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람료 1만4000원…영화관 vs 관객들 엇갈린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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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1-03-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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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일부터 CJ CGV 영화 관람료가 1000원 인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멀티플렉스 극장 CJ CGV가 오는 4월 2일부터 영화 관람료를 1000원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인상에 이어 6개월 만이다.

CGV에 따르면, 오는 2일부터 성인 2D 영화 일반 시간대를 기준으로 영화 관람료는 주중 1만3000원, 주말 1만4000원으로 조정된다. 3D를 비롯한 IMAX, 4DX, ScreenX 등 기술 특별관 및 스윗박스 가격도 1000원씩 일괄 인상된다. 장애인이나 국가 유공자에 적용되는 우대 요금은 인상 없이 기존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CGV 측은 "코로나19 여파에 관객이 급감하면서 극장은 물론 투자·배급사, 제작사 등 영화 산업 전반이 고사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CGV는 지난해 국내 매출 3258억원에 영업손실이 2036억원에 달해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CGV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일부 직영점의 일시 영업 중단, 자율 무급 휴직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적자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관객이 줄며 배급사들이 영화 개봉을 미루자 CGV를 비롯해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2월과 3월 상영부금 외에 관객당 1000원의 개봉 지원금을 배급사에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

CGV 관계자는 "영화 개봉이 이뤄져야 영화산업 전체가 생존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재정적 부담을 감수하고 개봉작들에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CGV의 적자는 더욱 쌓이며 경영 부담 또한 커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어려움이 지속하면 개봉 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극장과 영화업계 전반의 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하게 관람료를 인상하게 되어 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적자 폭이 더욱 늘어날 경우 극장은 물론 영화산업 전반의 붕괴가 올 수 있다는 절박함 속에 생존을 위한 피치 못할 선택이었음을 이해해 달라"라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전체 극장 관객 수는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가동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매출액도 2005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과 관객 수를 비교했을 때 2020년은 전년보다 73.7% 줄어 6000만명에도 이르지 못했다. 2021년에도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1~2월 누적 관객 수는 2019년보다 87.9% 감소했다.

관객들은 영화 관람료 인상에 냉담한 반응이다. 비싼 영화 관람료로 극장 가기가 더욱 꺼려진다는 입장이었다.

직장인 B씨는 "주말 관람료 1만 4000원이면 OTT 서비스 한 달 요금이다. 제일 비싼 요금제와 맞먹는 금액"이라며 "여러 명이 요금을 나누어서 내면 OTT를 더 싸게 이용할 수 있다. 신작 영화들도 VOD 서비스나 OTT에서 금방 볼 수 있기 때문에 점점 더 극장은 안 가는 추세"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극장 사정이 어렵다며 영화 관람료 가격은 계속 올랐지만 관객 수가 가장 많았다는 2019년에도 관람료를 낮춰주지는 않았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불신을 드러냈다.

직장인 S씨도 같은 반응. "평소에도 영화 관람료가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로 두 번이나 가격이 인상돼 영화관 가기가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6개월 만에 올린 것도 간격이 짧으니 더 자주 올리는 기분이 든다. 볼 만한 영화도 없고 돈도 아까워서 극장을 가지 않게 되더라. 관람료가 비싸지니 영화를 두고 고민하게 된다. '이 값어치를 하는 영화일까?' 점점 블록버스터 영화들만 찾게 되는 것 같다"라고 거들었다.

영화 관계자들도 관객들이 느끼는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이해한다며 "극장이 심사숙고 끝에 자구책을 마련한 만큼 이에 따르는 '극장용 서비스'와 '강도 높은 방역'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극장 측의 입장도 관객들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고 털어놓은 그는 "가격 상승에 상응하는 서비스가 함께 마련돼야 관객들도 극장을 찾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CGV가 영화 관람료를 1000원 인상한 것과 관련해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아직 관람료 인상에 관해 정해진 바가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영화 관람료 인상은 위기 극복의 활로가 될까, 아니면 독이 될까? 관객들의 엇갈린 목소리는 계속해서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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