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전 세계는 집안에서 망치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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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02-2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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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에 머무는 시간 늘자 리모델링 붐…美 검색량 50% 증가

  • 한국도 집꾸미기 호황에 인테리어·가구 소비 증가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리모델링 시장 49조까지 성장 전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실내를 고치는 망치질 소리가 전 세계 이곳저곳에 울려 퍼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공간을 개조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 침체 속에도 가구·인테리어 시장은 역주행하며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24일 인테리어 업계에 따르면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미국 전역에서 전동 공구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며 주택 꾸미기에 나선 시민들의 모습을 묘사했다. 리모델링 플랫폼 포치(Porch)의 맥스 앤더슨은 "현재 미국에서 집 꾸미기에 지출하는 비용은 사상 최고치다. 앞서 리모델링 비용은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한 작년 수요는 어느 때보다 높다. 주택 소유자 4명 중 3명이 주택 리모델링을 했다"고 답했다.

코로나19로 달라진 집의 위상은 구글 검색량에도 나타난다. 앤더슨은 "작년 3분기 주택 리모델링 관련 미국의 구글 검색량은 3억3000만건으로, 이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에 비해 약 50% 늘어난 수치"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비즈니스 와이어에 따르면, 소비자 전문가가 주택 소유자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57%는 작년 3월부터 5월까지 주택 꾸미기에 나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크리스 허버트 하버드대 공동주택연구센터장은 이러한 주택 꾸미기 붐을 두고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많은 이들이 실내 공간 꾸미기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면서 리모델링 시장이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몬트리올은행(BMO)의 살과티에리 수석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집에 투자하는 미국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작년 6월에는 가구와 장비, 유지보수 관련 지출이 65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이는 코로나19 이전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집 꾸미기와 관련해 작년 철물점과 건축 자재 공급 업체는 전년 대비 22.6%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대대적인 봉쇄령이 내려졌던 캐나다도 집 꾸미기에 지갑을 열고 있다. 캐나다은행인 티디뱅크(TD Bank)가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7%가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주거공간 필요성을 느껴 주택 꾸미기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티디뱅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자택 대기령이 내려진) 캐나다인들은 집 꾸미기를 통해 홈 오피스와 교실, 체육관 등을 기존 공간과 통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리모델링 붐이 일어난 배경을 설명했다.
 

[그래픽=김한상 기자]

우리나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집콕 생활(집에만 있음)이 길어지자 인테리어 시장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작년 12월 발표한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1차 대유행 시기 전인 2월의 가구판매점 매출 증감률은 15%에 그쳤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된 4월에는 55%를 기록한 데 이어, 5월에는 60%까지 치솟았다. 인테리어 용품도 마찬가지로 3월에는 매출 증감률이 9%에 불과했으나 6월에는 33%, 9월에는 36%까지 불어났다.

주택 거래 부진으로 뒷걸음쳤던 가구·인테리어 업체가 때아닌 호황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또, 통계청은 지난해 연간 가구 소매판매액이 전년 대비 23.8% 증가한 10조186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정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면서 가구 교체에 관심이 커져 가구 업체들이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작년 한샘은 전년 대비 21.7% 성장한 매출 2조673억원을 기록해 2017년 이후 3년 만에 연 매출액 2조원대를 회복했다. 영업이익은 930억원으로 66.7%, 순이익은 675억원으로 58.1% 증가했다. 한샘의 리모델링 서비스 '리하우스' 패키지의 지난해 직시공 건수는 1분기 585건, 2분기 810건, 3분기 1143건으로 지속해서 상승했다. 4분기는 아직 집계전이지만 1200여건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집 꾸미기 열풍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주거 비용 증가와 집 꾸미기에 대한 관심 증대로 인테리어와 가구 부문의 온라인 성장세가 가파르다"고 말했다. 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2017년 30조원 수준이었던 국내 홈 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규모가 2021년에는 49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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