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의 뒤끝 한방] "30여회 불러 뭘 조사했나"…'월성원전' 또 별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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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1-03-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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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호인 "직권남용 수사에 구속이용 하는건가 의심"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법원. [사진=김태현 기자]
 

"피고인의 경우 30여회 걸쳐서 면담이라든지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30회나 불러서 뭘 조사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똑같은 걸 계속 물어보면서 인정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지난 30일 대전지방법원 형사11부(박헌행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월성 원전 의혹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급 A씨와 서기관급 B씨 보석 심문기일에서 변호인이 내놓은 날선 비판이다.

최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에서 핵심 증인들에게 모해위증교사를 했다는 의혹을 계기로 법무부와 대검찰청 합동감찰이 지난 29일 시작됐다. 이번 합동감찰은 검찰의 부적절한 직접수사 관행을 손질하겠다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의지에 따라 진행 중이다.

그보다 앞서 지난 24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도 "국민적 비판이 많이 제기돼 온 별건 범죄수사를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만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별건수사란 특정한 범죄 혐의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이와 무관한 사안을 조사하며 수집한 증거를 이용해 본래 목표했던 혐의를 확인하는 수사 방식을 일컫는다. 법조계에서는 직권남용·직무유기 사건에서 다른 범죄로 피의자를 구속한 뒤 구치소 방문조사나 검사실 면담 등으로 관련 조사를 하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조 직무대행 말을 빌리면 별건수사에 대해 검찰도 문제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월성 원전 관련 사건 공판에서 별건수사 논란이 또 나왔다.

변호인은 이달 초 첫 재판에서도 "이 사건 관련 수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고 강하게 토로했다. 검찰도 피고인들을 통해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관련 별건수사를 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서도 검찰은 수사자료 열람·등사가 늦어져 방어권을 침해받고 있다는 변호인 지적에 "관련 사건 조사 등 정당한 이유로 일시 연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별건수사 자체는 부정하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A씨와 B씨 모두 백 전 장관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은 "재판에 넘기기 전에는 감찰자료 폐기로 수사를 받았고, (이후에는) 그와 무관하게 직권남용을 위해서 구속이 행해지고 이용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직권남용과 관련해 당사자인 백 전 장관을 수사한 것이 아니라 구속기소 된 공무원들을 수사하고 있다면 별건으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두 공무원은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감사원법 위반·방실침입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감사원 감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관련 자료를 지우거나 삭제했다며 지난해 12월 구속기소 했다.

그러나 재판에서는 검찰 수사 기간에 보도된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읽힌다. 애초 감사원 감사는 이들이 속한 산업부가 아닌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었다. 한수원과 감사원 관계자들 모두 '감사 대상은 한수원'이라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검찰은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와 비교해 어떤 사정 변경도 이뤄지지 않았고, 피고인들은 앞으로 나올 증인들 상급자라 증인 회유할 가능성도 크다"며 보석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날 나온 양측 주장과 피고인들 서약서를 따로 제출받아 검토한 뒤 보석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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