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나라 일본 나라] 일본 수소로드, 석탄 발전소를 암모니아 발전소로...'녹색 수소 사회' 실현할까?

최지현 기자입력 : 2021-06-17 06:00
암모니아 연료 발전으로 수소에너지 전환 박차 기존 화력발전소 자산 유지 가능해 손실 최소화 암모니아 연료 수급 위해 사우디와 공급망 구축
일본 정부가 수소를 암모니아로 재가공한 연료를 전면에 도입해 오는 2050년 '탄소중립(온실가스 순배출량 0)'과 '녹색수소 사회' 목표를 동시에 달성한다는 야심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 정부의 수소에너지 전환 계획 중 암모니아 연료 발전 방안을 자세히 소개했다.

신문은 "일본은 대부분의 국가가 너무 비싸고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포기해왔던 수소에너지를 채택했다"면서 "이에 성공한다면 일본은 1970년대 당시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을 개척했던 것처럼 향후 국제 수소연료 공급망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는 석유와 석탄 산업 수준의 규모로 커질 수 있는 유망한 신에너지 산업"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WSJ은 일본의 수소에너지 도입 계획이 향후 신재생에너지 시대에 자국의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한 행보 중 하나라고도 지적했다. 중국이 세계 태양광 패널 공급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전기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설비의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는 수소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블루 암모니아 공급망.[출처=아람코, 그래픽 수정=아주경제DB]

 
◇암모니아 발전, '2050년 탄소중립·그린수소 사회' 위한 비밀 전략

지난해 12월 25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2050년 탈탄소 사회 실현을 위한 녹색성장 전략(그린 리커버리·Green Recovery)'을 발표했다. 이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고 자국의 에너지 정책을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지 않는 전력원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당 계획은 전체 전력원의 50%를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목표 외에도 오는 2030년까지 수소연료 이용량을 연간 300만톤(t), 2050년까지는 전체 전력 비중의 10%를 차지하는 연간 1000만t으로 높이는 등 수소에너지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미 2017년부터 '2050년 수소사회 실현'이라는 청사진을 내놓은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특별히 '수소 서플라이 체인(공급망)'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수소의 저장·운송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 때문인데, 현재 주로 활용하는 고압의 기체 수소 운송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들면서도 저장량은 적고 폭발 위험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대용량의 수소를 저장하고 운송하기 위한 별도의 기술을 개발 중인데, 크게 △액화수소(LH2) △액체 상태로의 운반을 더 용이하도록 하기 위해 메틸사이클로헥산(MCH) 형태로 재가공한 액상 유기수소운반체(LOHC) △액상 암모니아 등의 세 가지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 중 일본 정부는 LOHC와 액상 암모니아 방식의 수소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15년부터 호주·브루나이와 액상 유기수소운반체(LOHC) 방식의 수소연료 공급망 실증 사업에 착수한 상태며, 암모니아연료의 경우 지난해 10월 일본 경제산업성과 발전사업자가 '암모니아연료 도입 민관협의회'를 공동으로 구성하고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액상 암모니아 방식은 액화수소와 LOHC보다 경쟁력이 있고 더 현실적인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암모니아(NH3)는 수소 분자(H2) 1.5개를 포함하고 있어 액화수소나 LOHC와 비교했을 때 같은 부피 대비 수소를 1.5배가량 더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다.

또한 수소 자체와 비교했을 때 쉽게 액화할 수 있는 암모니아는 폭발 위험성이 적고 안전성이 높은 데다, 이미 세계적으로도 비료 용도 등으로 수입·수출 거래가 활발해 생산시설과 운반선 등의 기반시설(인프라)이 갖춰져 있어 경제성을 확보하기 용이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아울러 암모니아를 분해할 경우 수소(H2)와 질소(N)만을 생성할 뿐 이산화탄소를 완전히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에 부합한다는 점도 탄소중립 시대에 적합한 연료로 꼽히는 이유다.
 

도쿄전력홀딩스와 주부(中部)전력의 공동 출자회사인 제라(JERA).[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석탄 발전소를 암모니아 발전소로'...휘청이는 도쿄전력도 구할 묘안

WSJ은 일본 정부가 암모니아 연료 방식에 주목하는 또 한 가지 이유를 제시하는데, 이는 기존의 화력발전소를 암모니아 화력발전소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폐기해야 하는 기존의 석탄, 석유, 천연가스 화력발전소를 암모니아 연료 연소 방식으로 개조할 경우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전환 계획의 핵심에는 바로 도쿄전력홀딩스와 주부(中部)전력의 공동 출자회사인 제라(JERA)가 있다.

도쿄전력의 경우, 동일본 대지진 당시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재정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기존의 화력 발전소 전체를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로 전환할 만한 비용 측면의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도쿄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전력을 책임지는 도쿄전력이 에너지 전환 시도를 실패한다면, 향후 일본 전체가 사용하는 전력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에 공백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이 공백을 줄이기 위해 도쿄전력 발전 자산의 3분의1을 JERA로 이전했고, JERA는 지난해 10월 암모니아연료 도입 민관협의회와 함께 이를 향후 암모니아 연료 발전소로 개조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JERA는 일본 요코하마에 소재한 중공업 기업인 IHI와 함께 20%의 암모니아를 천연가스와 혼합한 물질을 연소하는 가스 터빈을 개발한 상태다.

이에 JERA는 당시 민관협의회 보고서를 통해 1GW(기가와트) 규모의 석탄 화력발전소에 암모니아 20%를 혼합해 연소할 경우 발전기 1기당 약 50만t의 암모니아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현재 일본에서 연간 소비하는 암모니아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로, 이를 통해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100만t을 감축할 수 있다.

아울러 회사는 20% 암모니아-가스 혼합 발전을 일본 전역의 대규모 발전시설로 확대할 경우 연간 암모니아 수요량은 현재 전 세계가 매년 소비하는 규모인 2000만t에 달하며, 100% 암모니아 연료를 사용한다면 연간 1억t의 암모니아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 암모니아-천연가스 혼합물을 시험 발전 중인 일본 아이치현 헤키난 화력발전소.[사진=JERA 누리집]

 
◇'블루 암모니아 공급망'...사우디와의 협력 구축으로 경제성 확보

다만, 현 시점에서 암모니아 연료 도입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성이다. WSJ은 일본에서 순수 수소로 전기를 생산할 때 비용을 천연가스 발전이나 태양열 발전보다 8배, 석탄 화력 발전보다 9배 더 비싼 수준으로, 20% 비율의 암모니아-가스 혼합물 역시도 석탄 발전보다 24%의 추가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정했다.

JERA에 따르면, 석탄 화력의 발전 단가는 킬로와트(kWh)당 10.4엔(약 106원) 수준인 반면, 20% 암모니아 혼합물을 이용한 경우의 비용은 kWh당 12.9엔이다.

이에 대해 민관협의회는 정부 지원을 통해 비용 차이를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했으나, 향후 100% 암모니아 연료로 대체할 경우에는 암모니아 수송 단가에 따라 kWh당 23.5~97.3엔까지 추산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암모니아 단가를 낮추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따라서 일본의 관계 기관은 암모니아의 대량 생산·운송을 실현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사우디는 암모니아 연료의 미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주요 국가 중 하나로, 지난 2017년 발표한 메가 시티 건설 계획인 '네옴(NEOM)' 사업의 일환으로 대규모 그린수소 제조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네옴 사업 전체 투자분(5000억 달러·약 559조원) 중 50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의 에어프로덕츠와 함께 전 세계 최대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 완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해당 사업은 자국에 설치한 4GW의 태양열·풍력 발전설비에서 생산한 전력을 활용해 하루 650t의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재가공해 연간 120만t 암모니아를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일본 정부 역시 해당 계획의 협력국가로 참여하기 위해 경제산업성의 지원을 바탕으로 미쓰비시 중공업과 일본의 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업인 JGC 홀딩스가 아람코와 사우디 국영 석유화학 회사인 사빅과의 '블루 암모니아 공급망 시범 사업(Blue Ammonia supply chain Demonstration project)'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사우디가 제조한 암모니아를 일본으로 수송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9월 이미 40t의 암모니아를 일본으로 수송해온 상황이다. 이를 위해 가와사키 중공업, 도요타, 일본 3대 선사 중 하나인 닛폰유센(NYK) 등은 액화 수소·액상 암모니아 운반선, 저장 플랜트, 발전용 가스터빈 등의 관련 설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에 들어설 사빅의 암모니아 생산시설 모습.[자료=사빅 누리집]


  • 아주경제 공식 카카오채널 추가
  • 아주경제 공식 유튜브 구독
  • 아주TV 공식 유튜브 구독
  • 아주TV 공식 페이스북 좋아요
컴패션_PC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