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재방송'에도 움직인 美 증시…'버핏 단짝' 멍거 "도박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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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2-2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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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증시, 국채금리 상승에도 파월 발언에 급반등

  • 멍거 "시장, 로빈후드 등 통해 도박판으로 변했다"

  • 비트코인·테슬라·SPAC 등에도 비판 목소리 높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플레이션, 국채 금리 상승 우려에 흔들었던 미국 뉴욕증시가 되살아났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비둘기 발언’에 시장 참여자들이 ‘매수’로 응답한 결과다.

그러나 일각에선 앞서 시장을 하락으로 끌고 갔던 물가상승과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우려가 여전한 상태에서 파월 의장의 ‘재방송’에 지수가 크게 뛰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시장 압박요인이 완벽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국자 한마디에 지수의 등락이 전환된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의 안전성을 유지하는 지지층이 약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3대 주요 지수는 일제히 상승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424.51포인트(1.35%) 상승한 3만1961.86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국채 금리 상승 우려에 요동쳤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132.77포인트(0.99%) 오른 1만3597.97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4.02포인트(1.13%) 뛴 3925.39를 기록했다.

뉴욕증시는 장 초반 인플레이션, 국채 금리 상승 우려에 폭락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파월 의장이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연준의 목표치인 인플레이션 2% 달성까지 3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며 금리를 장기간 동결할 것임을 시사하자 지수는 급반등했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은 전날 그가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밝힌 것과 별반 차이 없는 ‘재방송’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장은 파월 의장의 말에 크게 반응하며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1.4%를 돌파하는 상황에서도 전날과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와 관련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단짝이자 오른팔로 불리는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은 최근 주식시장 움직임을 맹비난했다.

야후파이낸스, CNBC 등 주요 외신은 멍거 부회장이 이날 데일리저널과 인터뷰에서 많은 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광적(frenzy)’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를 도박(gamble)이라고 표현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왼쪽)과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 [사진=AFP·연합뉴스]


그는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5만 달러를 넘어서고,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앞서 1조 달러를 돌파한 것 중 어떤 것이 비정상적이냐고 묻자 18세기 영국 작가 새뮤얼 존슨의 ‘벼룩과 이 중에서 어떤 것이 먼저냐는 순서를 정할 수 없다’라는 말을 인용해 답했다. 두 사례 모두 비교할 것 없이 비정상적이란 얘기다.

그러면서 얼마 전 미국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게임스톱 사태’에 중심이 됐던 무료 주식 거래 온라인 플랫폼 ‘로빈후드’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멍거 부회장은 “초보 투자자들이 무료 주식거래 앱(애플리케이션)인 로빈후드 등을 통해 거래 버블(거품)에 빠져들고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열풍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많은 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광적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다. 차입매수도 흔하다. 이는 주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인데, 이는 매우 위험한 투자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주주들은 사리를 더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군중심리에 휩쓸려 그저 가격이 오른다는 이유로 주식을 사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경마하듯 ‘매수 도박’에 나서고 있고, 로빈후드처럼 주식 거래로 증권사들로부터 수수료를 챙기는 이들이 투자자들의 이런 도박을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멍거 부회장은 최근 주목을 받는 특수목적합병법인(SPAC·스팩)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그는 SPAC이 주식시장의 투기를 조장하고 버블을 만들고 있다고 보고 “이 세상은 SPAC이 없다면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맹비판했다.

SPAC은 통상적인 기업공개(IPO) 절차와 반대로 진행된다. 한 기업이 회사 가치를 끌어올려 증시에 상장해 일반 주주들이 주식을 사는 것이 일반적인 IPO 과정이다.

하지만 SPAC은 사모펀드 등 투자자가 ‘껍데기’ 회사를 증시에 올려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은다. 이어 모은 자금으로 가치 있는 회사를 골라 인수합병을 진행하는데, 최근 주식시장 과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았다.

한편 멍거 부회장은 비트코인의 결제 수단화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비트코인이 결제수단이 되기에는 변동성이 지나치게 높다고 했다. 다만 그는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하는 인위적인 것”이라며 비트코인의 ‘디지털 금’ 평가에 대해선 동의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결코 금을 사지 않기 때문에 비트코인 역시 안 산다. 다른 이들도 내 방식을 따를 것”이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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