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루브리컨츠 '헐 값' 매각 지적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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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기자
입력 2021-04-2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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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1분기 예상 영업이익 반영 시 EBITA 멀티플 6.3배 수준

  • SK이노, SK루브리컨츠 낮은 성장성 자인한 꼴

  • 향후 IPO시 밸류에이션 부담도 내재

SK이노베이션이 SK루브리컨츠를 헐값에 매각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기업공개(IPO)를 또다시 해야 하는 터라 추가적인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도 생겼다.
 

[ SK루브리컨츠가 올해 10월 출시한 친환경 엔진오일 (좌측부터) SK ZIC ZERO 16, SK ZIC ZERO 20, SK ZIC ZERO 30. 사진=SK루브리컨츠 제공]


28일 SK이노베이션은 계열사 SK루브리컨츠 지분 40%를 1조 1000억원에 IMM 크레딧솔루션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양 사는 SK루브리컨츠의 기업가치를 3조 3000억원으로 평가해 지분가치를 1조1000억원으로 최종 책정했다. IMM 크레딧솔루션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설립한 사모 대출 운용사다.

브랜드 ‘지크’로 잘 알려진 SK루브리컨츠는 자동차 윤활유의 주재료인 윤활기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IMM에 매각하기 전까지 SK이노베이션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양 사가 합의한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 3조 3천억원에 대해 IB 업계 전문가들은 가치가 낮다고 입을 모았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금감원 전자공시, 단위: 억원]


M&A에서 자주쓰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배수(이하 에비타 멀티플)를 적용할 경우, 6.3배~8배 수준이다. 배수가의 차이는 올 해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가량 좋을 것이란 예상에 기인한다. 2020년 기준 SK루브리컨츠의 EBITDA는 4151억원인데 반해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 까지로 기간을 변경하면 5246억원으로 급등한다. 통상적으로 가치 평가를 할 때 최근 실적까지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양사가 합의한 에비타 멀티플은 6.3배인 셈이다.

에비타 멀티플은 증권사 리포트에서 적정 주가를 산출할 때도 활용하곤 한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이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SK루브리컨츠의 적정 EBITDA는 9배~11.5배다. 황 연구원은 불황일 경우 에비타 멀티플이 9배, 평균일 경우 10.3배, 호황일 경우 11.5배로 나누어 시나리오 별로 기업가치를 평가했다. 올해 발표된 SK이노베이션 관련 증권사 보고서 중 사업부 별로 에비타 멀티플을 언급한 보고서는 유안타증권 연구원의 보고서가 유일하다.

주식은 미래가치를 사고 판다. 여기서 기준으로 활용되는 에비타 멀티플은 '현재 벌어들이는 현금을 기준'으로 미래의 성장성을 고려해 배수를 책정하는 가치평가 기법이다. 에비타 멀티플이 10배가 넘는다면 거래 상대방들이 대상 기업의 미래가치가 높다고 합의한 셈이다.

반면 에비타 멀티플이 낮을 경우, 거래상대방 모두 대상 기업의 미래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것이다. 일례로 최근 마스크 기업 관련 M&A에서 적용되는 에비타 멀티플은 1배 내외로 알려졌다. 코로나19가 종식될 경우, 마스크 수요가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즉, 양사가 합의한 에비타 멀티플 6.3배는 SK이노베이션의 의사결정자들이 계열사인 SK루브리컨츠의 가치를 어느 만큼으로 평가하는지도 내포된 가격인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에비타 멀티플 6배 수준이라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는 딜이라 해도 가격이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SK이노베이션이 과거 SK루브리컨츠 IPO할 당시 기업가치를 4.5조원~5조원 정도로 책정했는데 그 때와 비교해도 1조원가량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프리IPO형식으로 매각을 진행하면서 향후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이 생겼다. 최근 IPO 분위기가 좋은 것은 맞지만, 루브리컨츠 입장에서는 그린 포트폴리오 성과를 시장에 인정받아야 한다는 부담이 추가적으로 생긴 셈이다. 만약 전략적투자자(SI) 들과 조인트벤처와 유사한 방식으로 딜을 진행했다면 지금보다 부담이 덜 할 수 있었다.

IB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일본 이네오스, 미국 엑손모빌 등 글로벌 기업들과 파트너십 성격의 블록딜을 원했다"면서 "특히 일본 이네오스와는 막판까지 협상을 벌였으나 최종적으로 이네오스가 빠졌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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