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재택근무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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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1-06-1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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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중이세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퍼진 지난해 초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다.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는 일하는 방식을 크게 바꿨다. 대표적인 게 재택근무(혹은 원격근무)다. 감염 예방을 위해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일을 해보자는 시도가 이어졌다. 인터넷이 연결되는 공간에 PC나 노트북만 있으면 그곳이 일터가 됐다. 이메일, 메신저, 화상회의 같은 협업 소프트웨어의 발전도 원격근무 확산에 힘을 보탰다.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은 지난해 초 앞다퉈 원격근무에 나섰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 기업은 마치 혁신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높아진 근무 유연성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코로나19 감염 걱정에서 자유롭고,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좋다는 의견부터 사무실 근무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부담과 피로가 줄어들어서 만족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고용노동부가 근로자들의 재택근무 만족도를 평가한 결과, 91.3%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오피스 시대의 종말이 왔다”는 급진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그러나 1년 넘게 원격근무 체제를 운용해본 기업들의 입장은 다른 모양이다. 지난해 가장 먼저 원격근무에 나선 미국의 IT 대기업들이 속속 사무실을 열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오는 9월부터 전 직원의 20%만 재택근무를 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계획과 다른 조치다. 지난해 하반기에 구글은 올해 9월부터 주 3일 출근, 주 2일 재택근무하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자, 사무실 복귀에 더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페이스북도 오는 9~10월에 단계적으로 사무실 문을 열 계획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원하면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인사평가 우수자, 고위 엔지니어 등에 한해서만 적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외에도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우버, IBM 등도 재택근무 중인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업무 생산성 관리와 소통의 어려움이다. 실제로 국내 대표 게임사인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장기화로 정상적인 게임 개발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또한 회사 업무의 상당수는 부서 간 협업이 필요한데,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을 경우 소통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정 프로젝트의 마감이 다가오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데, 재택근무가 몰입을 어렵게 한다는 주장이다.

코로나19가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근무 방식을 경험한 많은 기업과 경영진들의 인식을 바꾸긴 했지만, 재택근무가 주류가 되긴 어려울 것 같다. 재택근무가 사무실 근무보다 더 낫다는 지표는 아직 찾을 수 없다. “생각보다 일이 잘된다” 정도로는 재택근무의 지속가능성을 대변하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업무 공간과 생활 공간을 분리하는 게 업무상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걸 학습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재택근무는 업무 보조 수단 정도로만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IT모바일부 정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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