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IB>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골든타임' 시작됐다...정의선 쌈짓돈 수천억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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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기자
입력 2021-04-0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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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5월 넘기면 사실상 올해 내로 지주사 전환 어려워

  • "해넘겨 지주사 전환 시 정의선 회장 일가 양도세 조 단위 예상"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 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을 위한 시간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분할, 지주사 전환, 주식 교환까지 완료하기에 시간이 촉박하다. 올해 현대차 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하지 못할 경우,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은 지주사 관련 최소 수천억원의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다. 또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현대차 그룹의 관련 지분은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31일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 그룹이 올해 안에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4~5월 내로 지주사 전환을 위한 공식적인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면서 "5월이 사실상 마지노선으로 더 늦어지면 올해 지주사 전환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정기 주주총회 기간이라 큰 안건을 들고 나오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4월부터 5월까지가 골든타임"이라고 관측했다.

현대차 지주사 전환, 시간 여유 없어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제작=아주경제]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8~9개월이 필요하다. △인적분할 관련 이사회 결의 △임시주주총회 △구주권 제출 △매매거래정지 후 변경상장 △신주 발행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 그룹의 지배 구조 상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는 과정을 현대차 그룹이 생략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유사한 사례는 HDC그룹 사례다. HDC그룹은 지주사 전환까지 약 7개월이 소요됐다. 이사회 결의 후 주주총회까지 3개월 반이 소요됐고, 이후 변경된 기업(HDC현대산업개발)의 상장, 공개매수까지 추가적으로 3개월 반이 더 소요됐다.

지주사 전환을 하지 않을 경우는 소요 기간이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현대차 그룹은 세제 혜택과 정 회장의 낮은 지분율을 고려할 때 지주사 전환이 불가피하다.

그나마 현대차 그룹의 위안거리는 지주사 전환을 위한 타부처 승인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올해 중간 지주회사로 전환을 고려 중인 SK텔레콤의 경우, 사업보안 이슈 때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승인이 필요해 현대차 그룹보다 더 촉박한 상황이다.

변경된 기업의 상장이 재개된 이후 지주회사 역할을 할 기업은 유상증자가 필요하다. 지주회사로 그룹사의 지분을 모아야 한다. 현물출자 방식으로서 최대주주가 아닌 소액주주의 지분도 모으기에 공개매수 과정이 수반된다. 이후 신주 교부, 신주 상장 등의 절차가 이어진다. 이 과정은 통상적으로 2~3개월이 소요된다. 지배 구조 전문 증권사 연구원은 "지주사 전환은 장외 블록딜이 아닌 공개 매수, 신주 발행 등의 과정이 이뤄진다"면서 "인적분할부터 지주사 전환까지 제반 과정을 모두 소화할 경우, 8달에서 9달이 소요된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촉박한 2가지 이유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제작=아주경제]


다른 그룹과 달리 현대차 그룹은 직렬형 지배 구조가 아닌, 순환출자 구조다. 순환출자 그룹은 지난해 공정거래법이 통과하며 큰 변화를 맞이한다. '순환출자한 지분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제한된다(공정거래법 23조)'는 조문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이 법은 2022년부터 적용된다.

지금까지 순환출자 구조로 그룹을 운영하더라도 자본의 공동화를 이유로 사회적 비판을 받았지 그룹 지배력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는 기업의 지배력에 제한을 가한다. 만약 내년까지 순환출자를 유지한다면 현대차그룹은 엘리엇과 같은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에 다시 한번 공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정의선 회장의 양도세도 불가피하다. 그룹사의 지주사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는 대주주가 다른 계열사 주식을 현물출자하고 지주사 주식을 받을 때 발생하는 양도 차익을 과세 이연했다. 언젠가 지주사 주식을 팔 때 양도세를 부과하는 식이다.

하지만 2019년 개정 세법을 통해 지주회사 개편 과정에서 대주주가 다른 계열사 주식을 현물출자하고 지주회사 주식을 받을 때 발생하는 양도 차익에 대해 과세 이연 되는 특혜를 없앴다. 적용시기는 2022년부터다. 4년 거치 후 3년 분할 납부하도록 했다(조세특례제한법 제38의 2). 정의선 회장 입장에서는 2021년 말까지 지주회사 전환 과정을 마치지 못한다면, 양도세 부담이 커진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지분가치는 대략 9.3조다. 전문가들은 지분가치와 양도차익이 거의 유사할 것으로 예측했다. 총수 일가의 취득가격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이 2015년 현대중공업 그룹으로부터 현대차 지분 1.76%를 8000억원에 취득한 것을 제외하면 그룹 지분 매입을 위해 거액의 자금이 소요된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현대글로비스를 매각한다면 양도세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가치는 2.16조인데 취득가격은 120억원이다. 중간에 매매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예상 양도세는 5907억원이다.{(2조1600억원-120억원)*0.25%*1.1}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의선 회장의 선택지는 사실상 지주회사 전환 뿐"이라며 "올해가 지나면 최소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의 양도세(지방소득세 포함)가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지배구조 정점, 모비스 유력
 

[출처= 유안타증권]

정의선 회장은 절세, 순환출자 해결, 지배력 유지 등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빠른 시일 내로 지주사 전환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현대모비스가 지주사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 등 완성차 계열사들은 시가총액이 너무 높고, 현대글로비스는 일감 몰아주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합병을 섞는다면 지난 2018년처럼 주주총회 산을 넘기 어려운데 현재 시일이 촉박하다.

정의선 회장은 지배력 강화를 위해 향후 지주회사가 될 현대모비스 투자회사(가칭)의 지분율을 높여야 한다. 이는 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은 낮은 상태로, 나머지 총수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높을 때 극대화된다.

이 모습은 실제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모비스 주가는 전년 말 대비 하락했다. 2019년 말 25만6000원이었던 모비스 주가는 지난해 말 기준 25만원에 그치며 상승장에서 소외받으며 되려 뒷걸음질 쳤다.

반면 모비스를 제외한 현대차 그룹의 주가는 크게 올랐다. 특히 현대오토에버 상승 폭이 가팔랐다. 2019년 말과 비교해 2.5배가량 상승했다. 현대오토에버를 합병법인으로 한 현대차 그룹 IT 3사 간 합병 역시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합병을 통해 현대오토에버의 미래가치를 더욱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향후 교환 비율 산정 시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인 셈이다.

그는 "정의선 회장이 기존 법의 혜택을 받으려면 시한이 촉박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라며 "복합 구조를 쓸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할 때 지배구조 정점은 모비스가 유력하다"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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