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누가 '요즘것들'에게 돌을 던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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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21-04-0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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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증권부 윤지은 기자]

"요즘 젊은이들은 눈앞의 수익에 목을 맵니다. 주식 투자는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길게는 몇 달 만에, 짧게는 며칠 만에 승부를 보려고 해요."

얼마 전 한 유명 투자 전문가를 만난 자리에서 들은 얘기다. 그는 단기 수익을 노리는 '단타' 투자법에 혈안이 된 젊은이들을 지적했다. 주식 투자란 게 따지자면 어떤 기업의 주인이 되는 과정이니, 그 말이 맞는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론 의문도 떠올랐다. 왜 젊은이들의 호흡과 주기는 점점 빨라지고 급해질까. 

젊은이들이 타고 오를 사다리가 점점 끊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하는 것 같다. 월 200만원 버는 사회 초년생이(한국 사회 초년생 평균 월급은 약 200만원이라고 한다) 안 입고 안 먹어 모은 몇 천만원 푼돈은 투자의 종착지인 '부동산'에 가닿기엔 하잘것없어 보인다. 어떻게든 자본을 불리려면 주식 투자뿐인데, 내가 '장투(장기 투자)'할 동안 집값은 기다려줄 것 같지가 않다. 지금보다 떨어지는 건 바라지 않고 더 오르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럴 거란 확신도 없다. 

지난밤 페이스북을 보다가 누군가 술 한 잔 하고 쓴 듯한 글이 와닿았다. "지금 2030은 선배들이 '갭투자'로 돈 버는 걸 지켜만 보다가 이제 따라하려니 온갖 규제에 막혔다. 세금 매겨, 대출 막아, 규제지역 지정해, 전매제한 걸어···(중략)···이젠 주식에도 세금을 매기고 코인도 정책 제한으로 건드린다고 한다. 2030에게 주어진 대안은 없다."

어떻게든 '신분 상승' 해보겠다고 아등바등하는 젊은이들에게 이 나라가 보여준 건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는 그냥 있던 자리에 얌전히 있으라는 메시지뿐이었다. 자산 증식을 위해 안달하는 건 놀부들이나 하는 짓이고 너흰 그런 것 안 해도 안온하게 살 수 있다는, 딱히 위로는 안 되지만 위로 같은 말들이다.

이미 가질 만큼 가진 어르신들이야 정도(正道)를 논할 여유가 있겠지만, 젊은이들은 그런 말들을 주워담을 시간에 빨리 목돈으로 불어날 주식이나 줍고 싶다. "그런 '고고한' 말들은 자리 잡고 곱씹어 볼게요. 선생님은 이미 재미 많이 보셨잖아요." 대들어보고도 싶다. 

'딴주머니' 차지 않고 회사원A로만 살아가기엔 시대가 너무 각박해졌다는 생각도 든다. 회사는 나를 입안의 껌처럼 씹다 단물 빠지면 뱉을 것 같다. 동반성장을 기대하기엔 홀로 성장하기도 벅차 보인다. 반평생을 개미로 보낸 부모의 노후는 초라해 보인다. 선배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며칠 전 한 기자 선배와 나눈 말이 떠오른다. 그는 '장투'를 역설하는 한 투자 전문가를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 양반 다 좋은데, 솔직히 일찍 태어났잖아. 워렌 버핏도 일찍 태어나서 워렌 버핏이다. 나 너무 부정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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