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썩은 달걀'을 '황금알'로 바꾼 손정의, 올해 6개社 상장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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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정석준 기자
입력 2021-02-1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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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프트뱅크 투자 기업 그랩·쿠팡 등 최소 6곳 올해 IPO 준비

  • 손정의, "황금알 160개 갖고 있어...대부분 마지막 수확 단계"

  • 소프트뱅크, 지난해 비전펀드로 이익 실현···올해도 상승세 예상

몇 년 전까지 많은 미디어가 우리(비전펀드)가 '썩은 달걀'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황금알 160개를 갖고 있고 대부분 마지막 수확 단계다.


지난해 4분기(회계년도 3분기) 소프트뱅크 실적 설명회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한 말이다. 우버, 위워크 등 잇따른 투자 실패로 위기에 몰린 손 회장의 비전펀드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했다.

지난 1월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를 통해 투자하는 기업 중 최소 6개 이상이 올해 상장을 위해 IPO(기업 공개)를 준비 중이다. 포브스 역시 소프트뱅크가 올해 투자 기업들의 잇따른 상장으로 큰 이익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비전펀드는 지난 2016년 소프트뱅크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함께 1000억 달러(약 110조2200억원) 규모로 조성한 기술 투자기금이다.
 
쿠팡·바이트댄스·그랩... 상장 준비 중인 손 회장의 황금알들

[그래픽=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손 회장의 올해 첫 '황금알' 후보로는 한국 기업 쿠팡이 유력하다. 쿠팡은 12일(현지 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비전펀드는 쿠팡 전체 지분의 37%를 보유한 대주주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를 통해 2015년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2018년 20억 달러(약 2조2000억원) 등 두 차례에 걸쳐 쿠팡에 30억 달러(약 3조3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비전펀드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직매입 방식의 영업과 대규모 IT·물류 인프라 투자로 인해 최근 5년 동안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야만 했다. 하지만 2018년을 기점으로 적자 액수를 줄이면서 흑자 전환을 위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쿠팡 적자 규모는 약 52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500억원 줄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을 포함해 해외 경제 매체들은 쿠팡의 기업가치를 500억 달러(약 55조1100억원) 내외로 평가했다. 해당 가치평가(밸류에이션)가 현실화되면 비전펀드가 보유한 쿠팡의 지분가치는 최대 190억 달러(약 21조94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손 회장과 비전펀드는 투자액의 7배에 달하는 금액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중국 내 동영상 공유 앱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도 IPO에 나선다. 비전펀드는 지난해까지 총 30억 달러(약 3조3000억원)를 바이트댄스에 투자했다. 로이터통신은 바이트댄스가 자회사인 '더우인(중국판 틱톡)'을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바이트댄스는 미국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명목으로 제재를 추진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함에 따라 미국 증시 상장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도 올해 상장을 진행할 전망이다. 비전펀드는 디디추싱에 100억 달러(약 11조2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지분 20%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디디추싱은 지난해 홍콩과 미국 증시에 상장할 것이란 풍문을 부인한 바 있다.

동남아시아에도 손 회장의 황금알이 있다.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승차 공유 서비스로 시작한 ‘그랩’은 소프트뱅크와 디디추싱 등 여러 투자자로부터 100억 달러(약 11조200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받았다. 현재 그랩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종합 경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그랩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동남아 기업 중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억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보유한 인도의 결제 앱체 ‘페이tm’도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인도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정확한 IPO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IPO 자체는 확실히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손 회장은 지난 8일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실적 설명회에서 페이tm에 대해 “비전펀드가 투자한 회사”라며 “소프트뱅크(야후재팬·라인)의 간편결제 '페이페이'에 활용되는 독창적인 기술은 페이tm이 만든 것”이라며 극찬한 바 있다.

이밖에 비전펀드가 투자 중인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업체 '토코피디아', 인도 보험 비교사이트 '폴리시바자르' 등도 올해 상장을 앞둔 스타트업으로 거론된다. 미국 기업 관계 전문 매체 크런치베이스는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를 통해 토코피디아 지분 25%, 폴리시바자르 지분 15%를 보유 중인 것으로 분석했다.
 
비전펀드로 재도약 성공한 소프트뱅크, 올해도 상승세 예상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 회장 겸 사장이 지난 8일 오후 2020년 4~12월 결산 실적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비전펀드는 지난해부터 큰 투자 성과를 내며 소프트뱅크 실적 턴어라운드(급격한 흑자 전환)를 주도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1분기에 최고 적자인 1조1150억엔(약 11조6900억원)을 기록한 비전펀드 투자 손익은 그해 2분기부터 이익으로 전환됐다. 지난해 4분기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투자 손익은 1조3550억엔(약 14조2000억원)에 달한다.

흑자 전환의 비결은 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의 잇따른 상장이다. 지난해 8월 공모가 20달러로 미국 증시에 입성한 중국 온라인 부동산 중개업체 KE홀딩스(베이커쟈오팡)는 지난 12일(현지시간) 67.32달러(약 7만4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비전펀드는 KE홀딩스에 13억5000만 달러(약 1조4900억원)를 투자해 64억 달러로 자산을 늘렸다.

지난해 12월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 음식배달 전문 업체 도어대시는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86% 폭등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일본 매체 재팬타임스는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를 통해 6억8000만 달러(약 7500억원)를 도어대시에 투자해 90억 달러(약 9조92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손 회장의 황금 거위인 비전펀드가 살아나자 소프트뱅크 주요 실적도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소프트뱅크 순이익은 1조1720억엔(약 12조2900억원)으로, 같은 해 1분기(1~3월) 1조4380억엔(약 15조800억원) 손실에서 큰 폭으로 반등했다.

소프트뱅크의 상승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를 통해 지분 20%를 확보한 독일 중고차 거래업체 '오토1그룹'은 성공적으로 증시에 데뷔했다. 지난 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시장에 상장된 오토1그룹은 첫 날부터 공모가인 38유로(약 5만원)에서 39% 급등한 52.90유로(약 7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재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21년에도 비전 펀드 투자 기업 중 쿠팡, 디디, 바이트댄스 등 다수 기업이 IPO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추가 매각을 통한 이익 실현 가능성이 높다”며 “도어 대시, 우버, 오픈도어 등 현재 비전펀드에 포함된 상장사들도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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