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싸움 끝낸 'K배터리'...LG·SK 글로벌 시장 향해 날아오른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성현 기자
입력 2021-04-11 17:2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그동안 집안싸움에 급급했던 한국의 배터리 산업이 다시 날아오를 수 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국내외 모든 쟁송을 취소하고 10년간 추가 쟁송을 하지 않기로 극적 합의를 한 덕분이다. 이번 합의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결정한 SK이노베이션의 10년 수입금지 조치가 무효화되면서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사업은 차질없이 운영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특허권 침해 등 소송 방어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배터리 공급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더욱 힘쓸 수 있게 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그간 분쟁 중단을 넘어 향후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실화되면 국내 배터리 산업 생태계가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SK이노베이션, 미국 사업 이상無··· 포드 등과 JV설립 추진도 재개 가능성
우선 영업비밀 침해 소송 패소와 함께 미국 시장 철수까지 고려했던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 공장을 생산기지로 한 미국 시장 공략 계획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26억 달러(약 2조9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 전기차 배터리 제1공장(9.8GWh)과 제2공장(11.7GWh)을 짓고 있다. 각각 내년 1분기와 2023년 1분기에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두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순수 전기차 40만대분에 달하는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TC 영업비밀 침해 판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미국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설비 이전 업체들에 공장 이전 비용 등을 문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철수를 감행할 경우, 단순한 특정 시장 포기가 아니라 수주 고객인 폭스바겐과 포드에 막대한 위약금을 내야 하며 기업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양사의 합의로 인해 SK이노베이션은 단순히 미국 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하는 차원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배터리 사업 자체가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다. 지난해부터 검토됐던 폭스바겐, 포드와 배터리 합작법인 등도 다시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과 포드는 안전성과 기술력을 모두 갖춘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SK이노베이션과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분쟁이 길어지자 관련 계획을 모두 중단한 상태다. 양사의 소송전이 끝난 만큼 합작법인 추진도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에 건설 중인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공장.[사진=SK 이노베이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시장 확대 집중··· 더 이상 에너지 낭비 없다
LG에너지솔루션도 특허권 침해 소송 등 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GM과의 배터리 공장 설립 등이 더욱 순풍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천문학적인 로비, 소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관련 투자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비영리 연구기관인 CRP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로비에 65만 달러를, LG에너지솔루션은 53만 달러를 각각 썼다. 여기에 양사의 소송 비용까지 포함하면 부담은 1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손잡고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23억 달러(약 2조7000억원)를 투자해 3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2022년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오는 7월 예정된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ITC에 제기한 이차전지 특허권 침해 소송 조기 판결에 대해서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승리를 점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경우 승자 없이 양사 모두 미국 내 배터리 사업을 포기해야 할 위기였다. 하지만 이번 합의와 함께 기존에 진행 중이던 소송은 물론 10년간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합의해 관련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 세계 완성차 기업들의 배터리 내재화 선언 등 시장 변화에 맞춰 기존 파우치형 배터리 중심에서 원통형 배터리 중심으로 배터리 공급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이미 원통형 배터리 판매량은 이차전지 매출의 70%에 육박하기 시작했으며, 유럽 내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신규 모델에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어 관련 시장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양사가 분쟁 종료를 넘어 배터리 사업 부문에서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양사가 선의의 경쟁자이자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의 생태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가진 배터리 공급 네트워크와 효율성 기술, SK이노베이션이 가진 배터리 안전성이 더해지면 한국 배터리 산업이 세계 배터리 산업에서 장기집권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