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삼매경] 왜 전기차 배터리 용량은 실제와 다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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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1-06-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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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테슬라를 필두로 BMW, 아우디 등 세계적 브랜드들이 앞다퉈 전기차(EV)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국내 1위 업체인 현대차그룹도 최근 전용 플랫폼을 탑재한 아이오닉5를 출시했고, 기아도 EV6를 출격하며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를 제조사들은 실제 에너지 용량과 다르게 표기, 판매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연 제조사의 실수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오늘도 국내 3대 배터리 제조사 가운데 ‘배터리 프로(배프로)’를 지향하는 삼성SDI의 도움으로 ‘배터리 삼매경’에 빠져보려 합니다.
 

현대차가 출시한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차 제공]

 
셀→모듈→팩 3단계 거쳐 전기차 배터리로 탑재

앞서 의문을 해결하려면 일단 전기차의 에너지 용량 계산법을 알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기차 배터리의 3대 요소인 셀, 모듈, 팩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선 전기차 속 배터리 형태를 들여다볼까요. 흔히 스마트폰에 탑재된 배터리 수천 개가 탑재되지 않았을까 상상할 수 있는데요. 실제 전기차를 해체해 보면 실망(?)스럽게도 하나의 커다란 배터리만 덩그러니 있습니다.

이 하나의 커다란 배터리를 ‘팩(Pack)’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팩을 열어보면 ‘모듈(Module)’이 있고요. 바로 이 모듈 속에 우리가 흔히 배터리라고 부르는 ‘셀(Cell)’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제조사 입장에서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배터리 셀은 두 번의 변신을 거쳐 팩이 되고, 최종적으로 이것이 자동차에 장착됩니다. 셀(Cell) - 모듈(Module) - 팩(Pack) 순서를 거쳐서 말이죠.

그럼 셀은 어떻게 모듈로 1차 변신할까요? 적게는 12개에서 많게는 48개까지 셀을 모아 모듈로 만들고, 이 모듈들을 모은 것이 팩이 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셀', '모듈', '팩'은 쉽게 배터리를 모으는 단위로 생각하면 되겠네요.

그런데 이런 셀과 모듈의 개수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배터리 제조사의 고객(완성차 업체 등)이 요구하는 사양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바뀝니다. (역시 손님이 왕….) 아무튼 셀과 모듈 등은 고객 맞춤형으로 여러 조합 형태로 구성됩니다.

예를 들어,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BMW i3에는 총 96개의 셀이 탑재됩니다. 셀 12개를 1개의 모듈로 묶고, 8개 모듈을 모은 하나의 팩이 탑재돼 있습니다.

 

전기차용 배터리 구성도. [사진=삼성SDI 제공]

 
셀, 에너지밀도 높아야... 모듈은 외부 충격 강해야, 팩은 온도관리가 핵심

배터리의 가장 기본이 되는 셀은 자동차 내 제한된 공간에서 최대한의 성능을 발현할 수 있도록 단위 부피당(또는 무게당) 높은 용량을 지녀야 하는데, 이것을 부피당(또는 무게당) ‘에너지밀도’라고 합니다.

전기차 배터리의 셀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것보다 훨씬 수명이 길다고 하네요.(당연히 그래야지, 차 가격이 수천만 원인데….) 주행 중 전달되는 충격을 견디고 저온과 고온에서도 문제없을 만큼 높은 신뢰성과 안정성이 중요합니다.

모듈은 배터리 셀이 열과 진동 등 외부 충격에서 좀 더 보호될 수 있도록 강건한 프레임으로 돼 있어요. 여기에 셀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배터리관리시스템) 등을 붙여서 만들어집니다.

최종 탑재 형태인 배터리 팩은 모듈 여러 개를 모아 모듈에서 보내온 배터리 셀 온도나 전압 등을 관리해 주는 ‘마스터(Master) BMS’가 탑재돼 있습니다. 여기에 냉각장치 및 각종 제어 시스템 등도 장착됩니다.

 

BMW i3 하부에 탑재된 배터리 '팩'. [사진=삼성SDI 제공]



그렇다면 애초 첫 질문이었던 전기차의 에너지 용량은 과연 어떻게 계산하는 것일까요?

BMW i3를 예로 들면, 앞서 설명한 대로 BMW i3에는 120Ah 용량의 배터리 셀이 96개가 탑재됐죠. 이를 전기차 에너지 용량으로 환산해 보면, 120Ah ⅹ 약 3.7V(리튬이온배터리의 평균 전압)ⅹ96개 = 42.6kWh로 계산됩니다.

근데 실제 BMW i3 제품 제원에는 37.9kWh로 표시돼 있네요. BMW 직원들이 바보라서 계산을 잘못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 실수라면 소송감이죠.)

이는 어떤 IT 기기든 ESS(에너지저장장치), 전기차 등 모든 배터리 제품이 모두 에너지 용량의 마진을 가져가고 있고, 가져가야 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배터리로 가동되는 각 부품 사이의 노이즈(잡음)가 얼마나 발생하고 간섭작용을 할지, 혹여 외부의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에 배터리의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마진이 필요한 것이죠.

삼성SDI 배 프로님은 “전기차의 경우는 비상사태 및 BMS 오차 등을 고려해 배터리 충전율을 약 70~90%로 운영하고 있고, 스마트폰 또한 노이즈 관리 등의 목적으로 약 90% 이하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하네요. 이로 인해 같은 배터리라도 이를 활용하는 회사별로 마진율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이런 가운데 전 세계 전기차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어 제조사 입장에서는 배터리 '셀'의 지속적인 발전과 함께 '모듈'과 '팩' 기술 향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셀' 성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모듈'과 '팩'을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설계하고 구성하느냐까지도 고민을 하는 것이죠. 국내 배터리 3사의 혁신과 선전을 응원하며…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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