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國手) 김인 9단, 변치 않는 청산(靑山)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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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입력 2021-04-0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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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바둑계 휩쓴 거목…고향인 강진에 '김인국수배' 남겨

  • 가난한 동료 위해 쓴 상금·대국료…훌륭한 인품 '귀감'

  • 향년 78세로 타계…광주 시안 추모공원에 영면

 

영원한 국수(國手) 김인 9단[사진=한국기원 제공]

'영원한 국수' 김인 9단이 2021년 4월 4일 오전 9시 향년 78세를 일기로 유명을 달리했다. 국수(國手)라 불린 그는 유산으로 변치 않는 청산(靑山)을 남겼다.

고인(故人)은 1943년 11월 23일 전남 강진군에서 태어났다. 13세에 바둑판과 함께 야간열차에 몸을 싣고 상경했다. 원로 김봉선과 아마추어 고수 이학진을 사사한 고인은 15세인 1958년 프로로 전향했다.

1962년 19세였던 고인은 제6기 국수전에서 조남철(향년 82세) 9단에게 도전했지만, 1승 1무 3패로 패배했다. 국수전을 마친 고인은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대국에서 돌을 던진 지 나흘 만인 3월 9일이다.

그는 조남철의 소개로 기타니 미노루(木谷實)의 문하생이 됐다. 기타니 도장 사범 시절 조치훈(65) 9단을 지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1963년 11월 기타니의 만류에도 귀국을 결심한다. 유학 20개월 만이다. 자유분방한 그에게 엄격한 도장은 맞지 않았다.

고인은 귀국 후 한국 바둑계를 휩쓸었다. 1966년 제10기 국수전 우승 후 15기까지 6연패, 제1기 왕위전 우승 후 7연패(통산 8회), 제6기 패왕전 우승 후 7연패 등 통산 30회 우승, 22회 준우승을 기록했다.

1966년 10기 국수전에서 23세였던 고인은 '난공불락' 조남철 9단에게 3-1로 승리하며 국수 타이틀을 쟁취했다. 현대 바둑 사상 첫 세대교체였다. 당시 한 매체는 '새 국수(國手)에 김인 5단, 조남철 기성(棋聖) 10년 만에 붕괴'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했다.

고인은 1971년부터 1975년까지 4년간 제5~8대 기사회장으로 프로기사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힘썼다. 1983년에는 9단으로 승단됐다. 이후에는 행정가로 변신했다. 2004년부터 2021년까지 17년간 한국기원 이사로 활동했다.
 

대국 중인 김인 9단(左)과 조남철 9단(右)[사진=한국기원 제공]

고인은 이목이 수려하고 기품이 있었다. 또한, 중후한 기풍으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고인은 상금과 대국료를 가난한 동료들을 위해 사용했다. 그 모습을 본 후배들은 그를 향해 '변치 않는 청산'이라 불렀다.

고인은 김인국수배를 남겼다. 2007년부터 고향인 전남 강진군에서 열리고 있다. 2007년 전국어린이 바둑대회로 출범한 김인국수배는 2008년 국제시니어바둑대회로 업그레이드됐다.

고인과의 마지막 만남은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국기원에서다. 당시 2020 NH농협은행 시니어바둑리그 시상식이 열렸다.

심판장인 고인은 힘겹게 마이크를 쥐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돼 다행스럽다. 시상식이 약식으로 치러져 아쉬움이 남는다. 선수 여러분께 감사함을 전한다. 후원을 아끼지 않은 후원사 여러분께도 감사함을 전한다. 고생 많으셨다. 내년 시즌에도 반가운 모습으로 다시 만나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이제 김인국수배와 NH농협은행 시니어바둑리그에서 고인의 모습은 볼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변치 않는 청산을 한국 바둑계에 남겼다. 푸른 유산이다.

고인의 빈소는 연세대학교 신촌장례식장 특2호실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6일 오전 9시 영결식장에서다. 발인은 오전 10시, 장지는 경기 광주에 위치한 시안추모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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