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북·​중의 시선] 내년 대선주자들 '미국 찬스' 잡을 준비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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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논설고문, 호서대 벤처대학원 초빙교수
입력 2021-07-0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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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의 파격선물' 과학기술, 우주개발 살릴 분, 누구?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21일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4월 28일 워싱턴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미·일 정상회담을 갖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도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이외에도 동중국해에서의 현상 변경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구축하려는 동북아 정치·경제의 새 질서는 중국과 한국, 일본을 분리시키는 것일까. 본지는 바이든의 새로운 동북아 구상을 진단하는 전문가 7인의 릴레이 칼럼을 준비했다. 최종회는 박승준 본사 논설고문이 맡았다. 박 고문은 조선일보 홍콩특파원과 베이징 특파원을 거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호서대 벤처대학원 초빙교수로 중국의 첨단산업 발전 전략을 강의하고 있다. <편집자 주>
 

박승준 논설고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으로 외국 정상을 초청해서 회담을 가진 것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이 첫 번째와 두 번째다. 바이든은 유럽과 중동 정상들에 앞서 한국, 일본 정상을 워싱턴으로 초청하는 외교적 행동을 보여주었다. 바이든과 스가 사이의 미·일 정상회담이 발표된 직후인 4월 14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일 정상회담 전망 기사에 '바이든의 중국에 대한 논리(China Rhetoric)가 일본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제목을 달았다. 바이든이 중국을 국제사회 최고의 위험 요인으로 판단하고 가장 먼저 일본에게 압박행동에 보조를 맞추라고 요구하는 점이 일본을, 중국을 수출 1위 대상국으로 삼고 있는 일본을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시장이 기업 전체 매출의 5분의1을 차지하는 일본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은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중국과의 경쟁에 일본을 우선 끌어들이려 하는 행동을 ‘후미에(踏み繪·그림밟기)’에 비유했다. “미국이 일본에 충성도 테스트를 하려는 생각인데, 일본은 절대로 ‘후미에’를 밟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후미에’란 기독교가 일본에 전파되기 시작하던 17세기에 바쿠후(幕府) 초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기독교 포교 금지령을 발표하고, 2대 쇼군 도쿠가와 히데타다(德川秀忠)가 기독교도를 가려내서 처벌하기 위해 만든 장치였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상을 동판에 새겨넣고 기독교인으로 의심되는 외국인들에게 밟고 지나가게 해서,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이면 체포해서 처벌하던 장치였다. 바이든이 스가 총리를 외국정상 가운데 가장 먼저 워싱턴으로 불러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일본 막부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후미에를 거꾸로 바이든이 스가 일본 총리에게 적용해서 중국을 적으로 간주하는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과 중동국가 정상들을 제쳐놓고 스가 일본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을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에서 굳이 첫 번째와 두 번째로 워싱턴에 초청해서 직접 대면 회담을 한 결과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바이든이 후미에 방식으로 한국과 일본의 중국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확인했다는 흔적이 기록됐다. 특히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문 대통령이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진 후 처음으로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한다”고 바이든과 합의했다는 사실이 기록된 점이 바로 그 부분이다. “우리의 핵심이익이 걸려 있다”고 중국이 늘 강조해온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문제를 문-바이든 공동성명에서 명시한 데 대해 중국 외교부는 즉각 “한국은 불장난을 하지 말라(不要玩火)”고 경고하고 나섰다.

주목해야 할 것은, 문-바이든 공동성명의 뒷부분에 한·미 과학기술과 첨단산업 발전에 대한 협력과 파트너십에 대한 비교적 상세하고 긴 내용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중국의 얼굴 밟기를 해준 데 대해 바이든이 제공하는 선물 리스트를 공동성명의 뒷부분에서 보여주려 했던 것일까? “기술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한·미 공동의 안보번영 증진을 위해 핵심 기술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시작하는 공동성명의 후반부에서 한·미 정부는 △바이오와 백신 산업 △Open-RAN(개방형 무선 접속망) 기술을 바탕으로 한 5G와 6G 네트워크 개발 협력 △반도체와 차세대 EV(전기자동차) 배터리, 수소에너지 △AI(인공지능) △양자(量子·Quantam) 컴퓨팅 분야에서 기술 혁신과 파트너십 발전을 약속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분야는 한국과 대만이 파운드리 분야에서 강한 반면, 미국은 반도체 디자인에 관한 최대의 원천 기술 보유국이라는 점에서 우리 반도체 산업의 앞날에 밝은 전망을 열어준 것을 이번 한·미 정상 공동성명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미개발 분야이고, 미국이 중국과 맹렬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AI와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기술 협력과 파트너십을 약속한 것은 별다른 준비가 없던 우리에게 커다란 선물을 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바둑 경기를 통해 널리 알려진 AI분야와, 거의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전자 컴퓨터 시대에서 양자 컴퓨터 시대로의 전환을 맞이하고 있던 우리로서는 과학기술과 첨단산업의 추가 발전 가능성을 확보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진단된다. 특히 금융산업의 온라인화에서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패스워드의 암호화 분야에서 미래가 걸려 있는 분야가 양자 컴퓨팅분야이며, 양자 컴퓨팅 개발전쟁에서 미국, 중국은 현재 누가 우위를 선점하느냐를 놓고 맹렬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양자 컴퓨팅 연구에서 기회의 문이 열린 셈이어서 우리 과학기술과 첨단산업 발전의 앞날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공동성명에서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민간 우주 탐사, 과학, 항공 연구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약속하고, 한국의 아르테미스 조약(Artemis Accord) 서명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명시한 부분은 우리에게 우주항공산업의 미래 문을 열어주는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된다. 아르테미스 약정이란 달이나 화성 등 지구 밖 행성에 인간이 살 수 있는 기지를 건설하는 사업에 공동참여하는 약정으로, 그동안 우리는 별다른 준비를 해오지 않은 분야이다. 이 분야에는 최근 중국이 달의 이면에 탐사 장비를 착륙시키는가 하면, 달 표면에서 샘플을 채취해서 지구로 돌아오는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화성 표면에 대한 탐사 장비 운행에서도 중국이 미국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상황이다. 문-바이든 공동성명에서 미국 측이 한국의 아르테미스 약정 가입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은 미국이 우주개발과 외계에 인류의 거주 가능 환경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에 한국을 포함시키기로 했다는 것으로, 앞으로 우리의 우주·항공 산업 발전에 획기적인 모멘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우리 군의 미사일 연구개발에서 사거리 제한을 푸는 데 한·미 정부가 합의한 사실은 중국과 북한군이 유사시 우리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려 할 경우 아무런 BOP(Balance of Power · 힘의 균형) 장치를 보유하고 있지 못하던 우리로서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군사적 수단을 확보하게 된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국제정치적인 관점에서 보면, 1945년 2차대전 종전과 함께 소련과 중국을 주축으로 하는 사회주의권과 미국과 유럽을 주축으로 하는 자본주의권 국가들이 두 진영으로 나뉘어 벌이는 냉전(Cold War)이 시작됐고, 그 냉전의 결말은 두 진영 사이의 경제발전 수준이 크게 달라진 결과 1990년 초에 사회주의권 정치제도가 붕괴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그런 국제환경에서 한국은 미국의 영향력이 미치는 자본주의권에 편입됨으로써 빠른 경제발전의 바탕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번에 바이든이 중국과의 신냉전을 본격적으로 벌이는 과정에서 한국을 G7과 D10(민주국가 10개국)을 주축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 그룹에 포함시키기로 한 결정을 내리고, 이번 문-바이든 공동성명에 그런 표현을 담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정치에서는 내년 3월의 차기 대통령 선출을 위한 준비과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여야에서 여러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들 후보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집권 여당의 대통령이 지난 4년간의 대미 관계 기조를 완전히 바꾸어놓게 된 흐름의 밑바닥에 무엇이 있는지를 주목해봐야 할 것이다. 문-바이든 공동성명의 뒷부분, 즉 과학기술과 첨단산업, 우주개발 파트너십 합의 부분이 앞으로 우리 정치경제의 운명에 중대한 상황변화를 가져다줄 중요 요소임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또 이 부분이 제대로 실현돼야 바이든 미 대통령이 그리고 있는 국제 정치경제의 구조변화에 우리가 제대로 올라탈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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