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는 이미 코로나 전부터… 中企 근로자, 대기업의 절반도 못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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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21-02-2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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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대기업 근로자 월평균 소득 515만원… 중소기업은 245만원

  • '대감집 노비가 낫다' 자조도… "소득·사내복지·은퇴 후까지 차이"

  • 코로나19 상황에서 양극화 심화… 인프라부터 경영 실적까지 타격

  • "올해도 유동성 위기 지속 가능성… 1700개 넘는 지원책 조정·관리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몇 년 전부터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문구가 있다. '머슴살이를 해도 대감 집에서 해라'는 것. 어차피 직장생활은 고되고 힘드니 체계가 갖춰져 있고 월급이라도 많이 주는 대기업에 가는 게 낫다는 의미다. S그룹 합격 자기소개서 수기에서 발견됐다는 이 문구는 이제 취직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금과옥조 같은 명언이 됐다.

대감댁 머슴살이가 그나마 낫다는 통찰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직장인들이 한 달 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날은 누가 뭐라 해도 월급날이다. 그러나 같은 월급이라도 대기업에 다니는지, 아니면 중소기업에 다니는지에 따라 호주머니 무게는 달라진다. 

◆소득 불평등은 다소 개선··· 중소-대기업 임금 격차 2배 이상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가 한 달에 벌어들이는 소득은 여전히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다소 개선됐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19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에 따르면 전체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309만원으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중위소득은 234만원으로 6.3% 늘었다. 중위소득은 소득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값을 의미한다.

중위소득의 50% 이상 150% 미만을 버는 중간층 임금근로자 비중은 50.4%로 전년 대비 1.4% 포인트 증가했다. 이 비중이 50%를 넘은 것은 2016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김진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전체적인 소득 불균형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는 여전했다.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소득은 515만원으로 중소기업 근로자 소득(245만원)보다 2.1배 많았다. 1년 전과 비교해 소득 증가율은 중소기업(6.1%)이 대기업(2.9%)보다 훨씬 높았음에도 임금 격차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워낙 차이가 크게 나는 탓이다.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전체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을 훌쩍 뛰어넘지만, 중소기업 근로자의 소득은 중위소득을 간신히 넘어서는 수준이다.

대기업에서는 월평균 250만~350만원 미만을 버는 비중이 14.6%로 가장 많았다. 이어 150만~250만원 미만이 14.0%, 350만~450만원 미만 13.8%, 450만~550만원 미만 12.2% 등 비교적 넓은 범위에 소득이 분포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 근로자는 150만~250만원 미만을 버는 근로자의 비중이 33.6%로 가장 높았다. 85만원 미만을 번다고 답한 근로자도 17.8%나 됐다. 1000만원 이상을 버는 근로자 비중은 대기업이 7.6%인 반면 중소기업에서는 1.1%에 그쳤다.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소득을 연령별로 보면 50대가 676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40대(643만원), 30대(488만원)가 뒤를 이었다. 반면 중소기업은 40대의 평균소득이 286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50대(264만원), 30대(264만원) 순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벌어졌다. 직장인이 근속 기간이 길어질수록 대기업에 가지 못한 걸 후회하게 되는 이유다. 19세 이하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33만원이지만 연령이 높아질수록 소득 차이가 커졌다. 격차가 가장 큰 50대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균소득 격차가 2.6배에 달했다.

◆코로나19, 대-중소기업 격차에 부채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소득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출판 관련 중소기업에 다니는 A씨는 "소득에서의 차이도 크지만 사내 복지, 은퇴 후의 인생 2막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이점까지 합하면 대기업 근로자들과의 격차는 훨씬 더 크다"면서 "회사 전무도 대기업 계열사에서 일하다가 옮긴 사례"라고 말했다.

대감댁 노비론(?)은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또 한 번 주목받았다. 인프라를 갖춘 대기업들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피해 재택근무로 전환하거나 발 빠르게 재택을 위한 시스템을 갖췄다.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감염의 위험을 뚫고 출퇴근 길에 올라야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심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1월 취업자는 2581만8000명으로 작년 동월 대비 98만2000명 줄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고용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달랐다. 종사자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취업자는 110만4000명 줄었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는 273만7000명으로 되레 12만3000명 늘었다.

앞으로의 경기 상황에 대한 전망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차이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대기업 BSI는 2포인트 상승한 93을 기록한 반면, 중소기업은 9포인트 하락한 69로 집계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심리차는 24포인트로 벌어졌다.

◆10곳 중 4곳 "올해 매출 작년보다 감소" 예상

중소기업이 바라보는 올해 경기는 비관적이다.  

합금공구강을 제조하는 B사의 연매출은 40억원, 종업원은 12명이다. B사와 같은 뿌리산업 제조업계는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매출이 30%가량 감소했다. 고용 여건도 좋지 않다. 고령화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코로나19로 입국이 원활하지 못해서다. B사는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과 인력 채용을 위한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는 B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39.7%는 올해 경영 환경이 작년 대비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경기 하락에 대한 기저효과도 소용이 없다. 응답 기업의 46.9%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매출이 줄 것으로 예상했다. 변화 없을 것이라는 응답도 39.7%나 됐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 상황이 나아질리 없다. 올해 고용에 변화 없다는 응답이 70.1%를 차지했으며,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도 20.7%에 달했다. 고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은 9.2%뿐이다.

경제 위기 회복에 대한 기대도 사그라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경제 회복을 점친다는 응답은 4.6%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5월 실시한 조사에서 올해 상반기 회복을 기대하는 응답이 30%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내년에 경기가 회복할 것이라는 응답도 5월 조사에서는 8.9%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23.9%로 증가했다.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이 멈추지 않자 경기 개선이 점점 늦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당분간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도 33%나 됐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중소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올해도 매출액이 감소할 것으로 응답하는 등 당분간 중소기업의 현금 유동성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소기업의 부채 부담을 증가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노 단장은 "현재 중소기업 지원사업은 1754개로 최근 3년 동안 30.2% 증가했다"며 "중소기업 지원사업 정책의 총괄·조정 기능을 강화해 유사·중복되는 사업을 개선해 지원기관 간의 역할을 합리적으로 분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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