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실경영' 화룽…인민은행 구원투수로 등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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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1-04-2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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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드뱅크' 화룽 부실에…인민은행 약 17조 투입 계획

  • '불안'했던 채권시장 차츰 진정세

  • 화룽 디폴트 위기설…금융시장 충격 '우려'

중국 4대 배드뱅크 중 하나인 화룽자산관리공사.[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4대 배드뱅크 중 하나인 화룽(華融)발 채권시장 불안이 차츰 진정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직접 나서서 화룽을 구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화룽은 중국 정부가 부실채권 처리를 전담하라고 만든 국유 자산관리공사(AMC, 일명 배드뱅크) 중 하나다. 그런데 지난 수년간 부실경영으로 심각한 위기에 빠지며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 '부실경영' 화룽···인민은행 '구제' 나서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직속 자산관리회사인 후이다(匯達)자산 산하 청팡후이다(成方匯達)를 동원해 화룽자산관리공사 자산 약 1000억 위안(약 17조원) 어치를 매입해 구제에 나설 계획이라고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소식통은 매입 대상은 화룽의 수익성 없는 자산이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일단 인민은행이 자산 매입에 나서면 화룽 재무제표도 개선돼 부실자산 처리라는 본업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청팡후이다는 2019년 5월 설립된 인민은행 직속 관리 금융회사다. 구제금융 경험도 풍부하다. 지난해 3월 약 100억 위안을 투자해 부실대출 위기에 빠진 랴오닝성 진저우은행을 살리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 '불안'했던 채권시장 차츰 진정세

인민은행의 지원과 별도로 화룽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구조조정안도 진전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화룽의 역외 계열사로 해외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하는 화룽국제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산하 부실자산을 또 다른 역외 법인인 화룽해외투자홀딩스로 이전 중이다. 

화룽국제는 화룽이 그간 발행한 200억 달러 넘는 달러채 대부분을 보증하고 있어서, 그동안 화룽국제가 과연 채무 상환능력이 있는지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화룽국제는 지난 20일 올해 1분기 경영이 흑자로 전환했다며 사실상 채권 상환능력이 있음도 시사했다.

인민은행이 구원투수로 등판할 것이란 소식에 21일(현지시각) 역외 채권시장에서 화룽 계열사 달러채는 하락세를 멈추고 일제히 반등했다.

화룽이 발행한 달러화 표시 영구채(표면금리 연 4.5%) 가격은 이날 달러당 6.4센트 오르며 79.8센트를 기록했다. 이 영구채는 앞서 화룽사태 불안감으로 지난 15일 달러당 50센트 미만으로 곤두박질치며 최저치를 기록했었다. 
 

화룽 달러 표시 영구채 가격 반등. [자료=블룸버그]


◆ 화룽 디폴트 위기설…금융시장 충격 '우려'

화룽발 금융시장 불안이 본격적으로 야기된 건 지난달 31일 밤이다. 이날 화룽자산관리공사 산하 주식회사인 중국화룽이 홍콩거래소 공시를 통해 지난해 실적보고서 발표를 연기한다며 다음날인 4월 1일부터 주식 거래를 중단했다. 

실적 보고서를 제때 발표하지 못한 게 화룽의 채무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중국 정부도 '침묵'하면서 화룽에 대한 재무건전성 공포가 커져 채권시장이 요동쳤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를 시작으로 피치·무디스가 줄줄이 중국화룽, 화룽국제 등 관련 계열사 채권을 '부정적' 등급전망 목록에 올렸다.

'침묵'하던 중국 정부가 입을 연 건 지난 16일이다. 이날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가 별도의 성명을 내고 “화룽의 영업 상황이 정상적이며 유동성도 풍부하다”고 밝히면서 시장 불안감은 차츰 가라앉기 시작했다. 

화룽이 비록 부실경영 전력이 있지만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경우 중국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 크다고 중국 정부도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화룽은 중국 재정부가 지분 과반 이상을 보유한 중앙 직속 국영 금융회사다. 화룽의 부채만 1조6000억 위안에 달하는 등 중국 금융시장과 깊이 얽혀있다. S&P에 따르면 화룽은 국제시장에서 채권발행 규모가 세 번째로 큰 중국 금융회사다. 골드만삭스, 블랙록 등 월가 은행도 화룽 달러채의 주요 투자자다.

그간 화룽 사태는 중국 정부가 부실 금융회사를 나랏돈으로 구제하는 이른 바 '대마불사'를 끝낼지 여부를 가름하는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사실 화룽의 부실은 라이샤오민 전 회장의 책임이 크다. 그는 역대 중국 최악의 부패 스캔들 원흉으로 2018년 체포돼 올 1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라이는 과거 2012년부터 화룽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부실채권 처리라는 본연의 업무 대신,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달러채를 대거 발행해 수십억 달러 자금을 조달해 그림자금융 등에 불법 투자하는 등 '돈 놀이'를 하며 부실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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