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카' 선두주자 이항은 왜 공매도 '사냥감'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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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21-02-18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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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가 하루새 62%↓…서학개미 손실 불가피

  • 세계가 주목한 이항...中-유럽 시장까지 외연 확장

  • ARK 발판 삼아 승승장구...올 들어 주가 6배 점프

'하늘을 나는 교통수단' 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중국 드론 기업 '이항(EHANG)' 주가가 16일(현지시간) 나스닥 시장에서 하루 만에 반토막이 났다. 하루 전날까지만 해도 주가 급등세가 예상됐던 기업이라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플라잉카' 선두업체로 잘나가던 이항의 성장세에 대한 의혹도 커졌다. 
공매도 사냥감 된 이항··· 주가 하루 새 62%↓

이날 이항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2.69% 급락한 46.30달러에 장을 마쳤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시총)이 25억 달러(약 2조7600억원) 증발했다. 

이항의 악몽은 공매도 보고서에서 시작됐다. 미국 투자정보 제공업체인 울프팩리서치가 이날 '추락으로 향하는 이항의 주가 폭등'이라는 제목의 33쪽짜리 공매도 보고서를 발간했다. 울프팩은 앞서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愛奇藝)'의 회계 조작 의혹을 제기한 곳이다.

보고서는 이항의 최근 주가 상승은 실제로 제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이항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고객과의 가짜 판매 계약을 기반으로 한 정교한 조작이라고 꼬집었다. 이항의 주요 계약이 조작된 것이란 얘기다.

울프팩은 이항의 주 고객사와의 관계도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항의 주요 고객인 '상하이 쿤샹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이하 쿤샹)'는 이항과 판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실체가 없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이항과 계약을 맺기 9일 전에 설립됐으며, 계약서에 기록된 쿤샹의 주소지 3개 중 2개는 가짜였다고도 주장했다. 

​또 영문 보도자료에서 중국 규제 당국의 상업적 승인을 받았다고 거짓 주장을 했고, 중문 보도자료에서는 미국과 캐나다·유럽 당국의 상업적 승인을 받은 것처럼 속였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울프팩은 지난달 직접 찾은 이항 본사는 드론 기업의 면모를 전혀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실제로 울프팩이 공개한 영상 속의 이항 본사는 최소한의 보안 시설은 물론, 드론 생산을 위한 기본적인 생산라인도 갖추지 않았다.
 

울프팩리서치는 보고서에서 이항의 드론택시 조립시설이 최소한의 장비와 인력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사진=울프팩리서치 보고서]

이와 관련해 이항은 즉각 공식 입장을 내놨다. 17일 중국 유력 매체 둥팡차이푸망에 따르면 이항은 성명을 통해 울프팩의 공매도 보고서는 많은 오류와 함께 근거 없는 진술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회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나스닥의 회계 규칙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주가는 애프터 마켓(장 마감 이후 거래)에서 20% 이상 급등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우리 정부가 이항의 ‘드론택시’를 이용해 드론 관제 실증시험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플라잉카' 선두업체··· 올 들어서만 주가 6배 '껑충'

이항은 2014년 이항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후화즈가 광저우에서 세상에서 가장 조종하기 쉬운 드론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고 설립한 드론 기업이다. 창립 4년 만에 획기적인 교통 수단인 유인드론의 자율비행 테스트에 성공, 무인항공기 산업에서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미래 가치를 인정받았다. 2019년 12월 나스닥에도 상장했다. 

사실 공매도 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항은 '플라잉카' 선도업체로 부각되며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었다.

최근 주가도 파죽지세였다. 특히 올 들어서만 주가는 6배 껑충 뛰었다. 여기엔 미국 자산운용사인 아크인베스트가 신규 출시한 우주탐사 기업에 투자하는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에 이항을 포함시킬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아크인베스트는 파괴적 혁신 기업에 투자하며 높은 수익률로 주목받고 있는 자산운용사다. 국내서도 '테슬라 투자' ETF로 이름을 알렸다.
 

[그래픽=아주경제]

 
세계가 주목한 이항··· 유럽까지 외연 확장
특히 이항은 '유인 드론' 방면에서 두드러진 행보를 보여왔다. 중국 당국으로부터 유인 드론 출시 신청을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중국 내 서비스 개시에 열을 올려왔다.

지난 3일 봉황망커지, 펑파이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민용항공국(민항국)은 이항 유인드론 모델 EH216 허가 신청을 수리했다며 연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언론들은 민항국이  허가 신청을 수리한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는 중국 민항국이 유인 드론에 대한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민항국은 올해 안으로 이항 EH216 모델 허가증을 발부할 방침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 민항국은 유인드론 모델 인증을 완료한 세계 최초 기관이 되고, 이항은 유인드론 모델 인증을 받은 세계 최초 기업이 된다.

이항은 광둥성을 시작으로 도심항공교통(UAM) 모빌리티 사업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주하이 헝친신구 범관광유한공사, 주하이 화파스포츠운영관리회사 등과 전략적 협력도 맺었다. 
 

[사진=민항국 캡처]

이항은 중국 시장에만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 지역을 타깃으로 삼아 외연도 넓혀 나갔다.

지난달 이항은 유럽 최대 규모의 UAM 시연 중 하나인 도심항공 모빌리티 프로젝트(AMU-LED)에 합류했다. AMU-LED 프로젝트에는 에어버스, 보잉 등 17개 관련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2022년까지 스마트시티를 구축하기 위해 2년간 100시간 이상 시험 비행할 계획이다. 이항은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 등 3개 국가에서 EH216을 시범 운행한다.
 
서학개미 손실 불가피··· 올 들어 1000억원 순매수

이항은 사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지난해 11월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진행된 UAM 실증행사에 띄워진 드론으로 한국에서 잘 알려져 있다. 당시 이항이 개발한 2인승 등급 드론 기체인 EH216이 쌀가마를 싣고 약 7분 동안 한강 상공을 비행했다.

서울시는 UAM을 통한 모빌리티 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이항의 드론기체를 수억원에 구입하는 등 이항의 드론택시 도입 계획을 구체화한 상태다. 

한국 투자자들도 이항에 관심이 많다. 올해에만 이항 주식 9804만 달러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학개미가 투자한 종목 가운데 순매수 14위를 기록했다. 주가 폭락에 '서학개미'의 손실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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