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걷어 복지 늘려야 하는데”…조세저항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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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기원 기자
입력 2021-05-20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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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임기 1년여를 남기고 사회 안팎의 ‘조세저항’으로 딜레마에 빠졌다. 이는 매년 늘어나는 복지예산과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대응하기 위해선 세수 확보가 절실한데 대선을 앞두고 증세 담론이 힘을 잃고 있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당까지 나서 대표적 부자증세인 종합부동산세를 비롯 부동산관련 세제 완화를 두고 저울질에 나섰다. 4·7 재보선 참패에서 드러난 민심 이반을 달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이지만 여권내에서는 현 정부 기조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 정부는 '포용적 복지 국가'를 표방하며 지난 4년간 재원마련의 수단으로 부자증세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4년간 우리나라 복지예산은 매년 10% 이상씩 증가해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29조5000억원이던 복지예산은 올해 199조7000억원으로 약 70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2.3%에서 35.8%로 늘었다.

정부는 재원마련 수단으로 부자증세를 택했고 법인·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했다. 재계, 보수야당,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럼에도 현 정부가 부자증세 기조를 유지할 수 있던 배경엔 국민 다수 지지가 밑바탕이 됐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자증세 찬성 여론은 문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2017년 7월 85.6%에 달했지만 지난 2월 여론조사에서는 57.4%로 줄었다. 반대 여론은 10.0%에서 39.3%로 늘었다. 임기 초에 비해 부자증세 찬성 여론이 줄었지만 여전히 과반 이상 국민이 양극화 해소를 위한 부자 증세에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책으로 인해 조세저항이 강하게 일며 여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주택자 양도소득세 감면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고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적용 대상을 현행 공시지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부자증세의 대표격인 종합부동산세 세재 완화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임기초 서민 증세 없는 복지를 명확히 표명했는데 그 약속은 지켰다”면서도 “다른 정책 목표였던 부동산 거래세 축소, 보유세 정상화는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유세를 정상화하기 보단 양극화시킨 면이 있고 보유세 정책을 투기세력 방지 하부수단으로만 썼다”며 “따라서 조세정책에도 문제가 생겼고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렸다”고 분석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지난 17일 “평생 집 한채 못 갖는 사람들이나 1가구1주택자, 실수요자 거래까지도 세제와 금융조치로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엄청난 부담을 떠안아야 거래가 가능해 조세저항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민심 이반을 인정하고 정책 수정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즉각 반발이 나왔다. 강병원 의원은 “지금 부동산특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종부세 기준 상향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등은 우려스럽다”면서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자 세 부담 경감은 투기 억제와 보유세 강화라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본 방향과 역행한다”며 비판했다.

한편 청와대는 여권의 세제완화 움직임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종부세 부분은 조금 더 신중해야 할 부분이라 본다”며 “어떤 수요나 과세 형평성 측면에서도 고려가 있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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