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후폭풍] 부동산에 흔들린 정권…정책 후퇴 결단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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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1-04-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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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과 3주 전 "세부담 완화계획 없다"던 정부의 'U턴'

  • 전문가 "서울시장 선거 불리하니 장책 일관성 상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감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부동산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등 60가지 과세 또는 행정 기준으로 활용하는 공시가격을 급격히 올리다가 돌연 "인상률을 제한하겠다"거나 "세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등 입장 선회에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선거 앞둔 정부가 정책 일관성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불과 작년 말에 공시가격을 시세와 유사한 수준까지 높이겠다며 로드맵까지 발표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올해 공시가격 인상률 예상치를 발표한 3주 전만 해도 정부는 세부담 완화 계획이 없다고 못을 박았었다.

5일 국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공시가격 인상률 조정 또는 재산세 부담 완화 관련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사진 = 연합뉴스]

실제로 지난 1일 윤성원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내년에 공시가격 6억원을 넘어서는 주택이 얼마나 있는지 본 다음 세금 부담을 어떻게 감면해줄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적극적인 감세 메시지를 내는 중이다. 지난달 26일에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9억원 이하 아파트 공시가격 인상률이 10%를 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민주당에 강력히 건의하고 추진하겠다"고 선포한 바 있다.

이를 받아 불과 나흘 뒤 홍인표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당에서 적극적으로 어떻게 (공시가격 인상률을) 조정하는 게 합리적인지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공정한 과세 명목으로 추진한 공시가격 인상이 급격하게 이뤄지면서 각종 세금부담이 대폭 증가한 점을 고려해서 제도 손질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불과 3주 만에 입장이 바뀐 셈인데, 지난달 15일 정부는 공시가격 인상안을 발표할 당시 기자단과의 질의응답에서 공시가격 급증에 따른 1주택자 세부담 완화 계획을 물었을 때 "추가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 않다"고 답한 바 있다.

최근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률을 보면 전국 기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매년 4.44~5.98% 수준으로 오르다가 올해(안) 19%로 수직상승했다.

세종의 경우 올해 무려 70.68%에 달해 전년(5%) 대비 65%포인트나 치솟았고, 서울은 지난해(14.73%)에 이어 올해 19.91%, 같은 기간 부산은 0.02%에서 19.67%다.
 

[자료 = 국토부 ]

이는 오는 2030년까지 과세 표준인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한 해도 지나지 않아 이 로드맵을 뒤엎겠다는 취지로 공언하는 상황인 만큼 실현 가능성은 미궁으로 빠졌다.

전문가들은 정부·여당이 신뢰를 잃어버렸다고 비판했다. 부동산 문제로 여론이 불리해질 때마다 자신들이 주도하거나 각종 우려에도 강행했던 정책을 뒤집은 탓이다.

익명을 요청한 A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사업자 장려책도 근거 없이 투기꾼 프레임 씌우더니 폐기하고, 조세 형평이라며 추진했던 공시가격 현실화도 선거 불리하니 없던 일로 하자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수십, 수백만의 경제생활을 틀어쥔 정책이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심지어 정확히 어떤 배경에서 추진했고 왜 바꿔야 하는지, 어떤 장단점과 기대효과가 있는지 설명도 없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라고 부연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잦은 정책 변경이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그동안 시장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했던 정책을 더 효과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는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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