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재정 적자 100조원 넘을 전망...일본의 '악어 입 그래프' 닮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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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기자
입력 2021-02-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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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재정 적자, 110조원 가량 전망...첫 100조원 이상 적자

  • 지난해 국세수입 전년대비 7조9000억원 줄어...2년 연속 감소

  • 안일환 차관, 1990년대 일본 세수 감소·재정 지출 증가 '악어 입 그래프' 빗대

벌어지는 악어 입[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재정 적자 규모가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 속에 일본의 '악어 입 그래프'가 주목받고 있다.

안일환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국가 채무가 늘어나는데 국세 수입은 줄어드는 재정 상황을 일본의 '악어 입 그래프'에 빗댔다. 최근 여당이 전 국민·선별 재난지원금을 동시 추진하자 재정 건전성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안 차관은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공공기관 투자집행 점검회의를 열어 "미래 세대의 부담인 국가채무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의 불가역성을 경고한 일본의 '악어 입 그래프'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일본에서는 부동산 시장, 증시 등 경제 버블(거품)이 터지면서 세수는 감소하고, 재정 지출은 늘어나는 등 격차가 매년 벌어지는 모습이 쩍 벌린 악어의 입과 비슷하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커졌다.

2011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마나고 야스시 일본 재무성 주계국장은 일본 정부의 세입과 세출 그래프를 보여줬는데 세출은 위로, 세입은 아래로 향하는 모습이 지속되고 있었다. 실제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1990년 64%에서 지난해 266%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지금 우리나라의 재정 상황이 일본의 악어 입 그래프와 유사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가 지난 9일 2020 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을 마감한 결과 지난해 국세수입은 285조5000억원으로 2019년(293조4000억원) 대비 7조9000억원 감소했다. 2019년 1161억원 줄어든 데 이어 2년 연속 감소했다. 특히 국세 감소액은 이전 최대 기록인 2009년 2조8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사실 국세수입은 경제 규모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세금이 더 걷혀 덩달아 커지게 된다. 통계청이 연간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013년, 2019년 네 차례를 제외하고 세수는 매년 늘어왔다.

반면, 지난해 세수 감소율은 전년 대비 2.7%로 IMF 외환위기(1998년 3.0%)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국세수입을 구체적으로 보면 세수가 가장 줄어든 부분은 법인세였다. 지난해 법인세는 55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조7000억원 감소했다. 코로나19가 기업 실적에 준 타격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국세가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거둬들인 세금은 역대 최대로 줄었지만 코로나19로 지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추가경정예산만 네 차례 편성했다.

나라 곳간 수입은 쪼그라드는데 재정 지출이 크게 늘면서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19년 54조4000억원이던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작년 1~11월 98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로는 작년 연간 재정 적자가 11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해 재정 적자 규모가 100조원을 넘게 되는 신 기록을 쓰게 된다.

과거 연간 20조원대였던 적자 국채 발행액도 지난해 102조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국채 이자로 지불해야 할 돈도 사상 처음 2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4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선별 동시 지급하자고 나서면서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한번 벌어진 악어 입은 여간해서는 다시 다물어지지 않는다.
 

안일환 기획재정부 2차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1년 제2차 공공기관 투자집행 점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안일환 차관의 악어의 입 그래프 비유를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다.

안 차관은 "당면한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함께 미래 세대가 감당할 수 있는 나라 살림을 지켜야 하는 과업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재원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지혜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맞아 재정과 공공부문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그 수요가 사회 곳곳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점에 재정관리의 소명에 대해 다시 한번 다짐하고자 한다"며 "정부와 공공기관은 작은 재원이라도 허투루 쓰이지 않고 위기 극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분야에 집중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2020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 총세입은 465조5000억원, 총세출은 453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차액인 결산상잉여금은 11조7000억원이었고, 2조3000억원을 이월해 세계잉여금은 9조4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이중 일반회계에서 발생한 세계잉여금 5조7000억원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세 정산과 공적자금 출연, 채무 상환, 추경 편성 등에 쓰일 수 있다.

총세입은 전년 대비 63조5000억원, 예산 대비 5조5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총세출은 예산현액 462조8000억원 중 453조8000억원을 집행(98.1%)해 전년 대비 56조6000억원 늘어났다.

다만, 부동산, 증시 등 자산 관련 세금이 크게 늘면서 세수는 정부 예상치보다 많았다. 주택과 주식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양도소득세는 전년 대비 7조6000억원, 증권거래세는 4조4000억원 각각 늘었다. 상속·증여세도 2조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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