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통신복지의 길, 알뜰폰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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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숭실대 교수
입력 2021-04-0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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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편요금제 도입 논의가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중단됐다. 보편요금제는 누구나 적정 요금으로 공평하고 저렴하게 통신 서비스를 쓰도록 하기 위해 기본적 수준의 음성과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다만 많은 이들이 '정부가 통신 서비스 가격 결정에 개입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 의원 모두 시장 내 경쟁을 활성화하는 정책이 우선이라며 반대한 이유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시장의 자유 침해를 막기 위해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한다. 다만 아직 요금제를 둘러싼 시장경쟁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적정한 선에서는 보편요금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문제의식에는 깊이 공감한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 부담을 줄여주고자 하는 취지 역시 이해한다. 다만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시장 내 가격경쟁을 활성화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런 측면에서 알뜰폰에 다시 한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알뜰폰은 이동통신 시장 내 가격경쟁을 활성화하면서도 이용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동통신 사업자나 대기업 계열의 알뜰폰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알뜰폰 이미지를 개선하고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들은 서비스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도매대가를 인하하기 위한 협상력을 확보하는 등 시장 전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왔다. 덕분에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도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이동통신 사업자가 자사 알뜰폰 계열사에 주는 다양한 혜택과 할인제도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이용자에게 혜택이 늘어나는 효과로 이어졌다.

해외 사례를 봐도 알뜰폰 서비스는 고객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한편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는 최적의 방안으로 꼽힌다. 현재 전 세계 80여개국 1000개 이상의 알뜰폰 사업자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이 중 20%는 이동통신 사업자가 운영하는 서브 브랜드다. 알뜰폰 사업자는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이동통신 사업자가 공략할 수 없는 소수 고객층을 대상으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알뜰폰 시장을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알뜰폰 시장 내에서 이동통신 계열 사업자와 중소 사업자는 서로의 시장을 침해하는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관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실제로 중소 사업자든 대기업 사업자든 망 도매대가가 동등하게 적용되므로 양쪽은 상호 보완관계를 이룬다. 또한 이동통신 계열 사업자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만든 상품을 중소 사업자들이 벤치마킹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고 소비자 인식이 개선돼 알뜰폰 시장 전체가 함께 크게 된다. 

알뜰폰 사업자 간 지나친 경쟁은 지양하도록 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요금 인하와 과도한 경품 위주의 출혈경쟁은 모든 알뜰폰 사업자에게 손해가 된다. 이는 자본력이 약한 중소 사업자의 시장퇴출 압력으로 이어진다. 중소 사업자들은 저가 상품 등 틈새시장에 집중해 차별성을 충분히 키울 수 있도록 제도로 지원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이동통신 계열 알뜰폰 사업자가 시장 전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중소 사업자와 상생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알뜰폰이 새로운 5G 서비스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서비스 경쟁 활성화 정책을 펴는 것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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