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미디어 환경 변화…방송 공공성 재정의 필요

한국방송학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의 바람직한 정책방향 모색' 토론회 개최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왼쪽), 문종대 동의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가운데),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교수(오른쪽)가 24일 열린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의 바람직한 정책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오수연 기자]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신규 미디어가 등장하고, 상업 미디어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공영방송의 역할과 방송의 공공성을 재정의하고 관련 법규를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국방송학회는 24일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의 바람직한 정책방향 모색'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글로벌 OTT의 급속한 확산, 모바일로의 시청행태 전환 등 급속한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미디어 공공성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새로운 방송통신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낡은 규제를 깨고 시장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규제가 미디어의 산업화를 촉진하고 공공성을 약화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공론의 장으로서 미디어의 공적 성격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는 문종대 동의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변화하는 시대의 매체 공공성 규제체제',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교수는 '미디어 공공성의 결핍요소 보완을 위한 구조개편 방향'을 주제로 발제했다.

이준웅 교수는 "규제 목적과 주요 정책 수단 간에 연계성이 불분명하며, 현행 규제는 미디어를 경직된 방식으로 규정해 사업자가 신기술을 활용하고 혁신적 사업을 시작할 유인을 갖기 어렵게 한다. 예컨대 공영방송이 해외 사업자와 결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려고 해도 규제부터 걱정해 신규 사업을 발굴하지 못한다"며 "기술의 발전을 활용해 더 많은 역무를 개발하고, 매체 환경을 활성화할 투자를 유도하고, 매체 이용자들의 후생을 높이기 위한 혁신 동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준희 교수는 미디어 창구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적용될 새로운 공공성 개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 교수는 "주파수나 전달 수준 관점에서 공공성에서 미디어의 '공연성' 개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유럽연합(EU)의 시청각매체법과 유사한 신규 법령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서 김동준 공공미디어 연구소장,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국회 과기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이상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정수경 민언련 정책위원, 정수영 MBC 전문 연구위원, 최선욱 전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장,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공영방송이 이용자인 시청자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제작에 힘써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김동준 소장은 "현재 공영방송은 다른 미디어와 차별성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며 "차별화를 위해 한국에서 공영방송이 왜 필요한지를 이용자의 언어로 납득할만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와 뉴스의 공정성 등을 통해 이용자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영방송의 수신료 인상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 최근 KBS는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며 시청자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안정상 위원은 "시청자의 대표자에 의해 지배구조가 형성될 때 공영방송의 공공성이 확보된다. 또한 기본 가치인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원구조가 명확하고 탄탄해야 한다"면서 "정치적으로 독립된 국회의장 직속 공영방송 수신료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역별로 비례해 수신료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