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육지 다 뚫린 육군 22사단...軍 '경계 실패'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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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 기자
입력 2021-02-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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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남성 軍감시장비에 수 차례 포착됐지만 조치 안 해

  • 합참 "해안감시와 경계작전에 분명한 과오 식별"

지난 16일 탈북자가 월남을 시도한 강원 고성지역 민통선 일대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육군 22사단 바다와 육지가 3개월 사이 동시에 뚫렸다. 지난해 11월 4일 북한 남성이 일반전초(GOP)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설치된 철책을 넘어온 데 이어 16일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바다를 건넌 북한 남성이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해 월남했다.

특히 북한 남성이 해안으로 올라온 후 우리 군 감시장비에 몇 차례 포착됐으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총체적 경계 실패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박정환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17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22사단 해안경계 작전과 경계 관리 실태를 합참이 우선 확인했다"며 "미상 인원이 해안에 상륙한 이후 감시장비에 몇 차례 포착됐지만 해당 부대는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가 훼손됐음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통선 이북에서 발견 및 신병을 확보해 3시간 만에 작전을 종결했지만 경계작전 요원과 경계시설물 관리 등 해안감시와 경계작전에 분명한 과오가 식별됐다"고 경계 실패를 인정했다.

육군 22사단은 사건 당일, 북한 남성이 제진검문소 CCTV에 포착된 뒤 진돗개를 발령했다. 진돗개는 적 침투가 예상되거나 무장 탈영병이 발생했을 경우 발령되는 전투대비태세다. 육군 22사단이 최초 경계 작전에 실패하자, 뒤늦게 진돗개를 발령, 전투대비태세를 갖춰 대응에 나선 것이다.  

북한 남성의 월남 경로도 드러났다. 박 본부장은 "군사분계선에서 3㎞ 이격된 지점 철책선 전방에서 족적을 발견했다"며 "미상 인원이 이 지점을 통해서 상륙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바로 아래 철책선 전방에서 잠수복과 오리발이 발견됐다. 미상 인원이 환복하고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지상작전사령부와 합동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사결과에 따라 후속대책을 마련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남성은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군은 잠수복을 착용했다고 해도 한겨울 차가운 바다를 헤엄쳐 월남하는 것은 보통 체력으로 어렵다고 판단, 북한 남성 신원과 월남 동기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 남성은 20대 초반으로 전해졌다. 

육군 22사단은 현재 지난해 발생한 북한 남성 월책 허용 사건으로 수십억원을 들여 광망(철조망 감지센서)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당시 수천억원의 예산을 들인 광망 센서가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한편 육군 22사단은 크고 작은 총기사고가 끊이지 않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구타·가혹행위·자살·총기사고 등 불명예 사건들이 계속되자, '뇌종부대'에서 2003년 '율곡부대'로 부대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군 총기사고 중 최대 사망자를 낸 '조춘희 일병 총기 난사 및 월북 사건'이 바로 22사단에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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