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화 칼럼] 美가 때릴수록 커지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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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장,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입력 2021-04-2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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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시대, 미.중 기술패권전쟁과 한국의 대응

[안유화 원장]

지난달 호주 일간지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미·중 패권전쟁의 다음 단계 전선이 그어졌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차세대 첨단 기술 분야가 미·중 경쟁의 새로운 전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중국의 도전을 물리치기 위해 과거와 달리 시장의 힘에 맡기기보다 정부 주도의 산업지원정책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3월 초 중국은 양회에서 제14차 5개년 규획을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중국이 향후 5년간 자원을 투입할 여러 개의 '최첨단' 기술 분야로 차세대 인공지능, 양자정보, 집적회로, 뇌과학 연구, 유전자 및 바이오 기술, 임상의학과 건강, 심우주·심부지하·심해와 극지탐사 등을 제시했다. ‘14.5 규획’의 핵심 키워드는 ‘기술자립’, ‘내수확대’, ‘경제안보’로 요약된다. 이는 중국경제의 내실화를 통해 자립적인 경제체제를 구축하여 미·중 갈등 등으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여 정공법으로 미국의 견제에 맞서겠다는 의미이다. 중국은 프리미엄칩, 운영체제, 프로세서, 클라우드컴퓨팅 등 분야에서 기술돌파를 실현하고 5G 네트워크의 사용자 보급률을 56%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중국은 이미 6G 기술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중국은 향후 5년간 사회 전체의 연구개발(R&D) 지출을 연평균 7% 이상 늘려야 하고, 올해 중앙급 기초연구비 지출을  10.6% 늘릴 계획이다.

美 AI국가 안보위원회(National Security Commission on Artificial Intelligence, NSCAI)는 지난 3월 1일 미국이 AI 핵심 기술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을 경우 중국에 추월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2026년 320억 달러에 이를 때까지 연간 AI 연구 투자액을 매년 2배씩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동맹국들과 민주주의 '기술연맹'을 만들어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적 첨단산업에서 중국 제외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미국 반도체 제조업 발전을 위해 370억 달러 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 기술기업의 공급 사슬이 중국과 연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희토류·전기자동차 배터리 및 의료제품 공급 사슬의 안정성에 대해 100일간 심사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국내외 언론과 학자들은 중·미 관계가 과거 40년의 협력 시대에서 위대한 결별(Great Decoupling) 시대로 완전히 전환되고 있으며 사실상 신냉전이 시작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바이든 미국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결코 냉전으로 몰고 갈 수 없음을 우선 인식해야 한다. 이는 아주 간단한 상식에 기반한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생산능력의 28.37%(4조 달러)를 담당하고 있으며 미국은 16.65%인 2.3조 달러이다. 미국, 일본(1조 달러), 독일(0.8조 달러)의 생산능력을 합해야 겨우 중국에 맞먹는 수준이다. 이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세계는 높은 물가에 시달리든지 아니면 돌아가지 않든지 둘 중 하나임을 말한다. 중국과의 무역관계로 미국의 소비자들도 큰 이득을 본다는 것은 지난 3년간 이루어진 미·중 무역분쟁에서 증명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의하면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1% 증가할 때마다 미국의 소비자 물가는 3% 감소한다. 현재 미국 국민들이 맞고 있는 백신주사기의 80%도 중국에서 수출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도 중국이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이후로 무려 548%나 증가했다. 중국을 빼면 같은 기간 미국의 수출은 고작 84%만 증가할 뿐이다.

미국은 중국의 중요한 고객이며 중국도 미국의 가장 큰 고객이다. 누구든 물건 사주러 오는 고객을 내쫓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과거 미국과 구소련처럼 냉전관계가 될 수 없으며, 양국은 전략적 경쟁관계이지만 협력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기껏해야 미래 40년은 ‘량전(凉戰)’이 될 것이다. ‘량전’은 필요한 영역에서 양국은 협력도 하지만 전략적 경쟁영역에서는 치열하게 싸울 수도 있는 상태를 지칭한다. 현재 미·중 관계는 협력적 대결관계가 형성돼 있어 경쟁의 성격이 더욱 뚜렷하고 주도적일 뿐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 미국의 대중견제는 중국의 산업을 무너뜨리기 보다는 오히려 더 발전시키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 정부의 대중 무역제재는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되던 중국의 국유기업들에게 큰 경종을 주었다. 중국은 14억 인구를 가진 내수시장이 방대한 국가이기에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 신기술의 신속한 상용화가 가능한 국가이다. 과거 1차와 2차 세계 대전 당시 군사기술의 발전으로 산업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듯이 중·미대결은 결국 양국간의 첨예한 대립을 펼치는 기술분야에서 오히려 두 국가 모두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줄 것이다. 특히 지금 이 시점은 4차산업기술의 폭발적 적용단계 이전이기에 이러한 외부적 압력은 오히려 관련산업에 대한 투자와 성장에 집중하게 할 것이다. 왜냐하면 4차산업기술에서의 경쟁에서 지게 되면 미래의 기술패권을 놓치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욱 똑똑한 인공지능과 더 효율적인 빅데이터 활용이 확대되면서 세상이 크게 변화될 것이며 세계적인 리더기업이 미·중 양국에서 폭발적으로 경쟁을 통해 탄생될 것이다. 현재 양국은 사활을 걸고 배수진을 치고 막대한 국가적 투자를 하면서 싸우고 있다. 이렇게 경쟁을 할 때 더 큰 발전은 오게 되어 있다. 편해진 상황에서 전투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앞으로 2025년까지 중국 시진핑 정부는 '쌍순환' 전략을 내세워 반도체 등 핵심 기술영역에 1.4조 달러 넘는 투자를 하여 1세대와 2세대 반도체에서 뒤처진 상황을 뛰어넘고 아직 확실한 주도 국가가 없는 제3세대 반도체영역에서 ‘곡선에서 추월’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통해 60년대 초 서방세계의 봉쇄를 뚫고 '양탄일성(兩彈一星)'(원자탄과 수소탄 및 인공위성을 뜻함) 발사에 성공한 것처럼 미국 등 기술연맹 국가들의 기술포위망을 뚫고 핵심영역에서 세계 선도위치를 확보할 것임을 밝혔다.

현재 미·중 간에 충돌이 확산됨에 따라 많은 지성인들은 한국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간에 누구를 선택해야 한다는 조급함에 사로잡혀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과거 40년과 전혀 다른 미래 40년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과거 40년 동안 ‘79년 미·중간 수교 이후 세계화의 큰 흐름 속에서 각 국가들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자국의 우세산업을 내세워 서로 교역하면서 상대방으로부터 필요한 돈을 벌었다. 하지만 미국은 이제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공급망 체제를 구축하려고 한다. 이런 역사적 변곡점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우선 미국의 실력에 대해 과대한 망상을 갖고 있지 않은지 다시 점검해 봐야 한다. 코로나19는 제3차 세계대전에 버금갈 정도로 중·미 양국간의 전투 능력을 비교하게 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결과는 이미 세상이 보고 있는 그대로 미국의 대참패이다. 미국은 거의 60만명에 육박하는 사람이 사망을 했는데 이를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책임을 중국에 전가할 뿐이다. 미국이 기울어가고 있는 것은 중국 때문이 아니라 100여년 동안 변화 없이 유지해온 미국의 낡은 시스템 자체 때문이다. 세상은 늘 낡은 것은 부서지고 새로운 것으로 바뀌게 되어 있다. 따라서 미·중 양국간의 경쟁은 누가 더 국내 문제들을 잘 극복하냐에 의해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 외부요인은 사물발전의 요인이 될 수 없고 단지 계기를 제공할 뿐이다. 결국 내부요인이 모든 문제의 본질이다. 미국은 중국을 변화시킬 수도 무너뜨릴 수도 없다. 하지만 중국도 스스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가야만 미래가 있다. 중국과 미국은 양국의 가장 큰 도전은 서로가 아니라 내부에서 오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반대로 양국 관계의 협력과 안정된 발전은 양국의 중요한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첨단산업영역에서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는 전략은 성공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 이는 막대한 초기투자비용과 유지비용을 중국의 거대한 시장수요 없이는 회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 바이든정부의 장막전술에 넘어가서는 안된다. 월가자본이 대표하는 미국식 자본주의가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와 분리되기에는 너무나 오랜 기간 살림을 함께 해왔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지금 이 시대 중국의 성장을 대체할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중국은 미래산업의 성장과 시장 확대에 따른 신속한 상용화가 가능한 지구상의 유일한 국가이다. 앞으로도 미국이 바보가 아닌 이상 중국이라는 큰 시장과 자본시장 투자기회를 놓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모든 중국에 대한 공세와 전략은 결국 더 큰 이익을 챙기려는 전술이라고 봐야 한다.

한국 정부와 국민들은 미래는 동아시아의 시대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배터리 산업만 봐도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한국 및 중국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한·중·일 3국은 같은 유교권 문화에 있으며 거의 비슷한 가치관을 갖고 있다. 유교권에 있는 지역치고 못사는 나라는 없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 중국 본토와 대만 모두 세계 경제와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국가와 지역이다. 동북아 경제권이 커지고 세계의 자금이 몰려들면 모두가 윈-윈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이때가 되면 한국은 지금의 독일을 넘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현재의 세계 수출 5위, 10위 GDP 국가에서 20-30년 이후 세계 3위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안유화 필자 주요 이력
▷중국 지린성 옌지시 출생 ▷고려대학교 경영학 박사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 ▷전 외교부 경제분과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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