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스페셜 칼럼] 원자재값 동시 급등.. 착시를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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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입력 2021-02-2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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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2020년 팬데믹 경제위기로 모든 영역에 제동이 걸리면서 원유, 금속, 농산물 등의 원자재 수요가 멈춰 섰다. 2021년 들어 경기회복의 신호들이 차츰 나타나고, 백신 보급이 시작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필자가 『포스트 코로나 2021년 경제전망』을 통해 원유선물 ETF 등의 투자를 추천한 이유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 배경

코로나19 충격이 원자재 가격을 급락시켰듯, 팬데믹 종식의 기대감이 이를 다시 급등시켰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이유에는 통화정책이나 경기회복과 무관하지 않다. 세계 각국은 역사상 가장 낮은 기준금리를 도입하고, 최대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거의 모든 물건의 가치가 상승했다. 게다가 백신 보급과 경기부양책의 기대감, 그리고 경제 회복세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전반적인 원자재 수요를 이끌었다.

원자재 가격이 일괄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은 이례적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 배경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먼저 금속 가격 상승의 주된 배경은 친환경 인프라 정책이다. 구리는 전기와 열 전도성이 높아 친환경 에너지 발전 시설과 전력 시설 및 전기차 배터리 등에 쓰인다. 바이든이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고 친환경 산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한몫한다. 희귀 금속인 팔라듐은 자동차 배기가스 감축제로 사용되고, 백금은 친환경 수소를 생성하는 전해질 분해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등 산업용 금속 원자재 수요가 크게 늘었다.

원유 가격이 상승한 것은 경기적 영향과 일시적 요인들이 맞물려 나타났다. 국제유가 하락세를 막고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을 포함한 OPEC+가 산유량 감산 합의에 이르고, 실제 감산을 이행해 나감에 따라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되었다. 반면 수요는 크게 늘었다. 중국 경제는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었고, 적극적인 산업정책들이 집중되면서 원유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더욱이 2021년 연초 미국 전역에 불어닥친 한파로 난방용 기름 소비가 급증한 반면, 텍사스주의 석유업체들은 전기부족 사태로 시설을 완전히 가동할 수도 없었다.

농산물 가격 상승세는 더욱 복잡한 요인들이 작용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이동 제한으로 일손이 부족해지고, 농작물 생산이 감소했다. 세계 각지에 발생하고 있는 이상기후는 안정적인 곡물 공급에 차질을 가져왔다. 이런 시점에 전세계 콩(대두)의 3분의 2를 수입하는 중국으로부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바이든 행정부가 바이오연료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옥수수와 대두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식량안보 경쟁이 시작되었다. 아르헨티나는 옥수수를 비롯한 주요 농산물 수출 금지 조치를 단행하고, 러시아는 소맥 수출 쿼터제와 수출세를 도입했다.

 

 


원자재 슈퍼사이클 vs 스몰사이클

슈퍼사이클은 통상적으로 20년 이상의 장기적인 가격상승 추세를 뜻한다. 원자재 슈퍼사이클(Commodities Super-Cycle)은 국제유가, 금속, 농산물 등의 원자재 가격이 중장기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다.

역대 원자재 슈퍼사이클들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에 의해서 발생했다. 2000년대에 있었던 4차 슈퍼사이클(2001~2016)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2000년대 들어 중국이 사회주의적 시장경제(socialist market economy)를 도입하기 이른다.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고, 국유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했다. 환율제도를 개편하면서 해외직접투자가 중국으로 집중되는 등 대외거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중국이 두 자릿수로 성장하면서 세계 주요 원자재를 흡입하다시피 했다. 중국은 세계 에너지의 20%, 철강의 43%, 알루미늄의 41%를 소비했다(2012년 기준). 한편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의 신흥국들이 도시화를 진전시키고,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면서 다양한 원자재 소비가 늘었다. 신흥국들의 국민소득이 증대되고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곡물 소비가 증가하고, 커피나 코코아 등과 같은 기호성 농산물 소비도 크게 늘었다.

 

 





원자재 시장이 5번째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 종식 후 국제유가가 최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건도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새롭게 시작되었다고 분석했다. 원인으로 ①경기회복 ②통화확장 ③재정부양 ④달러 약세 ⑤인플레 우려 ⑥친환경 정책과 같은 요소들을 꼽았다.

역대 원자재 슈퍼사이클과 비교해 보면, 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상대적으로 일시적 요인들이 많이 작용했다. JP모건이 제시한 각각의 원자재 슈퍼사이클의 근거들이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요인인지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2021년의 경기회복세는 코로나19 충격 이후 기저효과의 경향성이 강하다. 중장기적인 회복세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둘째, 통화정책도 한시적 요인이다. 2020년 각국은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를 도입했고, 대규모 양적완화를 단행하고 있으나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이러한 완화적 통화정책의 기조가 둔화되고 있다. 수년간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고물가 기조로 전환된다면 통화정책도 긴축적으로 전환되지 않겠는가? 셋째, 재정정책도 수년간 지속될 것이 아니라, 코로나19의 경제충격을 상쇄시키기 위한 2021~2022년까지의 한시적 요인이다. 이후에는 각국이 재정건전성을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을 집중할 것으로 판단된다. 넷째, 달러약세 기조도 통화정책의 기조가 전환될 때 변화가 있는 요인이다.

JP모건이 제시한 다섯째 요소는 인플레 우려다. 지금의 현상은 리플레이션(reflation)이지 인플레이션이 현실화 된 것은 아니다. 리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심한 인플레이션까지는 이르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IMF는 2021년 선진국들의 평균 물가상승률이 1.3% 수준으로 여전히 저물가 상황에 놓여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마지막으로 친환경 정책을 보자. 친환경 산업에 필요한 산업용 금속들의 수요가 늘어나겠지만, 그만큼 공급이 집중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늘어나는 수요에 적극 대응해 시장으로부터의 기회를 포착하려 움직일 것이다. 더욱이 친환경 에너지와 친환경 자동차가 많이 보급될 경우 국제유가가 하락하지 않겠는가? 사실 원자재 가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국제유가인 만큼, 친환경 정책은 오히려 원자재 가격지수를 장기적으로 떨어뜨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역대 슈퍼사이클에 비교해 보면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고 보기에는 너무 성급하다. 슈퍼사이클 주장의 근거들이 장기적이거나 구조적 요인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은 실질적인 수요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투기적 수요에 따른 것이다. 산업적 수요가 동반 증가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물론, 원자재 가격이 상당한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동의한다. 스몰사이클에 더 무게가 실린다.

원자재 스몰사이클에 대응하라


자원 안보력을 높여야 한다. 차질 없이 원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외교적 노력이 중대해졌다. 주요 원자재 공급 국가들과 자원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들이 원자재 구입 및 조달 과정에서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장기 공급계약을 확대하거나 상품 선물시장을 통해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는 등의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하겠다. 식료품과 같은 일부 품목의 물가상승으로 서민들의 생계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에, 식료품 수급 안정과 같은 정책적 노력이 더욱 강조될 시점이다. 기업들은 금리, 환율 등 주요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줄 변수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한다. 주요 원자재 생산을 주도하고 있는 신흥국에 진출하고, 주요 기업들과 공동 업을 영위하는 시도도 고려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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