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라이시 당선, 중단된 이란 핵합의 협상… 유가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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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6-2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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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 라이시 당선 확정 하루 만에 열려

  • 협상단, 본국과의 조율 이유로 협상 중단… 재개 시기 미정

  • 러시아 대표 "최종 결정 위한 휴식기… 7월 중순 타결될 듯"

  • "유가, 협상 결과 상관없이 수요 증가에 오름세 이어갈 듯"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강경파' 후보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의 당선 확정 후 열린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일시 중단되면서 국제 유가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단(영국·프랑스·러시아·독일·중국)이 이날 빈에서 열린 협상에서 본국과의 조율을 이유로 회의 중단을 선언하고, 협상 재개 시기도 정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2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당사국 회담 모습. 이날 이란과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등 당사국들은 빈에서 접촉 후 본국과의 조율을 이유로 일단 회의 중단을 선언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블룸버그는 특히 이날 협상이 이란 대선의 '강경파' 후보 라이시가 대선 승자로 선언된 지 하루 만에 열렸다는 점을 강조하며 "협상단이 지난 4월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을 시작한 이후 협상 재개일을 정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라고 설명했다.

이어 "라이시의 승리가 미국을 이란 핵합의에 복귀시키려는 (협상단의) 노력을 방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테헤란(이란)의 정권 교체는 외교를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라이시 당선자는 지난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지정한 제재 대상으로 이란 측은 핵합의 복원 합의의 일환으로 라이시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란 측 협상 대표인 압바스 아락치 외무부 차관은 "우리는 지금 어느 때보다 (협상) 타결에 근접했다"면서도 "타결까지의 거리가 남아 있고, 이를 연결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20일) 테헤란(이란의 수도)으로 복귀한다"고 이란 국영TV에 밝혔다.

협상 대표단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이란과 접촉 중인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미국 ABC 방송과 대담(인터뷰)에서 "이란과 당사국 간에 제재와 이란의 준수사항 등 핵심 이슈에 관해 좁혀야 할 거리가 상당하다"라며 "이란에 대한 제재 중 어떤 것을 풀 것인지가 아직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만약 협상단이 이번 주 내 협상 타결이라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면 (협상의) 초점이 오는 24일로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진단했다. 이란은 지난 5월 22일 종료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임시 핵사찰 협정 기한을 오는 24일까지 한 달간 연장한 바 있다. 이란은 앞서 핵합의 협상에 진전이 없자 예정대로 IAEA의 임시 핵사찰을 종료한다고 밝혔다가 IAEA와의 논의 끝에 한 달 연장에 합의했다.

이란 체제상 국가 중요 안보·외교 사안에 대한 결정권은 대통령이 아닌 최고지도자에게 있기 때문에 이란 핵합의 협상이 계속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라이시 당선에 따라 미국의 우방국인 이스라엘이 어떤 반응을 나타낼지가 변수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TV 중계된 각료회의에서 "라이시가 자유로운 선거가 아닌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뜻에 따라 선출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라이시 당선은 세계 강국들이 핵합의 복원 이전에 현실을 자각하고 그들이 누구와 함께 일하는지를 깨닫는 '마지막 경고음(final wake-up call)'이 될 것"이라며 "잔혹한 사형집행인의 정권이 대량파괴무기(핵무기)를 갖게 해서는 안 된다"라며 라이시 당선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이 19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선 당선인과 회담 후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라이시의 승리가 이란 핵합의 협상 타결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라이시의 당선이 핵합의 복원 협상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라이시 당선인 취임 후 이뤄질 강경파 중심의 정권 교체 전에 협상 타결에 속도를 낼 거란 얘기다. 라이시 당선인은 오는 8월 3일 하산 로하니 대통령 퇴임 이후 새로운 이란의 대통령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미하일 울리야노프(Mikhail Ulyanov) 이란 핵합의 러시아 대표는 "이번 6차 협상을 포함, 그동안 열린 협상에서 이뤄진 중요한 진전 사항을 확인하고, 협상 참여국들이 논의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을 갖기로 했다"며 각국의 협상 대표들이 약 10일 뒤에 다시 빈에 모여 논의에 나서고, 7월 중순까지 협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CNBC에 전했다.

한편 라이시의 승리, 이란 핵합의 중단 등 각종 변수에도 원유 시장은 현재의 오름세를 유지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둔 카마르에너지의 로빈 밀스 대표는 "만약 이란 핵합의 협상이 타결되면 이란산 원유는 시장에 단계적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이란산 원유 수출 제재 해제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란 석유산업 전문가인 사라 바크쇼우리 SVB 에너지인터내셔널 사장도 "핵합의 협상이 다시 체결되더라도 미국과 유럽 기업이 이란 석유 산업에 투자할 가능성은 낮다"라며 "이란 새 행정부는 투자 대가로 중국에 대한 지속적인 석유 판매를 선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올해 말까지 원유 시장의 수요가 하루 평균 150만 배럴로 공급을 웃돌 거란 점을 고려하며 (핵합의 협상 타결로 수출이 재개된) 이란의 원유는 자연스럽고 쉽게 시장에 흡수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20일(현지시간) 기준 최근 한 달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가격 추이. [사진=인베스팅닷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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