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는 뒷전…보험사, 기업대출까지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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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기자
입력 2021-04-01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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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18조 늘어…중소기업 대출은 5년새 두 배

  • 금융당국 리스크 관리 주문 역행 우려

보험사들이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대출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저성장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보험사들이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대체투자를 늘린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사가 대출을 확대할 경우 대출채권 신용위험액 비중도 동시에 높아지는 만큼,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요구한 리스크 관리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일 생명·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보험사의 보험사 대출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조3000억원(7.8%) 증가한 253조원을 기록했다.

보험사의 대출액은 기업대출이 주도했다. 이 기간 기업대출 잔액은 129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조3000억원(14.4%)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2조원 늘어난 가계대출(123조1000억원)을 추월한 액수다.

보험사의 기업대출 잔액은 최근 빠르게 급증하고 있다. 2015년 65조3000억원으로 가계대출 잔액의 65.7% 수준에 불과했던 기업대출 잔액은 2016년 78조3000억원, 2017년 91조1000억원, 2018년 101조5000억원, 2019년 113조4000억원 등 매년 늘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2015년 말 39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82조4000억원으로 5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기업대출 증가는 보험업계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인프라 건설, 대체 에너지 등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확대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부동산 PF 대출만 6조원가량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된다. 저금리·저성장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자산운용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대체투자를 늘린 것이다.

가계대출(123조1000억원)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주요 보험사(생보 3개, 손보 4개)의 지난해 신규 주담대 액수는 16조6340억원으로 전년(11조5419억원)보다 44%가량 증가했다. 보험사들은 주담대에 이어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의 금리를 낮추고, 신용대출 채널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대출 영업도 진행하고 있다.

보험사의 최근 대출 확대는 금융당국의 리스크 관리 강화 방침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담대 등 일반대출은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함께 신지급여력제도(킥스·K-ICS)가 도입되면 특히 생명보험사의 금리 리스크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12월 말 기준 보험업계는 변액보증위험액 산출기준 강화에 따른 신용·시장위험액 증가(1조9000억원) 등으로 요구자본이 21조원 증가했다. 반면 가용자본은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 등 기타포괄 손익 감소와 주주 현금배당예정액 반영으로 4조원가량 감소했다. 대출 증가로 신용·시장위험액이 추가로 늘어날 경우 보험사의 리스크 관리 능력은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보험사의 대출 증가에 대해 강도 높은 점검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 상반기 내에 '보험사 대체투자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모범규준에는 현지 실사와 담보물의 법률상 권리관계 등을 확인하는 절차를 강화하는 동시에 '고(高)담보인정비율(LTV) 투자' 심의절차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담길 예정이다. 사실상 보험사의 대출 확대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저금리와 저성장 지속으로 지속적으로 대체투자를 늘려온 점이 기업대출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대출 부실이 확대될수록 보험사의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금융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보험사의 대출 실태 파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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