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아주미디어그룹 데일리동방 직원 공개채용 2021.01.04(월) ~ 01.15(금), 18시까지 배너 닫기

"2030년, 한국, 세계 최장수국" 英발표의 이유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입력 : 2021-05-02 18:40

[박상철 교수]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인간에게 오복(五福)으로는 수, 부, 귀, 강녕, 고종명, 그리고 육극(六極)으로는 단명, 질병, 근심, 가난, 죄악, 쇠약을 거론하고 있다. 수명의 길고 짧음이 바로 행복과 불행의 첫째 요건이다. 일상 생활 용구에는 수(壽)와 복(福)자 문양을 장식하고, 실내에는 십장생 병풍을 두르고, 축원할 때는 무병장수, 만수무강, 수복강녕, 장생무극 등을 표현하였다. 장수는 인간에게 절대적인 염원이었으며 이러한 꿈의 현실화는 요원한 일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이 세계 최장수국이 되리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임페리얼대학의 에자티(Mazid Ezzati)팀이 선진35개국의 기대수명 변화를 분석하여 저명한 학술지인 란셋(Lancet)에 발표한 논문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1980년도부터 2015년까지 각국의 공식통계, WHO와 UN 자료를 바탕으로 21가지 예측모델을 가용하여 조사 분석한 결과, 대한민국이 2030년에 세계 최장수국이 된다는 결론을 내었다. 인류역사 최초로 대한민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90세를 초과하는 미증유의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고였다. 더욱 대한민국의 남성도 기대수명이 84세를 초과하여 남녀 모두 세계 최고의 장수를 기록하며, 여성의 경우는 프랑스, 스페인, 일본의 순으로, 남성의 경우는 호주, 스위스, 캐나다의 순으로 장수국가들이 뒤따를 것으로 추계하였다. 우리나라 기대수명이 급등하는 이유로 기대수명 결정의 일반적인 핵심 변수인 영유아 사망률 저하요인보다, 대한민국의 65세 이후 기대수명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점을 지적하며 고령자사망률 저하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이 남녀 모두 세계에서 최고의 장수를 누리는 국가가 되는 요인으로 경제 상황 개선과 교육을 포함한 사회안전망의 강화를 우선 지적하면서 구체적으로는 영양상태 개선, 초등학교 급식과 영양교육, 의료제도 및 첨단의료기술의 보급을 강조하였다. 특히 건강의료보험제도 확충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의료 체계로 전국민에게 고루고루 평등한 양질의 의료혜택을 주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흥미로운 해석은 한국 여성의 수명 증가가 세계 최고가 된 배경으로 지난 100년(1896~1996)동안의 신장 변화에 주목한 점이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한국여성의 신장 증가가 무려 20.2cm에 달하여 세계 최고를 기록하였다. 신장 변화는 유전적 요인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이 관여하고 있다. 임신 기간과 아동 성장기의 영양상태, 감염과 질병은 물론, 사회 경제 정치 상황과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신장이 결정되기 때문에, 한국여성의 압도적인 신장 증가는 최고의 수명연장을 설명할 수 있는 배후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덧붙여 비만율과 고혈압률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여 한국인이 유의하게 낮은 것도 중요한 이유로 추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적인 측면 이외에도 우리에게는 서양적인 사고방식으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최장수 국가가 될 수 있는 특별한 점이 있다.

인간의 장수는 건강과 행복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병존하여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몇 가지 요인으로 설명될 수 없다. 건물을 지을 때도 기초와 기둥과 지붕이 모두 중요하듯이 인간의 장수도 이와 유사한 조건들이 필요하다. 장수 집짓기의 기초 요인은 유전자, 성별, 성격, 사회문화와 생태환경요인들이고, 기둥 요인은 운동, 영양, 관계, 참여 등의 개인적 요인이고, 지붕 요인은 복지지원, 의료시혜, 사회안전망 및 사회간접시설과 같은 정치 경제 사회요인이다. 이와 같이 장수에는 개인의 노력은 물론 지역사회의 생태문화 환경과 사회정치적 상황이 함께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지역과 국가별로 장수도가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개인의 유전적 특성이나 생활패턴의 차이인 장수의 개인성과 사회문화적 요인과 지역정치경제적 특성인 장수의 공공성이 상호작용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장수는 개인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하여야 하는 충분조건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책무를 다하여야 하는 필요조건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신화시대부터 건강, 젊음, 풍요를 갖춘 불로장생의 공간이 상정된 이래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끊임없이 지속되었지만 구체적으로 지목된 장수촌은 1950년대 후반 조지아의 압하지아를 필두로, 파키스탄 훈자, 에콰도르 빌카밤바가 차례로 등장하였다. 그러나 후일 조사결과 이들 지역의 호적시스템이 미비하여 장수지역으로 공인되지 못하였다. 체계적인 조사를 통하여 일본 오키나와, 이탈리아 사르데냐, 미국 로마린다 제7일안식교 지역, 코스타리카 니코야, 그리스 이카리아가 장수지역으로 인정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구곡순담(구례, 곡성, 순창, 담양)지역이 지정되었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외부와의 교통이 좋지 않은 외진 곳이며, 풍요롭지는 않지만 자급자족이 가능한 지역이고, 주민들의 상호 유대감이 강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비드-19팬데믹은 장수 사회 진입에 엄중한 경고를 주고 있다. 국가와 문화권에 따른 팬데믹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가 천문학적인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특효제가 없고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개인 보호 행동은 공동체인으로서 기본적인 요구이지만, 이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보는 문제로 갈등을 겪는 구미권의 사례를 보면서 사회 문화적 차이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아무리 과학기술을 통하여 개인의 건강을 극대화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지역의 장수를 위해서는 문화적 측면에서 상호 배려의 공동체 질서가 선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팬데믹 사태에서도 세계의 모범이 되는 방역 국가가 된 것은 우리나라에는 공동체로서의 두레 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임을 분명하게 볼 수 있다.

고령특이적 치사율을 보이는 코비드-19팬데믹은 장수의 패러독스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이유로 장수가 인간에게 주는 덤(bonus)인가 아니면 짐(onus)인가 하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비록 과학기술이 발전하여 개인의 역량을 높일 수 있더라도, 공동체로서의 유대감을 가지며 질서를 지키지 않는다면 장수 사회를 구축할 수 없을 것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한민국이 서구의 선진국들을 추월하여 세계 최장수국이 될 수 있는 까닭을 찾을 수 있으며, 미래 세계를 건강행복장수사회로 선도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데 앞장설 때가 되었다고 본다.

박상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scpark@snu.ac.kr
컴패션_PC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제11회 헬스포럼-2021-05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