회 논의과정에서 청소년 보호와 다양한 집단의 의견이 균형 있게 충분히 논의될 수 있도록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마인크래프트는 모장 스튜디오가 2009년에 발매한 샌드박스형 게임으로, 가상 세계에서 정육면체 블록을 활용해 건물을 짓는 등 정해진 목표 없이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어 ‘디지털 레고’로 불린다. 전 세계 이용자 수가 1억2600만명에 달한다. 아이들의 놀이나 오락 용도뿐만 아니라 교육용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일부 초등학교에선 역사, 과학, 수학, 미술, 영어, 코딩 등 여러 수업에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 모장 스튜디오를 25억 달러(약 2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규제(국제적 흐름에서 벗어난 규제)’로 손꼽히는 ‘게임 셧다운제(이하 셧다운제)’가 시행 10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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