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괜한 엄살 아니었네...소득 줄고 삶의 질도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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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1-03-1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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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고용률 60.1%...일자리 감소로 소득 양극화 심화

  • 불필요한 지출 줄여도 물가 역습에 엥겔지수 '껑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그야말로 잔인한 2020년이다. 지난해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우리 살림을 팍팍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삶의 질까지 떨어뜨렸다.  

통계개발원이 11일 발간한 '국민 삶의 질 2020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일자리가 급감했다.

고용률은 60.1%로 전년 대비 0.8%포인트 줄었다. 남자 69.8%, 여자 50.7%로 동반 감소했다. 남자의 고용률이 70%를 하회한 건 2000년 이후 10년 만이다. 실업률은 4.0%를 기록하며 1년 사이 0.2%포인트 늘었다.

김승현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노동시장 충격은 상용직에서는 임금 충격으로, 임시일용직에서는 고용 충격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의 '2020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코로나 위기는 저소득층에 더 가혹했다.

지난해 4분기 최하위(1분위) 가구가 일해서 벌어들인 월평균 근로소득은 59만6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13.2% 줄었다. 이에 반해 최상위(5분위) 가구는 매달 721만4000원을 벌어들이며, 1년 전보다 근로소득이 1.8% 증가했다.

이로 인해 양극화가 심화했다. 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4.72배로 전년 동기(4.64배)보다 악화했다.

당장 소득이 줄자 불필요한 소비부터 줄였다. 자영업을 운영하는 김미진씨(36)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출이 절반 넘게 줄면서 생계와 관련 없는 소비는 과감하게 줄였다"며 "그런데도 장을 한번 볼 때마다 거뜬히 10만원을 넘어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0.5%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신선식품지수와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9.0%, 0.4%씩 상승했다. 이는 각각 2010년과 2018년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경기 악화로 소득이 줄어든 가운데 먹거리 물가가 껑충 뛴 것이다. 이 때문에 엥겔지수가 치솟았다.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작년 국내 명목 소비지출 중 식료품·비주류 음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2.88%로 집계됐다. 2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코로나 사태로 길어진 경기 침체는 스트레스로 이어졌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4.6%는 코로나가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일과 삶의 분리가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운 소상공인의 경우 삶의 질 저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월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일과 삶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22점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자 답답한 마음을 술·담배로 푸는 사람이 많아졌다.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주류·담배 지출액은 코로나가 시작됐던 지난해 1분기 4.2% 감소했지만 2분기 9.5%, 3분기 10.7%, 4분기 12.5%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술·담배 지출은 저소득·고소득층 구분 없이 모두 증가세를 나타냈다. 

코로나19로 인해 신종 질병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다. 응답자의 52.9% 절반 이상이 제2·제3의 코로나19 창궐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개발원은 "2년 새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이 10.1%포인트 증가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람들의 불안 정도가 심해진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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