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로 돌아선 연준, 신흥국 긴축 압박 더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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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6-1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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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MC 점도표, 2023년 기준금리 인상 시사

  • 기존 예상보다 1년 빨라져…저금리 종료 예고

  • 신흥국, 조기 긴축에도 자금유출·인플레 여전

​신흥국의 통화 긴축 시계 시침이 한층 빠르게 움직일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에 따른 물가상승(인플레이션) 공포가 여전한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미국의 통화긴축 신호가 예상보다 빨리 포착됐다는 이유에서다.

기축통화 달러를 찍어내며 사실상 '세계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자산매입축소(테이퍼링), 금리인상 등 통화긴축 행보는 달러화 강세, 신흥국의 자금유출과 통화가치 하락을 촉발한다.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의 예상보다 이른 자산매입축소 계획 발표에 신흥국 중심의 긴축발작(데이퍼 텐트럼)이 발생했고, 세계 금융시장이 공포에 떨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1년 앞당겨진 금리인상 전망··· "저금리 시대 종료 임박"

연준은 16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낸 성명에서 기존의 제로금리(0.0~0.25%)와 1800억 달러 규모의 자산매입 계획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3월보다 상향 조정하며 경기회복과 물가상승에 따른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이 담긴 점도표(dot plot)에서 2023년 두 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FOMC) 점도표는 미래 금리 변동을 예측할 수 있는 좋은 지표가 아니다. 지나치게 불확실하다. 예측 가능한 훌륭한 지표는 없다"며 점도표에 담긴 조기 금리인상 신호에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세계 각국 경제전문가들은 물론 정부도 연준이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있어, 파월 의장이 '불확실하다'는 FOMC 점도표는 중요하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

6월 FOMC 점도표에 따르면 FOMC 위원 18명 중 13명이 2023년 금리인상 전망에 표를 던졌다. 특히 이 가운데 11명은 두 차례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지난 3월 점도표에서 2023년 금리인상을 예상한 FOMC 위원은 7명이었다. 2022년 금리인상을 예상한 FOMC 위원 수도 지난 3월의 4명에서 7명으로 늘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기존보다 1년이나 앞당긴 것으로 풀이돼 연준의 제로금리 시대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려가 한층 짙어졌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인플레 해결도 못했는데··· 신흥국, 긴축 속도 더 내나

올해 초부터 연준의 조기 금리인상 불안감이 제기된 만큼 신흥국들은 그간 연준보다 한 걸음 앞서 긴축에 나서며 자국 통화가치 하락과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비해 왔다.

러시아, 브라질, 터키 등 주요 신흥국들은 연초부터 물가 급등에 경고음을 내며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 3월을 시작으로 올해 세 번째 금리인상을 결정했다. 브라질 중앙은행(BCB)은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의 3.5%에서 4.25%로 0.75% 포인트(p) 올렸다. 브라질 기준금리는 2015년 7월 이후 약 6년 만에 2%에서 2.75%로 올랐고, 지난달 초에도 3.50%로 상향 조정됐다.

브라질의 연이은 금리인상은 예상외로 빠른 속도의 물가상승 압력 때문이다.

브라질은 지난해 물가상승률 4.52%로 2016년(6.19%) 이후 4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올해 1~5월 누적 상승률은 3.22%, 지난달 기준 최근 1년간 누적 상승률은 8.06%로 집계됐다.

바이클레이즈의 로베르토 세셈스키 경제학자는 "(브라질) 소비자 물가에 대한 전망은 지난달 회의 때보다 더 나빠졌고, 인플레이션 전망도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며 "금리인상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도 지난 3월부터 금리인상에 나섰고,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코로나19 이전 수준(6.0%)에 근접한 5.50%까지 올렸다. 엘비아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연간 목표치 4%를 크게 웃돌고 있다는 점을 금리인상 배경으로 설명하고, 내달 23일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예고하기도 했다. 터키 중앙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10.25%에서 19%까지 올렸다.

신흥국의 연이은 금리인상에도 물가상승세는 계속됐고, 자금유출 움직임도 더 거세졌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달 아시아 신흥국의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금 5억 달러가 순유출됐다. 아시아 신흥국 시장에서의 외국인 투자금 순유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의 조기 긴축 시사는 신흥국의 긴축 움직임을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일본 닛케이아시아는 연준이 세계적 대유행 이후 첫 금리인상 시기를 2023년으로 예고했다며 "금리 스프레드(금리격차)는 향후 자본 이동에 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 자본유출을 막기 위한 신흥국의 긴축 압박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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