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人㉘] “비대면 근무, 비효율화 줄여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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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1-02-1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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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人㉘] "픽셀릭, ‘리모트워크’ 가장 잘 이해하는 팀“


- 비대면 근무가 실시간 의사소통이 어려워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리모트워크는 오피스워크와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기본적으로 다르다. 이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툴도 달라야 하는데, 크게 두 가지 측면이다.


첫째는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다. 카톡이나 슬랙으로 말을 걸면 상대방이 바로 응답하기를 원한다. 반면,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은 바로 답변을 안 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용건과 세부사항을 다 정리해서 한 번에 전달한다.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던 방식을 리모트에 적용하면 당연히 불편하다. 사무실에서는 말을 걸고 싶어도 직원이 일에 열중하고 있거나 미팅이 있으면 자제한다. 슬랙으로 말을 걸 때는 상대방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가 없다. 집중하고 있는데 끼어들거나, 미팅하는데 말을 걸어 놓고 답변이 없으면 답답해한다. 직원들은 5분에 한 번씩은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중요한 사람이 내게 말 걸었을 때 답변을 안 하면 태도의 문제로 보일까 우려해서다. 결국 실시간 대응을 위해 항시 대기 상태가 되고, 정작 중요한 일에는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거다. 우리는 디폴트값을 실시간 답변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만들었다.


주제별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 과거 센트비에서 일할 때 시차 있어서 아침에 일어나면 슬랙 메시지만 수백 개가 도착해 있었다. 그 안에는 중요한 내용도 있어 모든 메시지를 다 읽어야만 했다. 아침부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작업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요한 주제 단위로 쪼개는 작업이 중요했다. 한국은 게시판 형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익숙한데, 비슷한 개념이다. 처음부터 주제별로 메시지를 나눠주고, 관심 가져야 할 메시지만 열어보는 거다.

예를 들어, 피그마라는 디자인 툴에서 특정 디자인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받는다고 하면 사용자가 참가 중인 프로젝트 주제만 따로 분류한다. 사용자와 관련 없는 주제 메시지는 안 봐도 되는 거다. 이렇게 덩어리 단위로 관심 가져야 할 주제와 아닌 것을 구분한다.“

[픽셀릭 정상용 대표.(사진=픽셀릭)]



- 슬랙이나 기존 협업 툴이 실시간 대응 기반이었던 이유는 그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지 않겠나. 기업 문화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도 픽셀릭 서비스가 유용할까

“내부에서도 고민을 많이 하는 지점이다. 다만, 픽셀릭이 타깃하는 스타트업이나 디자이너, 엔지니어들은 함께 회의하는 시간보다 각자가 알아서 일해야 하는 시간이 더 길다. 집중에 필요한 시간이 많은데,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에 항상 ‘레디’가 돼 있어야 하는 것은 문제다.

물론, 기업 문화의 변화가 함께 진행돼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런데도 소프트웨어가 자연스럽게 허용하고 있는 방식이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행동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조금 더 불편하게 만들어 평상시에는 실시간으로 대응하지 않게 만들고 있다.“


- 커뮤니케이션 이외에 팀원 간 유대감, 집단지성에 의한 창의력 부재가 비대면 근무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창의력, 유대감도 중요한 문제다. 픽셀릭도 100% 리모트워크라 내부 문제는 문화적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매일 아침 스크럽 미팅을 하고, 1대 1 미팅도 자주 가진다. 때로는 실리콘밸리에 모여 한 달간 합숙하면서 시장을 이야기하고, 유대감을 높인다.

다만, 우리 솔루션은 그 문제를 포커싱하고 있진 않다. 회의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려면 사전에 준비를 잘하고, 회의에 들어가서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회의와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하거나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같은 방식으로, 회의 시간 이외에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제거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일에 집중하게 하고, 온전히 시간을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픽셀릭의 목표다.“


- 코로나19가 종식돼도 비대면 근무가 확대될까

"비대면 근무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걸 경험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트위터가 전원 재택을 유지한다고 했고, 페이스북도 리모트 허용을 논의 중이다. 큰 회사들이 이런 결정을 하면서 변화가 이미 일어나고 있다."


- 한국은 미국과 달리 제조업 중심의 중소기업 많다. 업무 문화도 또한 대면이 중요하다

“제조업은 현장이 중요해 비대면 근무가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사무실에 모이는 대부분 업무는 리모트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계나 디자인, 변호사 사무소 등 어디에서든 가능하다. 인식이 변하면 접근방식도 바뀐다. 코로나19로 리모트를 강제로 경험하고, 그 상황에서 일이 진행되게 하려고 문화와 인식을 바꾸고 있다. 각자의 노하우가 전달되고, 유용한 툴이 공급되면 자연스레 변화할 것으로 생각한다.”


- 비대면 근무가 단순히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불필요한 시간적‧정서적 소비를 최소화하고, 회의조차 압축된 형태로 진행하면서 모든 업무를 효율화하는 과정인 것 같다

“동의한다. 업무방식을 어떻게 비대면으로 바꾸느냐고 의문을 제기하지만 인류가 오피스에서 일하는 역사도 얼마 안 됐다. 컴퓨터로 업무를 본 지는 이제 수십 년이다. 그동안 변화 없이도 많은 문제가 해결됐지만, 문제가 없던 것은 아니다. 비효율은 생산성 저하를 가져온다. 비대면 근무의 핵심은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에 있다.

국가별로 SaaS를 사용하는 문화적 차이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변화의 방향은 그런 차이가 없어지는 쪽이다. 각국의 스타트업들을 보면 미국과 한국에서 채택하는 툴이 비슷하다. 피그마, 노션 같은 툴은 한국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 연쇄 창업가로 유명하다

"센트비를 퇴사하고 1년간 쉬면서 무슨 일을 할지 고민했다. 이 때 '만약 30억원이라는 돈이 있으면 무얼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다. 이런 큰 돈을 벌어 본 적은 없지만, 이자만으로 부족하지 않게 살 수 있는 돈이 그 정도라고 생각했다. 아무 일도 안 하는 옵션을 선택할 수도 있고, 다른 기업에 취업도 가능할 거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마음 편하게 다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새로운 창업을 할 것 같았다.

창업은 힘들다. 돈을 많이 버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그 이유로만 도전하기는 어렵다. 돈만 생각한다면 차라리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 취직하는 게 나을 수 있다. 또는 전문직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을 선택한 것은 그 과정 자체가 좋아서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확인하고, 솔루션 찾고, 검증하는 과정. 또, 변화가 일어나는 걸 지켜보는 과정이 돈보다 더 의미가 있었다."


- 목표는 무엇인가

"하이퍼인박스가 디자이너‧개발 툴보다 오랜 시간 사용되진 않겠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프트웨어가 되길 바라고 있다. 일과를 시작하기 위해 자리에 앉을 때 가장 먼저 켜는 소프트웨어 되는 것. 궁극적으로는 다른 소프트웨서 사용하는 시간을 줄여서 진짜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하이퍼인박스 하나로 리모트워크의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다. 다른 회사도 열심히 하겠지만, 혹시 해결 안 된 다른 분야가 있다면 원격 협업 관점에서 계속 채워나갈 것 같다. 궁극적으로는 이런 문제를 제일 잘 해결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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