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정부, '같은 재판·다른 결과'에 당혹..."구체 언급 자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경은 기자
입력 2021-04-22 00: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日 정부 대상 위안부 2차 손배소, 패소 판결

  • 외교부 "일본, 사죄·반성 행보 보일 것 촉구"

21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488차 정기 수요시위 기자회견에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위안부 피해자 2차 손배소 패소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 2차 소송이 21일 원고 패소로 결론이 나면서 정부 역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후 "관련 구체 언급은 자제코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소송은 지난 1월 원고 승소로 매듭지어진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동일한 취지의 소송이었는데, 당초 큰 이변이 없는 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승소로 결론 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석 달 만에 180도 뒤바뀐 판결이 나오며 눈길을 끈다. 정부가 사법부 판결에 개입할 수 없는 가운데 사법부 내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재판 판결이 엇갈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향후 한·일 관계 향방을 가를 또 하나의 대형 변수인 위안부 피해 배상 문제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내리는 결정이다.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피해자들로서는 패소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재판부는 각하 사유로 '주권면제(국가면제)' 원칙을 들었다. 주권면제란 한 주권국가가 다른 나라의 재판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정부는 그간 주권면제를 근거로 들며 재판에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다.

이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올해 1월 8일 국내 사법부 판결과는 다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당시 김정곤 부장판사)는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동일한 취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일본 정부가 피해자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일본의 불법 행위에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일본 정부가 강하게 반발, 피해 배상을 거부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 등으로 꼬였던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했다.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달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을 하는 중에 위안부 판결 문제가 더해져 솔직히 조금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이날 이어진 2차 소송 결과가 1차 소송과는 정반대로 나오며, 향후 한·일 관계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이번 판결 결과가 긍정적이지만, 이미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1차 소송 등이 있어 한·일 관계 향방을 쉽게 단정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한·일 관계와 관련, 일본 정부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우리(한국)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측에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유감스럽게도 일본은 '한국이 정부 간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위안부) 문제에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일본이 그럴 자격이 있는가"라며 "(위안부 문제는) 전시 여성인권 사안"이라고 힐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금일 판결 관련 상세 내용을 파악 중인 바, 관련 구체 언급은 자제코자 한다"면서도 "다만 정부는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전시 여성의 인권유린이자 보편적 인권 침해의 문제"라며 "일본 정부가 1993년 '고노 담화' 및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등에서 스스로 표명했던 책임 통감과 사죄, 반성의 정신에 부합하는 행보를 보일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