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글로벌 경제동맹 맺은 한미” vs “가시적 성과 없었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해원·박경은 기자
입력 2021-05-25 03: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각론 제외 '방향성'은 성공...中·北 반발 등 외교적 과제 多

한·미 정상회담 전문가 총평. [그래픽=임이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3박 5일간의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가치동맹이라는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웠다. 특히 1년이 채 남지 않은 '임기 말 정부'인 것을 감안하면 예상외의 환대를 받은 회담으로 평가된다.

방미 길에 함께한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그룹·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기업들이 '게임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다.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제시하지 못한 반면, 문 대통령과 함께한 한국 기업인들은 44조원의 구체적인 '투자 보따리'를 안고 갔다. 바이든 대통령이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기자회견장에서 일으켜 세우고, "생큐, 생큐, 생큐"를 반복한 것은 이번 한·미회담의 성과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으로 꼽힌다.  

정상회담 이후 공개한 공동성명에서도 양측은 외교적 가치를 공평하게 '맞교환' 했다. 쿼드(Quad), 대만, 북한 인권, 싱가포르 선언 등 외교적 실익이 엇갈려 생략될 것이라 예상됐던 민감한 이슈까지 명시하며 한·미동맹을 드러냈다.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쿼드 등의 중요성 인식"이라는 표현을 담은 것은 특히 이례적이다. 중국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했던 정부가 사실상 안보와 경제 모두 미국 측에 서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어서다. 각론을 제외한 '방향성'은 여권은 물론 야권에서도 만족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동시에 외교적 한계와 숙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중국 경도론'은 해소됐지만, 향후 중국의 압박과 북한의 반발 가능성은 외교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주권 회복도 의도치 않게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백신문제도 '스와프'를 자신했던 정부의 예상과 달리 구체적인 계획이 빠진 '포괄적 백신 파트너십'으로 마무리된 점은 아쉽다는 평가다.    
이에 본지는 신각수 전 주일한국대사,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비서관(가나다 순·이하 호칭 생략) 등 4인의 전문가와 한·미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개별 인터뷰를 한 뒤 이를 지상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① 한·미 대북정책 조율··· "의미 있는 시도" VS "추상적"  

-'싱가포르 선언', '판문점 선언' 계승한 대북정책 어떻게 해석하나. 


신각수= "우리가 얻은 건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지지인데, 구체적인 건 없고 다 추상적이다. 남북관계 개선도 유엔안보리 결의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결국 유엔 제재가 작동하니까 북한이 한국에 필요한 것을 얻지 못하고, 우리도 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북한의 입장 전환이 이뤄지기 전까진 남·북·미 관계 개선 여지가 없다." 

신범철= "북한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하다. 특히 공동선언에 인권문제를 포함해서 대화 재개 가능성이 오히려 낮아졌다. 북한은 지난 2일 대남·대미 담화를 냈을 때 인권문제 제기를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봤다. 향후 북한의 비난이 오히려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물밑에서 한·미 간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 모른다. 공개하지 않았더라도 북한에 전달한 메시지가 있을 수 있어 지켜봐야 한다. 북한이 도발하지 않고, 비난 성명을 내지 않으면 물밑 합의가 있었다고 보면 된다." 

이준한= "싱가포르 합의와 관련해 어떤 문구, 표현이 담겼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그걸 부정하거나 잊어버리려고 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있다. 특히 공동성명에 싱가포르 합의와 판문점 선언이 담긴 것은 미국 희망보다는 한국 입장이 많이 반영된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천영우= "대북정책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북한과의 대화에서 기초가 돼야 한다는 것을 넣기 위해 정부가 노력한 성과다. 미국에도 나쁘지 않다. 다만, 향후 북한의 호응이 중요하다." 

② 백신지원 자화자찬?··· "44조 대미 투자 치고 적다" VS "장기적인 백신 파트너십"

-한국기업 44조원 대미 투자 치고 손에 잡히는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신각수= "오히려 백신 파트너십을 하겠다고 한 것이 의미있다. 현재 인도가 전 세계 백신의 60%를 생산하는데 지금 수출이 금지된 상황이다. 미국도 굉장히 필요한 일이고, 한국도 상당한 백신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다. 기술은 미국, 제조능력은 한국으로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것이다. 한국의 바이오기술을 글로벌 시장에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다. 또한, 백신 스와프는 사실상 명분이 없다. 한국보다 더 심한 피해로 고통받는 인도, 브라질 등이 있는데 어떻게 한국에만 그것을 해주겠느냐. 군인 55만명에게 지원해 주겠다는 것은 군사안보 차원이어서 제3국에 설명이 가능하다."

신범철= "사실 44조원을 투자했으면 그에 부합하는 백신을 얻어야 했다. 정부는 백신 스와프가 무산된 것에 대해 다른 나라가 더 백신이 급한 곳이 많고 우리는 방역이 잘되고 있어서라고 하지만, 다른 나라는 44조원 대미 투자 안 했다. 돈을 쓸 때 백신을 받아왔어야 했다." 

이준한= "코로나19는 1~2년 안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특히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는 일본은 꿈도 못 꾸는데 한국이 확보했다. 굉장히 잘한 것이다. 대미 투자에 비해 백신을 적게 받는다는 비판이 있는데, 미국이 한국 군인을 포함해 추가 지원도 향후 논의할 것이라고 본다. 또한 군인 중에는 이미 백신을 맞은 사람도 있어서 이를 일반에 나눌 가능성도 있다. 임기 말 성과로 보면 잘한 것이다." 

천영우= "백신은 사실 받아온 거라고 할 수 없다. 백신은 우리 군인들한테만 준 것인데, 이는 한·미 연합훈련 못할 핑계를 없앤 것이라고 본다. 지금까지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들면서 연합훈련을 축소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44조원 대미 투자와 백신 지원은 관계가 없다고 본다. 오히려 한·미 연합훈련이 더 관련이 있다고 본다.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는 사실상 미사여구다. 백신을 못 주는 대신 전 세계를 위해 백신을 만들자는 건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③ 대중정책, 文정부 급 우회전?··· "韓 외교 제자리" vs "후속행보 봐야"

-한·미 공동성명에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 의도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많다.

신각수= "한국이 미·중 대립 상황 속에서 한·미 동맹을 추구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사실 이게 당연한데,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안 했다. 우리 외교가 원래 가야 할 길을 간 것이다. 다만 앞으로 실제 행동을 어떻게 해나갈지가 중요하다."

신범철= "이번 공동성명에 '쿼드'에 대한 언급도 담았는데, 대만 해협 문제까지 한 번에 다 내준 것은 협상론적 관점에서 아쉽다. 한·미 동맹 강화에 있어서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좋은 정상회담이었다."

이준한= "우리 정부가 중국이 민감해하는 대만 문제와 쿼드 이슈를 언급하는 등 중국에 대해서 미국과 보조를 맞춘다는 인상을 준 것이 의외였다. 정부 기조가 변했는지 알기 위해서는 후속 행보를 봐야 할 것이다."

천영우= "한국 쪽에서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앞으로 대북 외교·대화의 기초가 돼야 한다'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넣으려고 목숨을 거니까 미국이 잘됐다 싶어 한국이 버티던 중국 관련 입장을 관철시킨 게 아닌가 싶다. 미국 입장에서는 대성공이다."

-한·미 미사일 지침이 42년 만에 완전히 폐기된 배경에도 미국의 대중 견제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신각수=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 견제를 위해 중국 주변국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싶은데 그럴 나라가 일본 외에는 마땅치 않다. 그래서 한국이 자체 개발하도록 한 것이다."

신범철= "'차이나 리스크'가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으로서는 잘했다. 우리 국방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좋은 합의다. 대중 관계 고민은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중국의 압박으로 한국이 입장을 바꾼다거나 그래서는 안 된다. 미국과 쌓아놓은 신뢰까지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일관된 외교 행보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준한= "미국으로서는 이이제이(以夷制夷)가 아닐까 싶다. 오랑캐를 써서 오랑캐를 잡는다는 것.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이 민감해하는 이슈인데 의외의 대목인 것 같다."

천영우= "앞으로 한국이 중국을 공격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길이 열린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을 공격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하는 게 큰 숙제였는데,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더 가까이 다가갔다.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하는 데 대해 한국이 반대할 명분을 박탈한 셈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은 미국이 동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게 된 것이 껄끄러울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