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미나리'도 공짜?..."불법유통 못막으면 한류 팬덤 무너진다"

차현아 기자입력 : 2021-03-02 18:37
한국언론학회, 정필모·한준호 민주당 국회의원과 공동 세미나 "모니터링·해외 공조 강화하고 민관이 유출에 공동 대응해야"

한국언론학회가 정필모,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해외 방송콘텐츠 불법유통 대응을 위한 지원 및 공조정책 방안 세미나를 2일 개최했다. [사진=한국언론학회 제공]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 국내 콘텐츠가 불법 유통되는 사례들도 함께 늘고 있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아야 K콘텐츠 산업도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만큼, 민관이 협력해 불법 콘텐츠 유통을 더욱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언론학회는 2일 오후 정필모·한준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해외 방송콘텐츠 불법유통 대응을 위한 지원 및 공조 정책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한국 콘텐츠를 불법으로 유통해 국내 사업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사업자와 정부가 힘을 합쳐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넷플릭스 등 글로벌 단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성장함에 따라 한국 영상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가 지난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과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넷플릭스 순위에서 국내 드라마인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10위권 내에 머물렀던 기간은 모두 100일을 훌쩍 넘었다.

플릭스패트롤이라는 영상 콘텐츠 순위 랭킹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넷플릭스 TV쇼 중 100위권 내에 들었던 한국 콘텐츠는 △사이코지만 괜찮아(19위) △스타트업(32위) △더 킹(36위) △청춘기록(48위) 등으로 총 8개다.

한국 콘텐츠의 인기는 경제적 효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한국은행의 저작권 반기별 무역수지 추이 자료에 따르면, 영상 콘텐츠를 포함한 문화예술저작권의 수출액은 10억4000만달러(1조17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초의 흑자 기록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만큼 해외에서 국내 콘텐츠가 '어둠의 경로'로 유통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추석 때 KBS에서 방송된 '나훈아 콘서트'는 국내에서는 재방송을 볼 수 없었다. 제작자와 협의해 생방송 한 번만 방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 3일 후 중국의 유튜브에 해당하는 빌리빌리(BiliBili)에서 나훈아 콘서트 전체 영상이 공유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해외 사이트 등에서 발생한 저작권 침해로 시정권고를 내린 건수는 2017년 기준 55만4843건에서 지난해에는 69만4560건으로 증가했다. 접속차단 건수도 2017년 72건에서 지난해에는 무려 6977건까지 급증했다.

불법유통 형식도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ISD라고 불리는 불법 스트리밍 장치를 이용한 저작권 침해도 급증한다. ISD는 IP(인터넷)TV의 셋톱박스 같은 형태의 기기로, 설치하면 전 세계 TV 방송을 볼 수 있다. 서비스 운영자가 방송 사업자들과 계약을 맺지 않고 임의로 운영하는 서비스이므로 엄연히 불법이지만, 월 3만원 수준의 이용료를 받고 있어 IPTV와 비슷한 합법적인 서비스로 오해하는 이용자가 많다.

또한 이 교수에 따르면, 한주TV(hanjutv)나 한국드라마넷(yasbs.com)같은, 겉보기에는 합법적으로 콘텐츠 유통권을 확보한 웹사이트처럼 버젓이 콘텐츠를 유통하는 사이트도 적지 않다. 이외에 한국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형식을 그대로 본따 프로그램을 만드는 포맷 표절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콘텐츠가 불법으로 유통되면 제작사의 저작권료 매출 감소와 같은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한류 콘텐츠에 대한 인식도 악화된다. 이 교수는 "제값을 주고 소비하고 싶은 매력적인 콘텐츠가 돼야 꾸준히 우리 콘텐츠를 소비하는 글로벌 팬덤이 늘어난다"며 "이를 위해 불법 콘텐츠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은 개별적으로 불법 유통에 대응하고 있다. 자사 콘텐츠가 어느 국가에서 불법으로 공유되고 있는지 일일이 찾아내기도 쉽지 않은데다, 발견하더라도 비용 부담 때문에 법적 대응을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국경을 넘나들며 초 단위로 콘텐츠 유통이 이뤄지는 디지털 환경 특성상 모니터링도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더 이상 개별 사업자 단위에서 일일이 불법유통에 대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지 저작권 관련 기구와의 공조 등 국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해외 시장 내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온라인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 해외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하고 권역과 유형별 침해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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