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65조원, 쓸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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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21-04-0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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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요구불예금 석달새 47조원 더 늘어…투자 관망 자금 대기중

'갈 곳 잃은 돈'이 올해 들어서만 50조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증시가 주춤한 사이, 은행 금고 속에 잠들어 있는 요구불예금이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이다. 유례없는 유동성이 공급되고 있는데도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4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주요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이들 은행의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656조484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말과 비교해 18조2442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요구불예금은 조건 없이 입·출금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부동자금이다. 예금자가 언제든지 찾아 쓸 수 있기 때문에 단기 자금의 성격이 강하다.

5대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1월 609조2868억원으로 전월 대비 하락 전환했지만 2월에는 638조2397억원으로 한달 만에 28조9529억원이 늘어난 바 있다. 3월 증가분과 합치면 연초 대비 47조1791억원이 증가한 셈이다.

이와 반대로 은행 예·적금 이탈 고객은 늘어났다. 5대 은행 예·적금 잔액은 지난달 말 663조3976억원으로 전월(666조9026억원) 대비 3조505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무렵부터 지속된 예·적금 잔액 하락세는 2월 들어 중단됐다가 3월부터 다시 내리막을 타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예·적금 감소세의 일부분이 요구불예금으로 전환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저축성수신금리는 연 0.85%에 불과하다. 0%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예·적금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뭉칫돈을 쥐고 있는 투자자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관망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빚투'와 '영끌'이란 신조어를 낳았던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데 따른 영향이다.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26조2202억원으로 전월 대비 19.0% 줄었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 또한 지난달 말 기준 101.0으로, 7주 연속 하락했다.

빚투의 대표적인 지표로 꼽히는 신용대출 증가세도 주춤한 상황이다.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35조3877억원으로 전월 대비 2033억원 늘어났다. 올해 들어 신용대출 잔액은 1월 1조5918억원 증가, 2월 556억원 감소하는 등 지난해와 비교해 확연한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영업점 창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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