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결국 재개발·재건축…토건적폐 비난했던 文정부 공급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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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1-04-2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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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규모 3기 신도시 수준 150만㎡ 규모 도시재생 지정

  • 전문가들 “진작 이랬어야”…도시재생 뉴딜, 폐기 수순

정부가 이름만 '도시재생'인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에 들어간다. 공급난에 시달리자 결국, 다세대·다가구 위주 저층 주거지를 밀어서 아파트 단지로 빠르게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용산참사로 이어진 강제수용과 토건 적폐를 비난했던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행보다. 이에 전문가들은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자료 = 국토부 ]

29일 국토교통부는 토지 소유주 3분의 2 동의 아래 공공이 수용한 후 개발하는 '도시재생 선도지역(소규모주택정비·주거혁신지구)'으로 전국 27곳 150만㎡를 지정했다.

이는 소규모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과천시 과천·주암·막계동 일대 168만㎡와 유사한 면적이다. 사업지 한 곳당 평균 면적은 용적률 190%에 1900여가구가 들어선 강북권 주공아파트 단지 하나가 들어갈 정도다.

사실상 이름만 도시재생일 뿐 재건축·재개발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주거재생혁신지구는 지역 전체를 정부기관이 수용한 후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개발방식이다.

소규모주택정비는 정부가 소유한 땅 또는 지역 내에 이미 설립된 조합 동의를 받아 일부 땅을 수용한 후 공공개발하고, 다른 구역은 민간개발 영역으로 둔다.

민간이 자율적으로 소규모재건축(가로주택·자율정비사업) 또는 재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넓은 권역을 지구 지정해서 도로를 정비해두는 개념이다. 이 역시 전통적인 정비사업인 셈이다.

이처럼 무늬만 도시재생이 추진되는 이유는 기존 도시재생사업의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창신·숭인동처럼 수용권 없이 일부 지역만 개선하는 수준으로는 도시가 재생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4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공약하고 실천한 도시재생사업은 예산 낭비로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문 대통령은 한 해 1500억원에 불과했던 예산을 10조원 규모로 확대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4월 민주당사에서 "확장적 도시개발과 철거형 재개발이 보여준 한계는 명확했다"며 "(도시재생 뉴딜로) 구도심을 살려야 한다"고 공약을 발표했었다.

서울시도 도시재생실을 폐지하고 재개발·재건축 담당 주택건축본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할 계획이다. 박원순 전 시장과 현 정부가 추진한 도시재생이 폐기될 위기에 놓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좀 떠 일찍 정부가 재건축·재개발로 방향을 틀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용어도 도시재생 대신 기존 정비사업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주민들 만족도가 굉장히 떨어졌던 도시재생 말고 더 빨리 재건축과 재개발로 갔어야 했다"며 "주민 동의가 필요한 만큼 용어도 도시재생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재건축과 재개발을 배제했던 그간의 정책에 큰 변화를 명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규모주택정비의 경우 난개발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가로구획에 맞춰 토지주에 따라 개발을 한 곳과 하지 않는 곳이 나뉘고 추후 전체 재개발이 어렵게 돼서다.

지역 전체의 노후도가 낮아지는 데다 용적률은 높아지며, 곳곳에 나홀로 아파트가 들어서면 사업성이 기존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봤을 때 지역 곳곳에 소규모 주택공급이 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재개발하기가 더 어려운 땅으로 만드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은형 연구원은 "가장 우려되는 점은 젠트리피케이션이다. 토지주 3분의 2가 찬성한다고 해도 찬성하지 않는 3분의 1의 주민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이 필요하다. 불합리하게 쫓겨나는 이들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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