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몰아치는 퍼펙트스톰] ④핀란드·한국 교육 교집합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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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1-04-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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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열 높은 건 같다…학생교육法 달라

  • 학원도 없고 등수도 안 매기는 핀란드

  • 문제해결 능력 배우는 미네르바스쿨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대학은 넘쳐나고, 유례없는 감염병에 캠퍼스 낭만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특수목적고등학교 손질과 고교학점제 같은 새로운 개념에 학부모와 학생은 혼란이 가중됐다. 또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했으나 입시 비리는 어김없이 터졌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동안 정파성을 뛰어넘지 못한 교육개혁이 '이번에는 다를까' 새 정부 때마다 기대하지만 충족되지 않는다. 이에 본지는 총 다섯 차례 기획을 통해 교육개혁 의미를 되새기고, 올바른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 길잡이로 북유럽 국가들이 꼽힌다. 핀란드·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아이슬란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핀란드는 미래형 인재를 만드는 교육 시스템으로 정평이 나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입시지옥을 경험하는 한국 학생들과 달리 핀란드 학생들은 협동 속에서 실무교육을 받는다.

양국 모두 천연자원이 부족해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지만 방식은 차이가 크다. 미국 '미네르바 스쿨'과 프랑스 '에콜42' 등이 각광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수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닌 학생들이 도전하고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에 한국은 여전히 목말라 있다.

◆열정은 같지만 목표는 다른 한국·핀란드 교육
 

Koulu는 핀란드어로 초·중등학교를 의미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구 554만명에 불과한 북유럽 국가 핀란드가 통신기술(IT) 산업 중심에 서 있다. 3년 연속 전 세계 행복지수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18년에는 '미래를 위한 세계 교육 지수(Worldwide Educating For the Future Index)'에서도 1위를 기록했는데, 그 원동력은 다름 아닌 '교육'으로 꼽힌다.

한국과 핀란드는 역사적으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한국이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면, 핀란드는 스웨덴과 러시아 색에 물들어야 했다. 이후 양국 모두 내전을 겪었고,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사고팔 수 있는 천연자원이 없어 인적자원에 기대왔다. 교육열이 높고, 인재 양성에 투자가 몰릴 수밖에 없다.

아만다 리플리 타임(TIME)지 저널리스트는 저서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에서 한국과 핀란드는 공통적으로 "교육을 대하는 진지하고 엄격한 태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결과는 어떨까. 한국은 '한국인이 머무는 곳마다 학원이 생겨난다'고 할 정도로 사교육 입지가 세졌다. 또 교육과정 방향은 대학 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 엄마들이 일으키는 치맛바람 소식은 해외에서도 들려왔고, 사교육이 수출효자로 올라서기도 했다. 한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배우자"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한국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상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놀라운 점은 공교육 위주인 핀란드도 PISA에서 늘 높은 순위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1위 이력도 있다. 핀란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궁극적으로 '정규교육 과정을 마친 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다.

그래서 학생들끼리 경쟁이 없다. 성적표에는 등수 대신 각자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했는지가 적혀 있다. 핀란드 학생들은 초·중등 9년 교육과정을 마치면 시험을 치르는데, 이 또한 낙오자가 없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장에서 학생들이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닌다고 해서 교사가 야단을 치지는 않는다. 공부에 대한 강요가 없고, 공부를 못하는 학생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줌으로써 되레 흥미를 갖게 한다.

이 밖에 학교·교사의 교육권한을 강화하고,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학부모·학생에게 교육비 부담을 안기지 않는다. 교육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런가 하면 벤라 버넬리우스 핀란드 헬싱키대 교수는 최근 연구에서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노력으로 교원 돌보기, 포용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 근무하는 교사에 대한 복지를 신경 써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교육주체인 학생과 교사, 학부모는 물론이고 사회 만족도가 높은 이유다.

◆한국판 미네르바 스쿨·에콜42 가능할까
 

실시간 토론식 세미나 형태로 진행되는 미네르바 스쿨 온라인 수업 모습. [캡처=미네르바 스쿨 유튜브]


학군이 좋은 지역이면 무리를 해서라도 이사를 가는 한국 사회 풍조 속에서 핀란드 교육과 관련해선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마저 인기다. 그렇다면 요즘 인기 혁신 대학은 어디일까. 바로 미네르바 스쿨과 에콜42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미네르바 스쿨은 강의실·도서관·운동장 등 캠퍼스가 없기로 유명하다. 학생들은 도시 한가운데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모든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에콜42는 교수와 교재, 학비가 없다. IT 기본교육을 이수한 청년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두 학교가 눈에 띄는 것은 단지 캠퍼스나 학비가 없어서가 아니다. 팀 협동과 함께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입시·교육 방식 때문이다. 신종호 서울대 국가전략위원회 위원은 "미네르바 스쿨은 도전적 과제에 대해 학생이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하고 표현하는지를 다면적으로 평가한다"며 인재를 보는 관점에 변화를 촉구했다.

에콜42에 대해서도 "라피신(프랑스어로 도전)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는데 개인·팀별 문제해결 능력과 인성 등을 두루 본다"며 "국내 대학들도 수시와 정시 통합형 시스템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많은 대학이 고등교육 개혁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재정난으로 인해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학령인구 감소, 코로나19 등 여파로 재정 손실이 커지고 있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교육부 예산도 넉넉하지 않다. 올해 유치원과 초·중등교육 예산은 58조6375억원으로 전체 교육분야 예산(70조9707억원)에서 82.6%를 차지한다. 반면 고등교육 예산은 11조1455억원으로 15.7%에 불과하다.

관련 제정안은 지난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뒤 18대·19대·20대 국회에서도 모두 발의됐으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그 목적은 안정적인 재원 마련을 통한 고등교육 공공성 확대와 질적 발전에 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고등교육 위기가 심화하고 있지만,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으로 대학의 질적 발전을 위한 토대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은 "'거버넌스'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학 총장 4년과 같은 임기제가 장기적인 대학 혁신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난 21일 서울대 국가전략위원회가 주최한 '제17회 국가정책포럼'에서 '위기의 대학, 위기의 서울대'란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서 전 장관은 학과 중심인 학사 체제를 재정비하고, 학생 모집과 교육과정 개편을 전면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지성의 요람인 서울대가 모법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등교육이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정부 재정 지원의 확대 필요성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 전 장관은 "오늘날 교육정책은 교육적 시각뿐 아니라 산업·고용 등 경제적 시각도 같이 요구된다"며 "고등교육 생태계 전체가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초·중등 교육계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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