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공공외교] 29년 한중외교, 코로나19·반중기류에 민·관 채널 거의 먹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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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최예지·박경은 기자
입력 2021-05-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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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전략적 동반자관계 무너지는 한중

  • 한·중 우호단체 '옴짝달싹'

  • 들끓는 반중 감정···일본보다 낮은 대중국 호감도

  • "관계 좋든 나쁘든 한중 우호증진 노력해야"

[아주경제DB]



한국과 중국 간 '가교' 역할을 해왔던 한·중 우호단체가 사실상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활동 반경이 좁아진 데다가, 고조되는 국내 반중 감정에 '눈치'만 살피고 있다. 공공외교 토대가 되는 우호단체 활동이 위축되며 한·중 간 공공외교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양 국민 간 감정까지 악화하는 가운데,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둔 양국 간 분위기도 얼어붙었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라는 말이 무색해 보인다. 
 
◆"코로나19에 반중 감정까지···" 한·중 우호단체 '옴짝달싹' 못해

국내 대표적인 한·중 우호단체인 21세기한중교류협회(김한규 회장).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협회는 그동안 한·중 양국 간 고위급 인사 대화 채널 창구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김한규 회장은 중국 각 지역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했다. 하지만 2019년 11월을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1년 반 동안 중국을 찾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사실상 대중국 채널이 막힌 탓이다.

활동 반경은 한반도로 좁아졌지만 반중 감정 고조로 예전처럼 왕성한 활동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협회 홈페이지 소식란은 지난해 7월을 마지막으로 멈춰섰다. 협회 관계자는 오는 하반기 한·중지도자포럼 등 행사 개최를 준비 중이라고만 전했다.  

또 다른 한·중 우호단체인 한중친선협회 상황은 더 심각하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세기 회장이 지난해 11월 별세한 이후 차기 회장 선출을 놓고 회원 간 편 가르기로 내분에 휩싸여 사실상 운영이 중단됐다.

고(故) 이세기 회장은 4선 국회의원과 국토통일원(통일부) 장관을 지낸,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중국통 1세대다. 정계 은퇴 후 한중친선협회 회장으로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등 중국 최고 지도자들과 교류를 이어왔다. 중국 고위급 인사가 방한할 때마다 협회 주최로 한·중 우호인사를 초청해 행사도 개최하며 양국 간 우호 증진을 위해 힘썼다. 하지만 이 회장 타계 후 최근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협회 사무실까지 비웠을 정도로  '와해' 직전 위기에 내몰렸다. 

1982년 설립된 한중우호협회(박삼구 회장)는 회장이 '부재 중'이다. 후원을 받아온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경영 위기에 빠지면서 사실상 활동이 멈춰선 데다가, 박삼구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12일 구속됐다.

국내 한·중 우호단체 가운데 역사가 가장 길다는 한중문화협회(이종걸 회장)도 상황은 엇비슷하다. 1942년 항일 독립운동 당시 중국 충칭에서 설립된 협회는 올해로 벌써 80주년을 맞았지만 눈에 띄는 활동은 보이지 않는다.

공공외교 기반이 되는 한·중 우호단체들의 운신 폭이 좁아지면서 한·중 양국 간 민간 교류와 상호 신뢰를 증진시켜줄 다리가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코로나19 장기화로 미뤄지고 있다. 

외교부는 매년 예산을 할애해 중국을 비롯해 일본, 중남미, 동남아 쪽 공공외교를 하는 민간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1세기 한중교류협회와 한중문화우호협회에 각각 1억원씩 지원했다. 하지만 올해는 벌써 넉달이 지났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지원자 공모 신청도 지연돼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들끓는 반중 감정··· 일본보다 낮은 대중국 호감도

이런 상황에서 앞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를 계기로 악화된 국내 반중 감정은 줄기는커녕 더 악화하는 중이다. 그 배경엔 코로나19 책임론, 미·중 갈등, 홍콩 문제 등 국제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게다가 김치, 한복 등을 놓고 자국 문화라고 억지 주장하는 중국에 대한 거부감도 더 커졌다. 강원도에 건립 예정이었던 '한중문화타운(차이나타운)' 사업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한·중 양국 문화를 부각시켜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할 목적이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차질이 빚어진 데다가, '중국 문화 침탈의 교두보'라는 반중 여론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시카고카운슬 국제문제협의회(CCGA) 아시아연구원이 지난 4월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3.6점이다. 이는 한국을 식민지배했던 일본(3.7점)보다도 낮다. 미국은 6.4점이었다.

2019년 같은 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4.8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2년 사이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이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경제적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60%)가 경제 파트너로 본다는 응답자(37%)보다 훨씬 높았다.
 
◆"관계 좋든 나쁘든 한·중 우호증진 노력해야"

물론 곳곳에서 한·중 간 우호 증진을 위해 애쓰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지난해 초 부임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온·오프라인을 통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주한 중국대사관 페이스북과 홈페이지는 거의 매일같이 대사의 주요 활동이 올라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물론 국내 민간단체, 기업, 언론사 등과도 스킨십을 늘려가며 우호 증진에 힘쓰고 있다. 

동아시아문화센터(전 한중문화센터, 원장 노재헌)도 몇 안 되는, 비교적 활발히 움직이는 우호단체 중 하나다. 얼마 전 센터 주도로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사업을 위한 준비위원회도 발족시켰다. 

위원회는 한·중 양국 정부가 설립하는 한·중 관계 미래발전위원회를 민간 차원에서 지원하는 공공외교 역할을 하게 된다. 매주 세미나를 비롯한 각종 교류 활동도 벌이는 중이다.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전시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 준비를 위해 한·중 간 인적 교류를 확대하는 사업 등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노재헌 상임위원장은 "한중수교 30년은 뜻 깊은 의미가 있다며 우공이산의 자세로 어떤 환경에서도 묵묵하게 밭을 일궈 비온 후 땅이 더 굳어지는 과정을 반복하겠다"고 말했다.

위원단장을 맡은 김진호 단국대 교수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양국 관계가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공공외교는 작동해야 한다"며 "관계 유지 차원에서라도 민간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최근 반중 감정 고조로 활동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정치적 색채는 배제하고 경제, 문화 등 방면에서 우호사업을 벌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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