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선⑬]내가 사장인데…폐업하고 싶어도 못하는 대중골프장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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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21-06-0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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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A골프장은 회원제골프장과 대중골프장을 함께 운영 중이다. 20년이 훌쩍 넘은 기간 동안 대중골프장을 운영하다 보니 시설이 많이 낙후됐다고 판단한 A골프장은 대중골프장을 폐업하고 그 자리에 숙박시설을 포함한 새로운 문화시설 건립 계획을 추진했다. 하지만, 관할 관청의 허가 과정에서 ‘대중골프장은 폐업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사업계획을 철회해야만 했다. 1994년부터 한시적으로 회원제골프장 사업승인을 받은 사업장에 부여된 ‘대중골프장 병설 운영 의무’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A골프장 관계자는 “일몰 없는 규제가 27년간 방치되고 있는 것”이라며 “기업의 신사업 도전에 장애가 되는 규제인 데다, 다른 골프장 사업자와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없어져야 할 규제”라고 꼬집었다.

27년간 잔존하며 골프장 사업자의 발목을 잡았던 ‘대중골프장 병설 의무규정’이 삭제될 것으로 보인다. 의무규정이 사라지면 오래된 대중골프장을 운영하던 골프장 사업자의 경영 자율성이 높아져 신사업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신사업 추진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6일 중소기업 옴부즈만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고, 현재 소관위 심사를 받고 있다.

개정안의 골자는 대중골프장 병설 의무규정을 없애는 것이다. 정부는 1994년 2월 7일부터 5년간 회원제골프장을 승인받을 경우 대중골프장을 병설해 운영하거나 1홀당 일정금액을 예치하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했다. 당시 국내에 많지 않던 대중골프장을 늘려 골프를 대중화하자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1994∼1999년 조성된 회원제골프장에 대해서만 ‘만료기한이 없는 규제’를 부과했다는 점이다. 이 기간 설립승인을 받은 골프사업장은 41곳이다. 경기도에만 19개 골프장이 포함된다. 이들은 2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중골프장을 의무적으로 운영 중이다.

업계에선 관련 의무규정이 부여되던 시기와 달리 최근에는 대중골프장이 많아져 의무규정이 유지될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지적한다. 실제 국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187개에 불과하던 대중골프장은 2018년 311개로 급격히 늘어났다. 반면 회원제골프장은 223개에서 177개로 줄었다. 이용객이 대중골프장을 더 많이 선호하는 것이다. 기존 회원제골프장이 대중골프장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있다.

결국 해당 골프장은 관할 지자체와 중소기업 옴부즈만에 규제개선을 요청했다. 중기 옴부즈만은 현장실사 등을 거쳐 관련 규제를 검토한 결과 △법률 제정 취지 당시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고 △규제적용 기간 이전·이후 승인받았거나, 현재 골프장 사업을 승인받으려는 사업자와의 형평성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중기 옴부즈만의 개선 건의에 문체부는 개선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법률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입법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회신했다. 현재 제21대 국회에서 법률개정을 검토 중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1999년 2월 6일 이후 회원제골프장에는 이 의무(대중골프장 병설의무)가 없다”며 “1999년 이후 사업자들과 차별적 대우를 당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보고 이 부분을 없애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주봉 중기 옴부즈만은 “낡고 오래된 규제를 철폐해야 하는 이유”라며 “정부와 공무원은 낡은 규제가 기업의 새로운 도전을 가로막지 않도록 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사진=중소기업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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