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회복 탄력성' 높이면 위기는 기회가 된다

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입력 : 2021-02-22 18:03

[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명절인 설이 지났지만 아직 경기가 올라올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추석에 이어 랜선으로 만나야 하는 상황이 가족들과 덕담을 나누며 정을 돈독히 해오던 우리네 성향과 잘 맞지 않는다. 분명 온라인으로 세배하고 아이들 세뱃돈도 휴대폰으로 보낼 수 있는 시대이지만, 우리네만의 정(情)이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크다.

해마다 양대 명절인 추석과 설은 의미적으로는 세배와 성묘를 통해 친인척 간의 공동체 결속을 강하게 하는 날로, 계절에 따른 국민적 축제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축제는 종교적 제의(祭儀)의 의미도 있지만, 이후 이어지는 음주가무 등의 유희는 지역 공동체의 부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소이다. 이 같은 명절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의 온기를 느끼지도 못하고 화면으로 봐야 하는 지금의 상황은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지역 상공인들에게까지 진한 아쉬움을 준다.

가급적 이동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말부터 부천, 인천, 부산, 광주, 제주 등 대도시로의 개인적 출장이 잦았다. 랜선 회의가 일상화되어 있지만, 바삐 움직이는 공장이나 소상공인들과는 전화는 물론 랜선회의 역시 아직은 어려운 점이 많았다. 더군다나 컴퓨터나 휴대폰 너머로 보고 듣는 것만으로는 현장의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현장 방문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 30명 이상의 현장직원이 활동하는 공장 등은 낯선 이의 방문에 더 민감했다.

벽면에 붙어 있던 ‘잠깐의 방심이 코로나를 불러온다’라는 문구는 더욱 섬뜩하게 느껴졌다. 기업 입장에서 공장 내 한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는 순간 공장은 스톱되며, 이에 따른 손실은 작은 중소기업이 감당해내기 어려운 수준이다. 방문한 모 기업은 CCTV를 통해 공장 내 상황을 살펴보길 권하는 상황이었고, 뉴스 등을 통해 전해 들은 것보다 현장의 상황은 더욱 철저한 방역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더욱 기억에 남는 것은 공장을 찾아가는 도중에 눈에 띄었던 임대나 매매가 붙어 있는 다른 공장들의 사정이었다.

기업과 대화를 나눴던 내용 중 하나가 기업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에 관한 이야기였다. 회복탄력성은 교육학과 심리학에서 시작된 용어이기에 학술적인 설명이 필요하지만, 간단하게 말해 회복탄력성은 위기를 극복하고 긍정적인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는 어떠한 역량을 의미한다. 이미 작년부터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포스트 코로나를 이야기하면서 등장했던 용어라 잘 알고 계신 분들도 있었지만, 지금 당장 눈앞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했던 기업에서는 처음 듣는다는 분들도 많았다.

기업의 회복탄력성을 이야기하며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그래서 뭘 해야 해요’라는 것이었다.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던 내용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그 첫째는, 직원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마스크를 쓰다 보니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공장과 같이 소음이 심한 곳에서 일상적인 대화는 상당히 힘든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으면 오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직원들과의 기본적 신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기서의 이야기는 보고와 명령뿐만 아닌 단순한 의사소통까지 포함된다. 경영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회사 사정을 직원들에게 이야기하면서도 그들에게 위기극복과 고용에 대한 신뢰를 주어야 한다. 위기의 심각성이 높아지면, 실제 보고과정에서 종업원의 자의적 판단이 늘어나, 정작 전달해야 할 중요 메시지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연구가 있다. 결국 이야기의 핵심은 긴박감을 조성하며 조그만 방심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2000년 3월 미국 뉴멕시코주 필립스 반도체 공장에 낙뢰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 사건이다. 화재는 10분여 만에 진화되었지만, 클린공정을 요구하는 반도체 생산에 문제가 생겼다. 이 공장은 세계적 휴대폰 기업인 노키아와 에릭슨의 납품업체로 일주일간의 조업중단을 통보하였다. 이에 노키아는 즉각적인 보고를 통해 위기대응팀을 꾸려 대체 부품을 물색하였으며, 필립스에 생산차질 최소화를 요구하였다. 반면, 에릭슨은 담당자가 문제의 시급성을 간과하면서 별다른 조치 없이 일주일 뒤 복구를 기다렸다. 하지만 복구가 지연되며 에릭슨은 한달 뒤 생산중단이라는 타격을 받게 되었고, 이는 세계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져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하게 되었다. 위기상황에 대한 자의적 판단이 기업의 사업중단의 빌미가 된 것이다.

둘째는, 직면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를 작성하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중장기적 계획보다는 연간사업계획 정도를 준비하고 대응하고 있다. 물론 당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바쁘겠지만, 이러한 문제가 순차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연간계획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예상되는 문제와 대응방안, 중기적으로는 잠재적 반등 기회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동시다발적인 대응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이러한 대응 과정이 지금 당장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에는 지금 당장의 위험성이 더 클 수 있다. 중소기업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처럼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는 고려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익숙하지 않은 것이기에 오히려 새로운 문제가 튀어나올 수 있다. 경영자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직원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며, 기업이 예전 유사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해서는 하나하나의 요소를 관리하는 데서 출발하며, 해보지 않았던 것보다는 기업의 기존 프레임워크를 지키며 관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역경 속에서도 희망과 상상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 상황이 안 좋아지면, 많은 기업들이 수동적이고 방어적으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코로나 대응과정 속에 기업의 변화과정을 덧입혀 생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유례없이 악화된 경제를 일정 수준 회복하기 위해 생활 방역으로 전환하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역시 상충관계(trade-off relationship)가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에 대한 소극적 대응이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침체기 속에 오히려 경쟁우위를 더 키우며 성장하는 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이기보다는 희망과 상상을 통해 장기적 안목을 갖고 빠르게 움직임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간다. 경영자는 우선 재무적인 측면에서부터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 기업인 애플은 예전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다수의 인수·합병(M&A)을 단행했으며 평가하락을 활용하기 위해 현금 포지션(cash position)을 활용했다. 다시 말해 현금 확보로 재무건전성을 높이며 기회를 기다렸던 것이 지금 글로벌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로 성장하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위기는 곧 또 다른 기회를 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APFF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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