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반도체 대란', 진짜 전쟁처럼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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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1-03-0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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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일부 자동차 공장이 ‘반도체 부족’을 이유로 멈췄다.

포드는 이미 미국, 독일, 멕시코 등 공장을 중단했고 폭스바겐도 지난달 독일 엠덴 공장을 2주간 중단한 데 이어 이번 달에는 감산에 돌입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전세계 곳곳의 완성차 브랜드들이 공장을 멈추거나 감산에 들어선 가운데 지난달 25일에는 테슬라가 미국 프리몬트 공장에서 모델3 생산을 2주 중단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한국지엠이 지난달 8일 인천 부평2공장의 50% 감산을 시작했고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특근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이에 한국자동차산업협회도 지난달 10일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단기 물량 확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국무부, 독일 경제부, 일본 외교부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은 정부 차원에서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TSMC를 보유한 대만 정부에 자동차용 반도체 증산 협력을 요청했다.

이 같은 반도체 대란으로 인해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은 올 1분기에만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생산이 약 100만대가량 차질을 빚고, 반도체 수급 불균형은 올해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디스플레이, 가전 등 다른 업계도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당장은 반도체 대란으로부터 자유롭지만, 반도체 부족이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전자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실상 모든 IT·전자기기에 들어간다. 최근 세계적 화두인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를 교훈 삼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도체 수급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세계적인 반도체 산업의 수준을 유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 100일간 반도체 칩, 전기차용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핵심 품목의 공급 사슬에 대한 검토에 돌입했다.

한국 정부도 이런 점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달 16일 반도체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반도체는 안보적으로도 전략무기화되고 있다”며 “세계 주요국들이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가 글로벌 패권과 연관될 정도로 중요한 전략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면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의 원인이 된 초과수요 외에도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공급망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등 치밀한 분석과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기술 진보가 빠르고 정보 보안을 중시하는 반도체 업계에서 이뤄지는 사업을 흔히 ‘총성 없는 전쟁’으로 비유하곤 한다. 반도체 대란에서 국가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진짜 전쟁처럼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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