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박음질' 소리 멈춘 미얀마…의류산업 '뒷걸음질' 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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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03-1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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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60억 달러 규모 의류 산업 타격

  • 해외 의류 업체들 '날벼락'...일본 유니클로·GU 공장도 불에 타

  • 미얀마에 45개 공급 업체 둔 스웨덴 H&M도 피해 불가피

  • 전문가 "쿠데타로 미얀마 의류제조·봉제업 먹구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 '봉제 기지' 미얀마에서 재봉틀 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최근 미얀마 군사정권이 최대 도시 양곤과 제2도시 만달레이 일부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의류 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군경의 무자비한 유혈 진압에 두려움을 느낀 직원들도 속속 공장을 떠나면서 미얀마 의류제조·봉제업에 먹구름이 몰려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얀마의 경제 핵심인 의류제조·봉제업이 코로나19에 이어 군부 쿠데타로 이중고를 겪는 모양새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의류제조·봉제업은 2019년 기준 미얀마의 주요 수출 품목으로 꼽힌다. 미얀마는 일당이 4800짜트(약 3840원)로 인건비가 저렴하고, 아시아 시장 접근성도 좋아 지난 수년간 미국의 갭(GAP), 스웨덴의 H&M, 일본의 유니클로(UNIQLO)를 비롯한 해외 의류 업체들이 미얀마 봉제 공장과 계약을 맺어 왔다.
 

[그래픽=김한상 기자]


하지만 지난해 3월 원자재 주요 수입국인 중국이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지자 미얀마의 의류제조·봉제업도 덩달아 운영난에 허덕였다. 봉제 공장은 가동시간 단축과 임금 삭감, 해고, 휴업 등의 강도 높은 조치를 취했고 일부는 문을 닫기도 했다. 주요 주문처였던 유럽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주문은 급감했다. 미얀마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미얀마봉제협회(MGMA)의 우 캬우 윈 부회장은 “코로나19로 유럽의 봄철 의류 주문이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봉제 공장은 보통 8월에 내년 봄 상품 주문을 받아 제작하는데 작년은 전년도 대비 주문량이 50~75% 감소했고, 겨울 의류 주문도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군부 쿠데타까지 확산하면서 미얀마 의류제조·봉제업은 '날벼락'을 맞았다. 코로나19가 휩쓴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다. 군경이 마구잡이로 총을 쏘아 죽이는 상황에 계엄령까지 선포하자 미얀마 봉제 공장은 일제히 가동을 멈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 사태에 대해 "코로나19에 시달렸던 60억 달러 규모의 의류 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니클로 [사진=연합뉴스]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한달 넘게 계속되며 최악의 유혈 사태로까지 치닫자 해외 의류 업체도 악재에 부딪혔다. 유니클로와 지유(GU) 등의 패션 브랜드를 거느린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은 현지 파트너 업체가 운영하는 공장 2곳이 지난 14일 불에 탔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캐주얼 의류업체인 스웨덴의 H&M도 미얀마에 약 45개의 공급 업체를 두고 있으나 최근 쿠데타로 미얀마 주문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H&M 미얀마의 관리자 세르칸 탄카는 로이터에 "본사에서는 아직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지만, 현지 공급업체와의 신규 주문은 일시 중지한 상태"라고 말했다. 15년째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한 한인 봉제공장 업주는 "군부 치하에서 미국 경제제재도 겪었던 경험으로 미뤄보면 미얀마 상황이 빨리 정상화되더라도 미얀마 내 봉제산업은 올해는 끝났다고 본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정도의 상황이 되려면 앞으로 2년은 죽도록 고생해야 가능할 것 같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군부 쿠데타 장기화 조짐···전문가들, 의류제조·봉제업 가시밭길 예고
코로나19를 비롯해 미얀마 군부 쿠데타마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전문가들은 미얀마 의류제조·봉제업의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성루 델라웨어대학교 패션의류학과 교수는 "의류 업체는 아웃소싱을 결정할 때 정치적·재정적 안정성을 중요하게 평가하는데, 최근 미얀마에 불어닥친 정치적 불안정은 투자 매력도를 매우 손상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봉제 공장 소유주이자 미얀마 상공회의소(UMFCCI)의 중앙집행위원회 위원인 민 아웅은 "이미 사업주들은 공장을 폐쇄한 뒤 수출 금지를 비롯한 각종 제재에 대비해 비상조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태국에 의류 공장을 두면서 미얀마산 대신 태국산 의류를 만들 계획이다. 일자리를 잃을 미얀마 노동자들에게 미안하다"고도 덧붙였다.
 

미얀마 반군부 시위대에 벽돌 전달하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AP]


미얀마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의 판로마저 막히면서 의류제조·봉제업 몰락이 가속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펑니안 남중국해연구소 해양실크로드연구센터 부소장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차질을 빚었던 미얀마와 중국 국경지역 투자는 쿠데타 이후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얀마가 봉제 작업을 위한 원단의 9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만큼 의류제조·봉제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 사태가 끝나도 의류제조·봉제업 복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성루 교수는 "앞으로 해외 의류 업체가 미얀마에 아웃소싱을 맡길 때 두 번 이상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미얀마의 의류제조·봉제업이 당분간 짙은 먹구름 속에 갇힐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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