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시행에 은행권 펀드 잔액 한 달 새 1조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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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기자
입력 2021-05-3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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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입절차 까다로워져 판매 기피 현상

  • 신한은행, 6280억원 줄어 감소폭 가장 커

  • 숙려제 도입으로 청약 철회 더 늘수도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4월 한 달 동안 은행권 펀드 설정액이 1조원 이상 줄었다. 지난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이 시행되면서 펀드 가입 절차가 까다로워져 판매 기피 현상이 발생한 영향이다. 이에 더해 이달 초에는 ‘고난도 금융상품 숙려제’까지 도입돼 은행들의 펀드 시장은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의 지난달 말 기준 펀드(공모·사모) 설정액은 총 95조93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새 1조500억원 넘게 급감한 수준이다.

감소세는 은행권 펀드 설정액의 76%를 차지하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이 기간 5대 은행의 펀드 설정액은 73조6740억원으로 전달보다 8428억원 감소했다. 신한은행이 전달보다 6280억원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으며,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에서 한 달 새 각각 1731억원, 1549억원의 펀드 자금이 빠져나갔다. 하나은행도 전달보다 1395억원 줄었으며, 농협은행만이 2527억원의 자금이 신규 유입됐다.

펀드별로는 공모펀드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공모펀드의 경우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사모펀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의 반사이익을 보며 3700억원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지난 4월 한 달 동안 4541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이탈하며 상승분을 다시 내줬다.

계좌 수를 보면 은행을 통한 펀드 가입 감소세는 더 눈에 띈다. 지난 4월 말 기준 은행권의 펀드판매 계좌 수는 전달보다 22만6656개 줄어든 2424만6575개를 기록했다. 계좌 수 역시 공모펀드가 같은 기간 22만5200여개 줄어 감소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은행권은 한 달 새 펀드 설정액이 1조원 넘게 급감한 배경으로 금소법을 꼽는다.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금소법은 6대 판매규제(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 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허위·과장광고 금지)의 적용 범위를 금융상품 전반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어길 경우 판매사에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되며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물을 수 있다. 또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형사적 처벌도 가능해진다.

은행들은 금소법 시행으로 판매사의 의무 및 처벌규정이 강화된 탓에 위법 소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품설명서를 일일이 읽어주고 녹취를 해두고 있다. 이에 따라 펀드 판매에 최대 1시간이 소요되는데. 소액 펀드 가입에도 녹취가 진행돼 고객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펀드와 같은 투자상품의 경우 불완전판매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펀드 가입을 권유하기도 어렵다.

은행권의 펀드 판매 감소세는 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소법에 더해 지난 10일에는 복잡하고 위험이 큰 금융투자 상품 가입 시 최초 이틀 이상의 숙려기간을 부여하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숙려제’까지 도입돼 청약 철회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으로 펀드 가입을 위해 영업점을 방문한 고객 한명을 응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 신규 가입 자체를 많이 받지 못했다”며 “고난도 금융상품 숙려제 도입으로 이달 초 신규 판매가 중단된 펀드들도 있어 잔액 이탈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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