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인앱결제 강제 논란] 앱 생태계 장악 후 "수수료 30% 내라" 일방통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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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1-06-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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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10월부터 인앱결제 의무... 타 결제방식보다 수수료율 높아

  • 구글 국내 앱마켓 점유율 71%... "개방성 강조하더니 태도 돌변“

  • "정부, 국회가 나서 앱마켓 기업 갑질 규제해야" 목소리 커져

  • 국민의힘 "법 더 살펴야" 신중론... 구글 "한·미 FTA 위반 소지 있다"

  • 공정위도 중복 규제 우려... "시장지배력, 불공정행위 부분 공정법과 유사“

구글 미국 본사 전경 [사진=아주경제DB]
 

“구글의 수수료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더 큰 차원의 연합과 대중의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레지나 콥 미국 애리조나주 하원의원)

“글로벌 기업 규제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8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온라인 국제 콘퍼런스. 한국과 미국의 국회의원이 한목소리로 ‘글로벌 연대’를 외친 이유는 다름 아닌 구글의 ‘앱마켓 인앱결제 의무화’ 때문이었다.

인앱결제란 구글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앱마켓 내 결제 방식을 말한다. 이용자들이 결제에 사용할 카드 정보를 사전에 입력해놓으면 지문인식과 같은 간편 인증으로 손쉽게 결제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구글은 그동안 게임 앱에 한해 인앱결제를 강제해왔으나, 오는 10월부터 웹툰, 음원 등 모든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에 인앱결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인앱결제 시 구글이 가져가는 수수료가 30%에 달한다는 점이다. 신용카드, 체크카드, 휴대폰 결제 등 외부 결제 수단을 이용할 경우 결제 수수료가 1~3%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앱마켓 입점사는 인앱결제를 도입하면 소비자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구글보다 앞서 인앱결제를 의무화한 애플 앱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웹툰, 음원 이용권의 가격은 구글플레이보다 높다. 구글은 더 안전한 앱마켓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인앱결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며, 거둬들인 수수료를 안드로이드와 앱마켓 개선에 사용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국내 IT, 스타트업업계는 구글의 ‘일방통행’을 지적한다. 구글이 그동안 모바일 시장에서 애플보다 더 높은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던 건 개방성 때문이었는데, 이용자와 고객사를 충분히 확보하자 태도가 돌변했다는 주장이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구글의 국내 앱마켓 시장점유율은 71.2%다. 원스토어(18.3%), 애플(10.5%)의 점유율을 합친 것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도 앱마켓 수수료 30%가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정윤혁 고려대 교수가 국민 508명을 대상으로 “구글의 ‘30%’라는 수수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30.3%가 ‘매우 많다’, 34.4%가 ‘많다’, 22%가 ‘약간 많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86.7%가 구글의 수수료가 높다고 본 것이다.

이에 정부와 국회가 나서 앱마켓 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앱마켓 규제를 담은 법안 7건이 국회에 발의됐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담반을 꾸려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는 “앱마켓 사업자의 규제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다만 자율규제 형태가 가장 바람직한데, 어려우면 규제 법안을 도입해야 한다. 통상 마찰, 규제력 발동 등을 고려해 해외 규제 동향을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구글이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인앱결제 방식을 입점사에 강제하겠다고 하자, 정부와 국회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회엔 총 7건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앱마켓 사업자를 직접 규제하는 법안의 해외 사례가 전무하고, 미국과의 통상 마찰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공정거래법과 중복된다는 지적도 있어,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앱마켓 규제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처음 발의했다. 구글, 애플과 같은 앱마켓 사업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통해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홍 의원이 법안을 발의한 이후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유사한 법안을 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과 한준호 의원,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차례로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허은아·조명희 의원까지 법안을 내놓아 현재 총 7건의 법안이 국회에 올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여야 의원이 모두 유사한 법안을 내놓은 데다, 과방위 간사인 박성중 의원과 조승래 의원이 대표 발의자에 이름을 올려 앱마켓 규제법이 이른 시일 내에 통과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국민의힘 측이 법안 처리를 앞두고 돌연 ‘신중론’을 꺼내들었다. 박성중 의원은 “법 도입으로 인한 폐해를 살펴보고 (법을 통과)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후 과방위는 전문가를 초청해 공청회도 열고, 세 차례에 걸쳐 법안을 심사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가장 큰 우려는 미국과의 통상 마찰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에서 논의되는 앱마켓 규제법이 특정 기업을 겨냥하고 있는 것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글도 지난 2월 과방위에 해당 법안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일 수 있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아직 앱마켓 사업자를 직접 규제하는 법안이 전 세계적으로 전무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는 앱마켓 규제법의 실효성과 부작용 등을 참고할 사례가 없다는 의미다. 미국 일부 주에선 앱마켓 규제법이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기존 법안으로도 앱마켓 사업자를 규제할 수 있다는 주장과 연결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과방위가 심사하고 있는 앱마켓 규제법이 통과되면, 공정거래법상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불공정행위 부분과 중복 규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앱 심사 지연, 삭제행위 금지, 그 밖에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 금지, 불리한 계약 체결 금지 등의 조항들은 거래상 지위나 불공정행위 조항으로 공정거래법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며 “같은 문제에 대해 조치 기관이 달라지면 다른 법리가 적용되고, 법 위반 여부나 제재 수준이 서로 상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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